성평등 프로젝트 추진 1년
시사.뉴스 등 370개 프로그램
여성 출연자 50% 달성

한국 공영방송 KBS
성평등센터 설치하고
‘성평등 기본규정’ 마련

BBC 토크 프로그램 ‘더 원쇼(The One Show)’는 지난 3월과 4월 여성 출연자 비율 50%를 달성했다. ©BBC
BBC 토크 프로그램 ‘더 원쇼(The One Show)’는 지난 3월과 4월 여성 출연자 비율 50%를 달성했다. ©BBC

 

영국 공영방송 BBC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전문가 성비를 ‘남녀동수’로 맞추기 위해 1년간 프로젝트를 가동한 결과, 참가 프로그램의 74%가 여성 출연자 비율 50% 달성에 성공했다. 이에 비해 한국 공영방송 KBS는 최근 ‘성평등 기본규정’을 만들며 조직 내 성평등 문화 확산에 나섰지만 아직 출연자 성비에 관해선 구체적인 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15일(현지 시각) BBC는 ‘50:50 프로젝트’(https://www.bbc.com/aboutthebbc/reports/policies/5050)를 시행한 지난해 4월 1개 팀에 불과했던 프로젝트 참가 팀이 기자들, 프로그램 제작자들을 포함해 500개로 늘었고, 여성 출연자 비율 50%를 넘는 팀은 1년 사이 27%에서 74%로 늘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4월 BBC는 2019년 4월까지 모든 프로그램에서 사건을 논평하는 전문가 출연자 남녀 성비를 50대 50으로 균형을 맞추겠다고 발표했다. 2017년 BBC가 공개한 고액 보수 출연진 가운데 여성이 30%에도 미치지 못해 임금 성차별 논란이 일자 BBC 경영진이 내놓은 개선책이었다. BBC는 콘텐츠 제작 환경에서 성차별 개선의 일환으로 50:50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BBC 뉴스캐스터인 로스 앳킨스가 제작과 진행을 맡고 있는 프로그램 ‘아웃사이드 소스(Outside Source)’에서 처음 시작했다. 셀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한 뒤 4개월 만에 ‘남녀동수’를 달성하는데 성공한 아웃사이드 소스는 2019년 4월 기준 18개월 연속으로 여성 50% 목표를 달성했다.

토니 홀 BBC 사장은 프로젝트 보고서를 통해 “‘50:50 프로젝트’의 가장 주목할 만한 측면 중 하나는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이 프로젝트는 방송 산업 전반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며 “전 세계 미디어 기업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BBC에 따르면 파이낸셜타임스(FT)와 ABC뉴스 등 20여개 해외 언론사도 50:50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한국 공영방송 KBS도 조직 내 성평등 문화 조성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언론사 최초로 사장 직속 성평등 전담 상설 기구인 ‘성평등센터’를 설치하고 지난 4월에는 ‘성평등 기본규정’을 마련하는 등 첫 발을 뗐다. 기존 시스템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에 대한 조직 내 저항감을 줄이기 위한 시도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여성신문이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생방송 아침이 좋다’를 5월9일~15일까지 출연진을 확인한 결과, 총 31명의 전문직 출연자 가운데 여성은 10명(32.2%)에 그쳤다.

유네스코는 2012년 ‘미디어 젠더 감수성 원칙’(https://unesdoc.unesco.org/ark:/48223/pf0000217831)을 정해 뉴스·시사 프로그램에서 인용된 정보원을 비롯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전문가, 대변인, 일반인, 공적 영역 참여자 등의 여성과 남성 성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여성가족부가 여성·남성 성비 균형, 성차별적 언어 사용 자제 등의 원칙을 제시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발간했지만 제작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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