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은퇴 이상화 전 국가대표 선수
은석초 시절 스피드스케이팅 시작
밴쿠버·소치 올림픽 500m 2연패
2013년 세운 세계신기록 보유
“알람 끄고 자기, 가장 하고 싶다”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상화 선수가 16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은퇴식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상화 선수가 16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은퇴식 기자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네 차례나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운 현 세계신기록 보유자이자 올림픽 2연패의 신화를 쓴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간판, 이상화 전 국가대표 선수가 16일 선수 생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은퇴를 선언한 ‘빙상 황제’는 이제 “레전드(전설)로 기억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을 이끈 이상화 선수는 이날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은퇴식을 통해 20여년의 선수생활을 마무리졌다. 은석초등학교 시절 처음 스피드 스케이팅화를 신은 그는 2004년 휘경여고 시절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때부터 이상화 선수의 기록은 날개를 달았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이상화의 이름이 확실하게 국민들에게 각인된 건 2010년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이었다. 당시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따며 단숨에 스타로 급부상했다. 한국 동계 올림픽 역사상 스피드스케이팅 첫 금메달이었다.

그 동안 동계 올림픽하면 쇼트트랙만 떠올리던 국민들에게 스피드 스케이팅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준 계기였다.

그는 스피드스케이팅 500m 부문을 호령했다. 세계선수권과 월드컵 대회에서 연거푸 우승은 이상화 선수의 몫이었다. 2013-14시즌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2차 대회에서 36초 36을 기록하는 등 지금까지 4차례나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 500m 2연패를 달성했다. 그의 마지막 무대로 점쳐진 2018 평창 올림픽에서는 은메달을 추가했다.

이상화 선수는 “17년 전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세계선수권대회 우승과 올림픽 금메달, 세계신기록 보유였다. 국민들의 응원 덕분에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의 응원 평생 잊지 않겠다. 고맙다”고 했다. 은퇴를 한다는 생각에 이상화는 자신이 준비해 온 기자회견문을 읽으며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이상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의 은퇴식 기자회견이 16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려 이상화 선수가 은퇴소감을 말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이상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의 은퇴식 기자회견이 16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려 이상화 선수가 은퇴소감을 말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신기록에 대해서 “영원이 안 깨졌으면 좋겠다”며 미소 짓던 그는 “기록은 언젠가는 깨지라는 것이다. 1년 정도는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상화 선수가 은퇴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고질적인 무릎 부상이었다. 치료와 재활을 병행했지만 쉽게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은퇴를 결심했다. 하지만 한 평생 운동을 한 그에게 결심은 쉽지 않았다. 올해 3월 은퇴식이 잡혀 있었지만 다시 재활에 도전했던 그는 결국 뜻을 접었다.

“힘든 재활과 약물 치료로 제 스스로와 싸움을 했지만 제 몸이 원하는 대로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스케이트 경기를 위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못해 제 자신에게 많이 실망해 은퇴를 결정했습니다.”

선수로서 정상을 지켜야한다는 부담감도 선수 생활 내내 그를 따라다녔다. 이상화 선수는 이날 “여유롭게 살면서 경쟁하지 않고 싶다”, “많이 힘들었고 부담스러웠다”, “1등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는 말을 반복했다.

은퇴 후 가장 하고 싶은 것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알람을 끄고 잠을 편히 자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은퇴 발표를 했으니 선수 이상화는 사라졌다. 일반 이상화로 돌아가서 정말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결정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지도자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선수로서 기억에 남고 싶다는 바람은 숨기지 않았다. 이상화 선수는 “레전드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단거리(종목)에 이런 선수가 있었고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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