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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찜질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땀을 시원하게 흘리고 몸을 푸는 것까지는 좋다. 그러나 찜질방에 모인 분들이 밤새 신나게 나누시는 얘기 때문에 잠을 뒤척이기 일쑤고 그러다 보면 밤새 찜질을 하고 나온 개운함보다는 잠을 못 잔 피로감이 더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찜질방에 가는 횟수는 많은 편이다. 바로 우리 어머니가 찜질방을 좋아하시기 때문이다. 비단 우리 어머니뿐만 아니라 찜질방에 가보면 아줌마가 80퍼센트 이상이다(시간에 따라 장소에 따라 그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아줌마들이 이처럼 찜질방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땀 흘리고 몸 푸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네 습관도 큰 이유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 우리 사회에 아줌마들의 놀이문화가 없는데서 찾고 싶다.

생각해 보자. 아줌마들이 친구들과 모여 편하게 이야기도 하고 몇 시간이고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 그리고 밤새 쉴 수 있는 공간이 우리에게 과연 있는지… 카페에 몇 시간만 앉아있어도 아줌마들이 들어가서 밥 안하고 뭐하냐고 눈총을 주기 마련이다. 아저씨들은 밤새 술 마시고, 골프도 치고, 고스톱도 하지만 아줌마들은 가정을 지켜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아줌마들의 에너지 끌어내자

우리 놀이문화는 다분히 술 문화 중심으로 이루어져있다. 고등학생들이 수능 100일 전에 먹는 것은 백일주고, 대학생들 엠티는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민박집에서 술 먹는 것으로 시작해 술 먹는 것으로 끝난다.

저녁 무렵 번화가에 가면 항상 술집은 손님이 그득그득하다. 물론 술 문화를 즐기는 사람 가운데 하나인 내가 그것이 중요한 문화임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술 문화를 즐기지 않거나 그 외의 문화를 공유하고자 하는 계층의 문화를 우리는 너무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그 대표적인 집단이 아줌마 문화다. 결혼한 여자라는 특수한 위치에 있는 아줌마들은 그들만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극히 제한돼 있다. 청소년·여성 문화도 빈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국가·민간단체 혹은 개인들이 이런 빈약한 문화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이런 행사들도 심심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줌마 문화는 다르다. 우리는 그들에게 자신을 찾아볼 권리가 없다는 것을 은연중에 강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현재 거의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아줌마들의 무한한 에너지가 너무나 안타깝다. 아줌마 문화 공유를 통해 그들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것이 우리에게는 절실히 필요하다. 아니 설사 그게 힘들다 하더라도 그들의 삶을 좀더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아줌마 페스티벌, 아줌마 가요제, 아줌마 영화제… 아직은 생소하지만 곧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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