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16세 때 코소보 내전 중
세르비아 경찰관에게 성폭력 피해 입어
이후 전시성폭력 피해자 지원에 앞장
제2회 김복동평화상 수상자로 선정

바스피예 크라스니치-굿맨이 코소바고문피해자재활센터(KRCT)’를 통해 코소보 전쟁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는 모습. ©Kosova Rehabilitation Centre for Torture Victims
바스피예 크라스니치-굿맨이 코소바고문피해자재활센터(KRCT)’를 통해 코소보 전쟁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는 모습. ©Kosova Rehabilitation Centre for Torture Victims

동유럽 알바니아와 세르비아 사이에 있는 나라, 코소보. 그 곳에서 코소보-알바니아인 가정의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바스피예 크라스니치-굿맨은 여느 소녀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전쟁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1998년 전쟁이 일어난 코소보에서 열 여섯 살 바스피예는 세르비아 경찰관에 의해 납치됐고, 세르비아의 한 마을에 끌려가 경찰관과 시민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

이 사건은 1999년 유엔(UN)에 보고됐으나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2010년 유럽연합(EU) 법치임무단(EULEX)에 보고되면서 2년 뒤에 가해자들이 체포됐다. 그러나 가해자는 모두 무죄. 항소심에서는 가해자에게 강간죄가 적용돼 각각 10년과 12년 형을 선고됐으나, 결국 대법원에서 기각됐다.

힘들게 법정까지 사건을 끌고 왔지만 사법기관조차 바스피예의 곁에 서지 않았다. 그러나 바스피예는 자신과 같은 피해를 입은 다른 여성들을 위해 나서기로 결심한다. 2018년 10월 16일, 바스피예는 스스로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로 결심하고, 코소보 내전 성폭력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다.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공개 증언을 하기로 했다”는 바스피예의 말은 전 세계에서 정의를 부정당한 여성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줬다.

지난해 8월 제6차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 행사에 참여한 바스피예 크라스니치-굿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지난해 8월 제6차 세계 일본군‘위안부’ 기림일 행사에 참여한 바스피예 크라스니치-굿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전시성폭력 피해자 바스피예는 자신과 같은 피해를 입는 여성들을 위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KRCT(고문피해자 재활센터)를 통해 무퀘게재단의 전시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제 운동에 참여하여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제네바에서 열린 UN인권이사회에서 5명의 대사들과 만나고, 한국에서 일본군성노예제 생존자들과 만나 1384차 수요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최근 룩셈부르크의 마리아 테레자 대공부인이 주최한 ‘STAND SPEAK RISE UP’ 포럼과 같은 전시성폭력 피해자/생존자들을 위한 다양한 국제 행사에 참여했다.

그는 자매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자고 외친다.

“우리는 원하지 않는 일을 당했습니다. 가해자들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가 침묵한다는 건 결국 그들의 범죄를 비밀로 해주는 일입니다. 우리는 온 세상이 알도록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이하 정의기억재단)은 코소보 내전 중 벌어진 성폭력 문제를 세상에 알린 인권운동가 바스피예 크라스니치-굿맨을 제2회 김복동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10일 밝혔다.

김복동평화상은 평화인권운동가 고 김복동님의 뜻을 기리고 전시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국외 활동가와 여성인권단체를 발굴·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제정됐다.

시상식은 6월 19일 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진행되는 세계 무력분쟁 성폭력 추방의 날(6.19) 기념 1392차 수요시위에서 이뤄진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상금 5000달러가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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