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간담회에서 이해찬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여성신문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간담회에서 이해찬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시스·여성신문

 

여야의 갈등과 혼란이 극에 치닫던 4월 말 더불어민주당에서 희소식이 들려왔다. 여성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가 출범한다는 것이다. 각종 공직선거에서 후보 발굴과 인재 영입, 전략 수립, 제도 개선 등 여성 정치 참여 확대의 제반 사항을 다루는 기구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만큼 의미가 작지 않다.

위원회의 위촉식날 이해찬 당대표도 여성의 사회적 진출, 정치 참여에 대해 “아직도 미흡한 편”이라고 운을 뗐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7%, 진보·보수 할 것 없이 정당은 남성 편향적이다. 여성의 대표성 확대를 위해, 정치 개혁을 위해 여성들의 정치 참여 기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국회는 17대 총선 이후 이를 타계할 만한 방법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적이 없었다. 지난 총선, 지방선거에서 위원회를 만들자는 요구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기에 이번 결정은 뜻밖이었다. 미투운동 등 뿌리깊은 성차별이 드러나면서 가장 보수적인 조직인 정당도 변화시켰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대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이 대표의 인식은 본론에서 드러났다. 메시지를 요약하면 ‘지역구 30% 여성공천을 보장하지 못해 아쉽지만 지금까지 여성들이 잘 해오고 있으니 계속 열심히 하라’는 거다. 비례대표 홀수번호 여성 배정, 지방선거 사례를 들었다.

“지난 해 지방선거에서는 여성 정치인들이 많이 탄생했다. 획기적으로 여성정치참여가 가장 강화된 게 지난 지방선거라고 생각되는데 내년에도 그런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위원회에서 많은 역할을 해주시길 바라겠다.”

지방선거에 여성 정치인이 많았다는 이 대표의 말은 거짓이다. 불과 1년 전 더불어민주당은 17개 광역자치단체장 후보에 전부 남성만 공천하면서 ‘더불어남자당’ ‘더불어아재당’이라는 조롱을 샀다.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지만, 그 자리에 여성은 없었다. 뿐만 아니다. 시·군·구청장 226명에 여성은 8명뿐이다. 심지어 구의원 등 기초의원 조차 지난해 처음 30%가 됐다. 국회는 오죽할까.

이 대표는 비례대표 홀수번호를 여성에게 배정 제도에 대해서도 “비례로 들어오셔서 의정 활동을 아주 잘하고, 그러고 나서 지역구에 출마하셔서 당선되는 분들도 많이 있다. 그렇게 해서 뿌리를 내려가는 전통을 잘 살려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국회 의석 300석 중 비례대표는 전체 47석에 불과하고 여성은 24명 정도다. 현행 선거제도 속에서 그들이 뿌리 내려 의석을 늘려가라는 말은 “정당은 여성 공천에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라는 말과 같다.

지난해 당대표 경선 당시 전국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혜련 의원이 이해찬 후보에게 지역구 후보 30% 여성 할당을 요구해 지키겠다는 답변을 받아냈지만 이후 논의는 없었고 이날도 여성들의 정치 진출에 관한 확대 노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가, 선거제도 개혁이 철옹성 같은 남성 기득권을 넘어설 수 있을까. 여성들의 감시와 응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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