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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 때려부수던지 X 더하기 X는 2X 같이 빤한 공식을 주절대는 할리우드 플러스 우리 영화에 지쳤거나, 봄날 아지랑이 기운 같은 영화를 보고 싶은 당신에게 권해주고픈 영화, <그녀에게 Talk to Her>다. 가슴 한 가득 퍼져오는 축축함이 봄날 밤 이뤄진 음주 후유증인지, 영화가 주는 후유증인지는 당신 맘이다. 영화는 솔직히 아름답지만 함정은 있다. 과연 아름다운가?

시작은 대뜸 무용 장면이다. 여자들이 서있다. 눈을 감고서. 그리고 마구 움직인다. 이리저리. 그러나 위태롭다. 여자들 앞에는 의자들이 어지러이 늘어서 있다. 그러나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여자들이 움직일 때마다 그녀가 움직이는 방향에 놓인 의자들을 사사삭 치워준다. 기가 막히게. 어떤 여자도 의자와 부딪치지 않는다. 이 무용 장면을 보던 객석에서 한 남자가 조용히 또르륵 눈물을 떨군다. 그 남자 옆에 앉은 다른 남자가 가만히 그 남자를 바라본다. 이들이 마르코와 베니그노다.

“리디아를 인터뷰할게요.” TV에서 생방송중이던 토크쇼를 보다가 필이 박힌 마르코는 편집장에게 전화를 건다. “애인한테 실컷 이용만 당하고 버려진 거 아니에요?” 손목을 부여잡고 늘어지는 토크쇼 진행자를 뒤로 하고 뛰쳐나가는 투우사 리디아를 보고 필이 박혀 찾아간 마르코는 리디아 집에 숨은 뱀을 잡아주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뱀을 잡다가도, 무용극을 보다가도 애절한 노래를 듣다가도 오래 전 떠나간 연인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칠 만치 촉촉한 남자 마르코에게 리디아는 “끝나고 할 말이 있어요”란 말만 남기고 투우 도중 소에게 받혀 언제 깨어날지 알 수 없는 혼수상태인 코마에 빠져버린다.

그리고 베니그노. 역시 코마에 빠진 알리샤를 돌보는 남자 간호사인 베니그노에겐 비밀이 있다. 사실 그는 알리샤가 코마에 빠지기 전 그녀를 알았고 짝사랑했던 것. 그리고 그녀를 만나러 갔다가 얼떨결에 아버지가 하는 정신과 병원에서 상담을 받더니만, 비오는 날 교통사고로 코마에 빠져버린 알리샤 간호사로 덜컥 취직한다. 자신을 게이로 속이고. 남는 시간엔 알리샤가 좋아하던 발레와 흑백 영화를 보고 와서 혼수상태인 알리샤에게 들려주는 게 유일한 낙인 베니그노의 사랑은 그렇게 더욱 깊어만 간다. 4년째.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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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만든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명성은 마르지 않는 샘과 같다. 스페인 감독이지만 세계적 거장이라 불릴 지경에 이른 이 감독의 전작은 화려하다.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욕망의 낮과 밤> <하이힐>, <내 어머니의 모든 것>등. 영화 교과서에서 빠지지 않는 이들을 만들었으나 한 동안 그 명성이 머리색처럼 바래는가 싶더니 그가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전작에서 보여주던 강렬한 원색의 호화로운 파티나 낯설지만 유쾌하고 묘한 유머감각을 떠올린다면 “어?” 소리가 절로 나게 변했다. 과거 영화 내내 어디로 튈지 모르다 못해 징글징글하던 유머감각은, 영화속에 본인이 찍어 삽입한 흑백 영화 <애인이 줄었어요>를 빼곤 어디론가 튀어버렸고, 컬러리스트의 실험장 같고 야수파 화가의 화폭 같던 화면은 차분한 자연색으로 확 가라앉았다. 영화는 차분하고도 또 차분하게 사랑에 대해 지그시 묻는다. 이들의 사랑이 아름답지 않아?

아름다움과 추악함은 ‘과’란 한 글자, 딱 그 만큼 거리다. 영화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고 스르륵 스며들지만, 여성적 정체성은 다른 말을 걸어온다. 김 빼는 걸 알면서도 굳이 말하자면, 여성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뤄진 섹스가 아름다운 사랑인가? 그 덕분에 식물인간 상태에서 깨어났으니 축복이란 말? 동화 <잠자는 숲속의 공주>한테는 원본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약간 다르다. 옛날 옛날에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살았다. 아니지. 잠을 잤다. 숲속을 지나던 왕자가 그녀를 발견했다. 여기까진 똑같다. 문제는 다음이다. 남자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취해 키스를 하고 공주가 깨어난 게 아니라, 남자는 욕정을 참을 수 없었다. 잠자는 여자라 물어볼 수 없었는지 어쨌는지 남자는 잠자는 여자를 강간한다. 아니, 그것도 섹스를 해야 했다고 하나? 아무튼 섹스를 하고 사정이 끝나자 남자는 왔던 길로 떠난다. 여자의 사정이 어떻건. 마침 배란기였던지 여자가 임신한다. 자는 채로. 그리고 달이 찬다. 배가 부른다. 당연하다. 여자는 자는 채로 애를 낳는다. 쌍둥이였다.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공주 곁을 맴돌던 아이들의 우연한 장난에 공주가 깨어난다. 뭐 이런 이야기다. 물론 그 뒤는 더 있다. 멋지지 않나?

이 영화더러 무턱대고 아름답다고 말하기엔 속이 좀 쓰리다. 아무 생각 없이 영화속에 푹 빠져 보자면 아름다운 영화다. 영화 중간 중간 삽입된 피나 바우쉬의 무용극이나 벨로소가 부른 <쿠쿠루쿠쿠 팔로마>는 예술이다. 보는 내내 가슴에 파도 소리가 날 정도다. 하지만 퍼뜩 정신 차리고 보면, 정신 나간 영화다. 아름다운 강간? 대단하다. 이 영화로 이 감독은 올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다. 자신이 직접 각본을 썼다.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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