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

50여년 전, 야간고 졸업 학력으로
아내와 셋이서 시작한 회사
지난해 매출 1조원 신화 이룬
아웃소싱업계 입지전적 인물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이 23일 서울 중구 수표동 시크니쳐타워 삼구아이앤씨 본사에서 지영수 미화사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이 23일 서울 중구 수표동 시크니쳐타워 삼구아이앤씨 본사에서 지영수 미화사원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구자관(75)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은 회사 건물을 청소하는 지영수 사원에게 “여사님. 안녕하세요” 라고 웃으며 90도에 가깝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수십년 전에는 건물이나 화장실 청소를 하는 여직원분들을 ‘아줌마’라고 불렀거든요. 그 분들이 ‘허드렛일’을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미화를 하시는 분들이 없으면 저희가 생활할 수 없어요. 이 분들이 인간적인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20년 전 여사님이라는 호칭을 처음 사용했어요.”

책임대표사원이라는 호칭도 낯설다. “사원을 대표해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의미”라고 했다. ‘회장’ 직함이 주는 권위를 내려놓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구 대표는 삼구아이앤씨를 직원 3명에서 시작해 지난해 매출 1조2053억원을 달성한 국내 최대 건물종합 관리회사로 키웠고, 지난 22일 ‘한국건축물유지관리협회’ 제15대 회장에 취임했다. 하이타이 한 봉지와 걸레를 들고 한 창업이 올해 51년째를 맞았으며, 회사는 청소 전문에서 보안, 시설관리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종합아웃소싱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조 클럽’ 신화의 주인공인 구 대표는 7남매 중 다섯째로, 월사금을 내지 못해 초등학교 졸업장도 받지 못 한 것이 알려지면서 더 주목을 받았다. 뒤늦게 용인대학교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학교 경제학 석사 학위도 받았다.

“초등학교를 그만둔 후 숯 배달도 하고 ‘아이스께끼’, 메밀묵, 찹쌀떡 장사까지 닥치는 대로 했어요. 소쿠리, 조리, 바구니 등을 파는 방물장사도 했었구요.”

야간고를 졸업 후 자본금이 없어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청소를 하기로 결심했다.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화장실 청소였어요. 변기 청소를 해드리겠다고 하니까 선뜻 일을 맡기셨어요. 화학 시간에 알칼리를 태우는 것은 산이라는 걸 배운 기억이 나서 염산을 사서 닦아보니깐 변기가 새 것처럼 닦이더라구요.”

청소가 끝난 후 의뢰자에게 보여주니 감탄을 하며 약속된 돈을 줬다. 그러면서 건물 청소하는 일도 맡았는데 혼자 하기 힘들어 부인과 청소하는 여성, 세 명이서 일을 시작했다.

“98년 IMF 위기 때 직원들이 직접 나가 청소나 경비 일을 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제 여비서는 낮에는 비서 일을 하고 저녁에 작업복을 입고 용달차에 풀 통을 싣고 사원 모집 공고를 붙이러 다녔어요.”

그렇게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했고 2010년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할 수 있었다.

“한 직원이 10년 후인 2020년에는 ‘1조 매출을 해야죠’라고 말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터무니없다고 생각했지만 생각이 빛보다 더 빠르거든요. 1조 목표를 세우니 성장 속도도 그만큼 빨라졌어요. 2년이나 당긴 2018년에 결국 완성했으니까요.”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
구자관 삼구아이앤씨 책임대표사원

회사의 성장에는 직원들을 배려하는 철학이 바탕이 됐다. 24개의 자회사를 포함해 직원들이 3만600명에 이르는 데 전체의 90%가 장기 근속자이고 45.3%가 50대 이상 중장년층이다. 그만큼 직원의 만족도가 크다고 볼 수 있다.

특이한 점은 청소, 설거지, 주차관리원 등 모든 직원에게 명함을 준다는 점이다.

“미화 일을 하는 분에게 명함을 줬을 때 ‘왜 나한테 명함이 필요하냐’고 반문했어요. 하지만 엄마들 모임에서도 명함이 없으면 냅킨 같은 데 전화번호를 적어줘야 해 불편했거든요. 전세금, 등록금이 모자라 대출을 받을 때도 명함을 내밀면 신분을 증명받을 수 있었어요. 명함의 번호로 전화하면 저희가 10초 안에 확인해주니 대출 받으신 분들도 있었어요. 그러면서 직원들이 회사에 자긍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그는 올해에는 해외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카타르에서는 문화를 잘 몰라 실패했지만 지사가 있는 미국, 중국, 베트남에서는 이전의 뼈아픈 경험을 밑바탕으로 성공을 거머쥔다는 전략이다.

그가 은퇴 후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를 물려준다는 생각에도 이유가 궁금했다. 미국에 있기는 하지만 아들과 딸이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제 친인척들이 한 명도 없어요. 제가 우리 식구들을 배척한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능력이 되면 조카가 할 수도 있고, 아들이 할 수도 있어요. 원칙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한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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