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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낯선 세계를 만나는 상상력이다!

 

수학하는 아이. 이 아이도 수포자가 되지 않기 위해 고민할 것이다.  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수학하는 아이. 이 아이도 수포자가 되지 않기 위해 고민할 것이다. Image by Gerd Altmann from Pixabay

 

수학은 과학과는 매우 다른 학문이다. 과학은 물리적 현상과 맞아야 한다. 어떤 이론이 현실에 들어맞지 않으면 이론을 재검토하는 것이 과학의 기본자세이다. 반면 수학에는 그런 제한이 없다. 수학은 현실에서 출발하지만, 낯선 것을 만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x+1=3에서 x2이다. 이는 어제 친구로부터 1개의 볼펜을 받아 지금 갖고 있는 볼펜이 3개라면 내가 원래 갖고 있던 볼펜이 몇 개인가라는 질문에 해당한다. x+1=3에서 x=2라는 수학은 우리가 사는 일상에 견주어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x+4=3이 되면 상황이 애매해진다. 우리는 지금 이 답을 쉽게 풀어 낸다. 그러나 300~400년 전만 해도 위 식을 만족하는 x 값은 명확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수란 양수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4’‘3’보다 큰 상황에서 ‘4’에 무엇인가를 더했는데 그 결과가 그보다 작은 수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세계 일류급 수학자들이 음수를 수로 인정하는 것을 주저했다. 그들의 발목을 잡았던 것은 수학이 현실 세계와 맞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었다. 음수에 대한 돌파구는 수학이 현실 세계와 맞아야 한다는 생각을 털어 버리면서 가능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음수는 19세기에 들어서야 정립되었다.

 

x+1=3

x+1-1=3-1

x=2이다.

 

그럼 x+4=3도 위 식을 모방하여 그대로 써 보자. 즉 내용에 집착하지 말고 그냥 위 식을 형식적으로 모방해 보자.

 

x+4=3

x+4-4=3-4

x=3-4이다.

 

이제 ‘3-4’를 무엇이라고 할지 정의하는 일만 남았다. 지금 우리가 알 듯이 x1이다. 이는 중1 수학인데 1’이 무슨 의미인지 개념적으로 어렵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3-4=-1의 내용을 생각하는 것보다는 형식을 응용하자는 수학의 정신이다.

나는 중학교 때 2^0=1, (-1)×(-1)=1, 루트(-3)=루트3i‘ 을 배웠다. 나는 문제를 풀 수 있었지만 답이 그렇게 되는 이유는 알지 못했다. 수학을 가르치면서 그렇게 된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수학자들이 3-4=-1로 정의하는 과정을 배우면서 나는 수학의 본질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게 된 것 같다.

재미삼아 해보자. 중요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새로운 세계를 만났을 때 주저하지 말고 기존의 수학을 형식적으로 모방하여 수학의 낯선 세계로 상상력을 확장하는 것이다.

2^3=8, 2^2=4, 2^1=2을 추적하다 보면 지수가 3에서 22에서 1로 줄어들 때마다 답은 8에서 4, 4에서 21/2 씩 줄어든다.

 

이를 형식적으로 그대로 적용하면 2^0=1이다. 21/2로 줄인 것이다

이의 내용을 보면 20 제곱하면 1이라는 의미는 이해하기 어렵다

 

형식과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Image by PublicDomainPictures from Pixabay
형식과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Image by PublicDomainPictures from Pixabay

자연현상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기존의 수학을 형식적으로적용하여 우리가 알지 못 하는 새로운세계가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20 제곱하면 1. 21 제곱, -2 제곱, -3제곱 ... 계속하면 그보다 점점 더 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표현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런 작업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인류의 먼 뿌리는 35억 년 전 출현한 단세포 생물이다. 5억 년 전 눈이 발생하면서 생명체는 세상을 개체 단위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자연 수는 이런 세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36천만 년 전 지상으로 상륙한 어류는 지느러미를 발로 바꿔 사지를 만들었다. 이 때 정말 우연히 발가락이 5개였던 이유로 지금 우리는 여전히 10진법을 쓰고 있다고 한다.

인류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수학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태어난 세상을 통해 그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활용해 10진법을 만들고 원에 해당하는 각도를 360도라고 한 것도 그러할 것이다. (이는 지구의 공전 주기가 365일인 점과 관련 있을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우리의 관심도 더 깊어졌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우리가 이미 알던세계가 아니라 모르던 낯선세계로 옮아갔다. 예를 들면 ‘10^-10에 해당하는 원자의 세계’, ‘빛이 137억년 가야 다다를 수 있는 거대한 세계가 그러하고 중력에 따라 공간이 휘며(일반상대성 이론)’, ‘전자의 위치는 확률적으로 알 수 있다(양자역학)’는 기묘한 세계 또한 그렇다.

이런 상황이 되면 수학을 설명하기에 친숙했던 자연은 역으로 우리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수 있다. 이런 낯선 세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눈에 안 보이나 실존하는 세상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수학자들은 낯선 세계를 돌파하기 위해 기존의 수학을 형식적으로확장해 낯선 새로운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수학을 만들었다. 음수나 2^0=1, (-1)×(-1)=1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고등수학으로 갈수록 우리는 2^0=1과 같은 이상한’, ‘낯설고 새로운장면에 직면한다. 이 때 우리 선배들이 했던 것처럼 대담하게 그것을 뛰어 넘도록 하자. 기존 수학의 형식을 적용하여 낯선 세계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하자. 그것은 45억 년 쯤 된 조그만 행성 지구에서 진화했던 인류가 우주원자라는 경이로운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민경우

민경우 수학교육연구소소장

사회 운동을 하며 아르바이트로 수학을 가르치다 7년 전부터 전업 수학 강사의 길을 걷고 있다. “민경우 수학교육연구소소장으로 현재는 수학교과내용을 재구성하고, 1:1 대면 영상 공부법을 도입하는혁신적 교육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수포자 탈출 실전보고서’, ‘산업수학, 인공지능과 수’, ‘암호와 소수등이 있다.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1049120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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