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 높은 구두 벗을 권리 외치는 ‘쿠투’ 운동 전개
『82년생 김지영』 번역판 13만부 팔려
미투 미지근했던 일본, 변화의 바람 분다

한 일본 여성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 그는 '#KuToo'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이 사진을 올렸다. ⓒ트위터
한 일본 여성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 그는 '#KuToo'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이 사진을 올렸다. ⓒ트위터

최근 일본에서 가부장적인 사회에 대항하는 여성들의 연대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회 통념이 강요하는 여성적 아름다움의 기준에 저항하는 탈코르셋 운동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일본 온라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쿠투(#KuToo)’ 운동이다. 일본어로 구두를 뜻하는 ‘쿠쯔(靴)’와 괴로움을 의미하는 ‘쿠쯔(苦痛)’의 'Ku'와 'MeToo(미투)의 'Too'가 합쳐진 조어다. #쿠투는 지난 1월 배우 이시카와 유미가 트위터에서 여성이 호텔에서 다리를 다쳐가며 일해야 하는 현실에 의문을 제기한 게 쿠투의 시작이었다. 그는 “언젠가 여성이 일 때문에 힐이나 펌프스를 신지 않으면 안 되는 풍습을 없애버리고 싶다”고 남겼다. 이시카와가 아르바이트로 장례식장에서 조문객 안내를 했는데 5~7cm 굽 길이의 검정 펌프스를 신는 게 규정으로 정해져 있었다고 했다.

ⓒ이시카와 유미 트위터
'쿠투' 운동을 처음 시작한 배우 이시카와 유미 ⓒ이시카와 유미 트위터

해당 트윗은 3만 번 넘게 리트윗이 되며 누리꾼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이후 한 누리꾼이 이시카와에게 ‘#KuToo’ 해시태그를 사용하자는 제의를 했다. 지난달 13일 한 여성은 '#KuToo'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일본어로 “신오사카(新大阪)부터 5분 걸었는데 피투성이야. 이런 걸 강제로 신게 하는 건 잘못이야”라는 글을 올렸다. 오른발 뒤꿈치에 피가 묻은 사진과 함께였다.

이시카와는 직장에서 하이힐 신는 것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 페이지를 개설했다. 현재 16000건이 넘는 지지 서명을 받았았다. 그는 “같은 직장인데 성별에 따라 허용되는 복장이 다르다. 건강에 나쁜 영향이 있음에도 (하이힐을 신는) 매너를 우선시 한다”며 “남녀가 동일한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성차별 사회를 바꾸고 싶은 열망은 출판업계에서도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출판사 지쿠마쇼보에서 번역 출간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은 4개월 만에 13만부 넘게 팔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난 2월 도쿄 기노쿠니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책을 번역한 사이토 마리코는 “독자들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미투는 자신과 먼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자신들이 경험한 것들이 사회 문제라는 걸 인식했다는 의견을 받았다”라고 했다.

2월 19일 도쿄 신주쿠 기노쿠니야 서점에서 열린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와의 토크쇼에 참석한 일본 팬들. ⓒ뉴시스·여성신문
2월 19일 도쿄 신주쿠 기노쿠니야 서점에서 열린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와의 토크쇼에 참석한 일본 팬들. ⓒ뉴시스·여성신문

최근에는 만화책 『사요나라(안녕) 미니스커트』도 반향을 일으켰다. 인기 아이돌이었던 여고생 카미야마가 악수회(팬과 악수하는 자리)에서 남성에게 습격을 받은 뒤 연예계를 떠난다는 내용이다. 과거를 숨긴 그는 학교에 바지를 입고 다닌다. 성별과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의 이 만화책은 단행본 1권이 초판 10만부 넘게 팔렸다.

김수미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는 “일본이 다른 나라에 비해 페미니즘 운동이 약했다. “다른 나라처럼 페미니즘 운동의 흐름이 있다기보다는 각 사안에 대해 (여성들이) 대응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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