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멸망 부르는 큰 범죄
저지르며 어린이의 범법행위
타이르는 어른들의 모순

작년 8월 18일 금요일 오후. 의회 앞을 지나가는 시민들은 한 학생의 피켓시위에 연일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피켓에는 “파리기후 협약을 실천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 학생의 1인 시위는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매주 금요일 정오부터 2시까지 어김없이 진행되었다.

한 달이 지나면서 큰 반향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다른 학생들도 동조 시위를 벌이기 시작한 것이다. 스톡홀름에서 시작한 시위는 전국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스웨덴 정부가 파리기후 협약에 서명할 때까지 금요일 오후 수업을 거부하고 학교를 무단이탈해 피켓시위를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스웨덴을 넘어 유럽까지 시위는 번지기 시작했다. 최고의 정점은 지난주 금요일. 세계의 많은 어린이들이 동조 시위를 벌였던 날이다. “모든 국가들이 파리기후협약에 서명할 때까지 저항하라”라는 피켓시위를 릴레이로 진행해 나갔다. 처음 피켓시위가 시작된 지 7개월 만에 전 세계 운동으로 자리매김을 한 셈이다.

시위를 시작한 학생은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라는 15세의 중학생이었다. 시위를 시작한 3일째 ‘마음으로 그려낸 미래의 세계’를 제목으로 한 기후변화 문제를 주제로 한 책도 출간했다. 이 책은 툰베리를 자폐증과 난독증을 앓고 있는 15세 학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학생의 1인 시위는 세계적으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안토니오 구테레흐 유엔사무총장이 이 학생 이름을 언급하면서 심각한 기후변화 문제를 성인들이 해결하지 못하면 청소년들의 저항운동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 학생은 세계 기후변화 문제에 새롭게 눈을 뜨게 한 업적을 인정받아 2018년 세계자연보호재단 올해의 청소년 영웅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타임지는 2018년 세계 25명의 10대 어린이 중 한 명으로 선정했다. 2019년 스웨덴 엑스프레센 석간신문의 올해의 상을 수상할 정도로 스웨덴과 세계적인 인물로 부각되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과 ‘#기후시위’ 운동도 툰베리 학생이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파급시켰다. 어린이 기후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상을 받으려 스톡홀름까지 비행기를 타고 오는 것이 지구 오염의 주범 중의 하나라는 이유로 수상을 거부하면서 유명세는 더욱 커져 갔다.

이 학생의 시위는 여러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파리기후협약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탈퇴하자 중국 시진핑도 동조에 나섰다. 세계의 제1·2위 경제대국들이 서명에 거부하면서 2050년까지 2020년 기준으로 40~70%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고 한 2015년의 파리협약은 표류하기 시작했다. 두 경제강국인 미국과 중국이 빠진 협약은 큰 의미가 없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 스웨덴 환경부 장관과 학교 문제 전문가인 자유당 당수가 저녁 뉴스 시간에 학생대표 2인과 함께 출연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학생들이 시작한 운동은 세계적인 이목을 끌어 기후변화 문제에 경종을 울리게 해 준 것은 매우 뜻깊고 칭찬받을 일이나 정규 수업을 거부하고 시위에 참가하는 것은 불법행위이니 이제 어른에게 맡기고 학교로 돌아가 달라고 하는 정치인의 당부에 어른들이 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사회 저항운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맞섰다.

국가 발전이라는 효용의 극대화를 위해 배출한 온실가스는 지구 대기온도를 빠르게 상승시키고 있지만, 이기심과 탐욕 때문에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치킨게임에 빠져 있는 어른들의 행태는 갈렛 하딩이 주창한 공공성의 비극의 개념에 잘 담겨 있다. 죽을지도 모르고 본능적으로 밝은 빛으로 돌진해 산화하는 불나비처럼 비이성적인 어른들의 행태에 수업을 빼먹으며 사회저항운동을 벌이는 어린들의 행위를 불법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인류멸망이라는 더 큰 범죄를 저지르는 어른들이 그보다 더 작은 범법행위를 타이르며 학교로 돌아가라고 타이를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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