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정책 발전의 나침밤
'여성-평화-발전' 통합적 틀에서
성평등정책 추진

1995년 북경여성대회 포스터를 든 중국 여성 / 워싱턴포스트
1995년 북경여성대회 포스터를 든 중국 여성 / 워싱턴포스트

 

 

1995년 북경여성대회
1995년 북경여성대회

 

**[CSW Report②]

제63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가 지난 3월 11일부터 22일까지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렸다. CSW는 매년 세계 각국 대표와 여성단체 활동가, 전문가 등이 모여 성평등과 여성이슈를 논의하는 가장 큰 규모의 국제회의로 '유엔 여성 총회'라 불린다. 올해 참가자들의 참관기를 릴레이 연재한다.

제63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 참여한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 활동가들. ©조영숙
제63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 참여한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 활동가들. ©조영숙

매년 각국에서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한 이후 2주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시작되는 유엔여성지위위원회(CSW)는 1995년 북경여성대회 이후 매년 각국이 북경여성행동강령을 어느 정도 이행했는지를 점검하면서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과제를 합의하는 장이다.

유엔여성지위원회의 회의 주제는 매년 달라지며, 크게 우선과제(priority theme)와 점검과제(review theme)로 나뉘어서 제시되는데, 올해의 우선과제는 ‘성평등과 여성 세력화를 위한 사회보장제도, 공적서비스 접근, 지속가능한 인프라’ 이며, 검토과제는 ‘지속가능발전과 여성 세력화의 연계’였다.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회의 자료와 유엔 출입증. ©조영숙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회의 자료와 유엔 출입증. ©조영숙

올해 유엔여성지위위원회의 최종합의문에서 언급된 사회보장, 공적서비스, 지속가능한 인프라와 관련된 합의내용과 국내의 사회보장정책 사이의 간극을 파악하는 후속노력이 뒤따른다면, 한국의 사회보장정책이 지닌 젠더적 함의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개선방향을 찾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지속가능발전과 성평등 정책 사이의 연계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국가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체계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 건물. @여성신문
미국 뉴욕 유엔본부 건물. @여성신문

이처럼 정부의 성평등 관련 정책 담당자들이 매년 도출되는 최종합의문에서 제시된 성평등정책 내용과 국내 차원의 성평등정책을 비교분석하고 모범사례를 비교연구 해나간다면, 직장, 학교 등에서 빈발하는 미투, 저출산, 성별임금격차와 유리천장, 무보수 돌봄 가사노동, 일과 가정 양립문제, 정치 및 경제 분야에서의 낮은 여성참여와 대표성 등 최근 우리사회를 뒤끓게 함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는 많은 젠더관련 정책의 발전방향을 시의적절하고도 효과적으로 찾아나가는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올해는 특히 주제토론 못지않게 많은 참가자들의 관심이 유엔이 성평등정책 가속화(acceleration)를 위한 분기점으로 제시한 2020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유엔여성(UN Women)의 향후 계획에 집중되었다. 지난 1995년 채택된 북경여성행동강령 채택 25주년(여성-2020년 3월 유엔여성지위원회), 2000년 채택된 유엔안보리 1325 결의안 채택 20주년(평화-2020년 10월 유엔안보리), 그리고 2015년 채택된 지속가능발전목표 채택 5주년(발전-2020년 7월 유엔고위급정치포럼)을 위한 각각의 행사가 예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제시된 향후 행사의 기본방향에 따르면 베이징25 기념행사는 ‘여성-평화-발전’ 이라는 통합적인 성평등 정책 프레임 하에서 추진될 예정이며, 이를 준비하기 위한 논의가 현재 유엔 안과 밖에서 진행되고 있다.
 

유엔본부 건물 내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진이 보인다. @여성신문
유엔본부 건물 내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사진이 보인다. @여성신문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에 걸쳐 진행될 글로벌 차원의 베이징 25주년 기념행사에는 각국 여성단체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2019년 11월 방콕에서 개최되는 아태지역 베이징 25주년 기념행사, 내년 3월의 제64차 유엔여성지위위원회, 2020년 6월의 글로벌 성평등포럼 등은 특히 많은 여성단체의 참여가 예상된다. 그러나 위 행사에서 다루는 주요한 의제에 대한 준비 없이 단순히 국제회의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여성단체의 책무라 할 수 있는 현장의 요구와 목소리를 제기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발전된 형태의 글로벌 성평등 규범과 지침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바가 적을 것이 예상된다. 따라서 베이징 25주년을 앞둔 글로벌 이벤트를 준비하는 국내 여성단체들은 여성, 발전, 평화의 세 영역을 모두 아우르는 통합적 성평등정책에 관한 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책임 있게 국제회의에 참석할 것이 요구된다.

 

그리고 여성단체의 책임 있는 참여를 위해서는 여성단체의 국제 활동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어야 한다. 재정적, 행정적 지원이 없는 한 한국여성단체들의 참여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2001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 자문지위 단체(ECOSOC Special Consultative Status)’ 자격을 획득해서 매년 대표단을 모든 유엔회의에 파견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한국여성단체연합 조차도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매년 대표를 파견하지 못해왔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연대센터 소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조영숙 한국여성단체연합 국제연대센터 소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마지막으로, 국내 여성단체의 국제 활동에 대한 지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한국정부는 최근 아태지역을 포함한 개도국 여성단체에 대한 지원강화에 대한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필자가 최근 해외 여성단체들로부터 자주 제기 받는 요구 중 하나는 한국이 2010년 이후 OECD 개발원조위원회에 속한 ODA 공여국인 만큼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개도국 여성들이 국제회의 참여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을 제공해야 하며, 한발 더 나아가 한국정부는 개도국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협상과정에서 해 주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한국의 여성단체가 중재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한국정부와 한국여성단체의 글로벌 위상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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