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 해도 별도 신원보증 필요
체류기간 연장, 사실상 남편 손에
국제결혼 가정폭력 빈번해도
무등록체류자 될까봐
경찰에 신고도 대응도 못해
성차별·인종차별의 교차지점에

‘국제인종차별철폐의날’은 1960년 3월 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유색인종 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반대하는 평화집회를 벌이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시민 69명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UN이 지정한 기념일이다.

중학교 입학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전남 함평군 결혼이주여성들.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cialis coupon free prescriptions coupons cialis trial coupon ⓒ뉴시스·여성신문
결혼이주여성들이 중학교 입학 검정고시를 앞두고 교실에 모여 공부하고 있다.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뉴시스·여성신문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A씨는 남편의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리다가 보호시설로 피신해 경찰에 신고했다. 남편은 반성하는 기색 없이 오히려 아내가 집안일을 못하고 시어머니에게 대들었기 때문이라고 탓했다. 검찰은 남편을 상해와 폭력 혐의로 재판에 넘겼고, 아내는 대구가정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남편은 재판이 시작돼서야 아내에게 사과를 하며 소송을 취하하면 체류연장을 해주겠다고 회유했다. 아내는 폭력으로 겁에 질린 상태였음에도 체류연장이 되지 않을 경우 미등록체류자가 될 것이 두려워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말았다.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은 사실상 한국 국적의 남편이 쥐고 있어 각종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안정적으로 체류를 보장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하지만 제도 개선은 더디다. 다문화가정이라는 이름으로 복지제도를 구축하고 있지만, 한국사회에 만연한 성차별과 이주민에 대한 인종차별이 교차되는 지점에 서 있는 결혼이주여성 개인의 고유한 권리는 딴판이다.  

결혼이주여성들은 귀화 신청을 할 수 있는 최소기간인 2년을 채우기까지 결혼이민비자로 입국해 체류기간을 연장하면서 살고 있어 체류 자격이 불안정하다. 특히 체류를 하기 위해서는 한국인 배우자의 신원보증서가 필요하다. 최초로 대한민국 사증을 발급받고자 할 때에도 필요할 뿐만 아니라 2년 후 돌아오는 체류기간 연장 신청에도 필요하다. 이때 남편이 거부하면 미등록체류자가 된다. 결국 체류연장제도가 남편과 남편 가족에 의한 인권침해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셈이다. 결혼이주민들은 불만족스러운 혼인관계나 가정폭력 등의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렵다.

실제로 이주여성쉼터에 근무하는 활동가는 “가정폭력을 일삼은 남편을 신고를 하려고 했다가 ‘한국에 살 수 없게 해주겠다’며 체류연장을 위한 신원보증을 해주지 않겠다는 협박을 받는 경우는 흔하다”고 전했다. 그렇다보니 관계가 틀어지지 않도록 애초에 신고를 하지 않고 참는 경우도 많다. 일상에서 말을 듣게 하고 통제하는 수단이 된다. 또 폭력을 피해 집을 나가서 남편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경우에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주여성이 짊어져야 한다. 폭력의 피해자임을 입증하면 체류 연장에 도움을 받을 수 하지만 이들 이주여성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남편의 비협조로 체류자격을 얻지 못해 미등록체류자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강혜숙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한국인 남편에게 가정폭력 피해를 입은 후 무서워서 집을 나가는 경우 남편이 신원보증을 해제하거나 체류기간 연장에 신원보증을 하지 않아 미등록체류자가 되는 경우를 흔히 본다”고 했다. 또 부인이 폭력을 피해서 가출한 것이 가정 파탄의 원인이라며 송달이혼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배우자가 부인의 체류연장에 신원보증도 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출한 아내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피해자임에도 체류연장의 예외사유로 인정받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혼인단절 결혼이주민의 경우 체류자격 유지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78.5%에 달했다. 귀화 전 결혼이주민이 체류와 이혼을 동시에 원할 경우, 미등록 체류가 될 가능성이 높아 결혼이주여성의 이혼할 권리는 보장되지 않는 실정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1년 내린 결정내용에 따르면 “신원보증서는 피용자와 사용자의 관계를 규정한 신원보증법에 따른 것으로, 이를 국제결혼가정에 적용하면 국가는 사용자, 한국인 배우자는 중간 관리자, 결혼이민여성은 피용자가 되는데 이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으며 실제로 결혼이주민들은 여전히 신원보증을 빌미로 배우자로부터 협박을 경험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을 차려놓고 큰절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 뉴시스·여성신문
결혼이주여성들이 설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을 차려놓고 큰절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 뉴시스·여성신문

이 문제는 중개업체를 통해 국제결혼을 한 부부가 크게 늘어난 데다 이들 간에 폭력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일부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는 점이다. 결혼이민비자(F6)를 받아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016년 기준 15만2374명이다. 한국인과 결혼으로 귀화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는 11만4901명이다. 결혼이주민 수는 전체 이주민의 14%나 차지하고 있다. 결혼이주는 국제결혼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한국남성과 외국여성의 결혼은 2016년 한해 1만4800건 수준이고 국제결혼의 증가로 늘어난 결혼이주민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강혜숙 대표는 “국제결혼 부부 사이에서 폭력이 더 많이 자주 발생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권력 불평등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남자들이 내면화한 가부장제 남성권력에서 비롯되는 남녀불평등과, 또 나이 차이에서 발생하는 권력, 가난한 나라 출신이라는 점에서 국가 간 권력도 작동한다. 그렇다보니 권력 불평등이 심할수록 폭력이 더 심하고 자주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불시 단속으로 붙잡힌 불법체류자에는 이주노동자 뿐만 아니라 가정폭력 피해자도 적지 않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F6비자 중에서 신규 불법체류자가 한해 1천명 이상 발생한다. 이들은 강제퇴거 대상이다.

그렇다보니 미등록체류자가 된 이주여성은 더욱 열악한 환경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미등록체류자는 등록된 이주노동자보다 나쁜 조건에 놓이고, 특히 이주여성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사회 분위기에서 유흥업소나 성매매에 노출될 위험도 더 높다.

강 대표는 아내를 협박하거나 이용·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남편들은 자기가 있어야만 아내가 국내에 체류가 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국제결혼에서 한국 배우자가 신원보증 주체가 되는 그 자체가 위력이고 평등한 부부관계를 막는다”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신원보증서의 제출 의무를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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