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GM·테슬러가 찾는
자동차 시트 부품업체
직원 3명·자본금 2000만원서 시작
25년 만에 연매출 1500억 올려
3년 전 안마의자 시장 진출
업계서 유일한 국내 제조·판매
마케팅 비용 줄여 가격거품 덜어
2020년 체험 공간 300곳으로…
“오레스트 써보면 다시 찾을 것”

유기덕 덕일산업주식회사 회장 / 오레스트 주식회사 대표이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유기덕 덕일산업주식회사 회장 / 오레스트 주식회사 대표이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중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세계시장 경쟁력을 갖춘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s·강소기업)’. 덕일산업은 자동차 부품 업계 히든 챔피언으로 꼽힌다. 현대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테슬러 등 국내외 완성차업체에 자동차 전동시트용 스위치를 공급하며 미국 FCI, 일본 오므론에 이어 전동시트용 스위치 세계 3위에 올랐다. 매년 30%씩 매출이 오르면서 회사도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덕일산업이 안마의자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경기 평택시 덕일산업 공장에서 만난 유기덕(59) 덕일산업 회장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사람들은 단지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 삶의 질에 관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안마의자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상당수 제품은 수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품질에 대한 불만도 높은 편이라 기술력을 갖춘 우리에게 승산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미래 먹거리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안마의자는 뭉친 근육을 풀어주거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건강의료기로 최근 인기가 높다. 지난해 시장규모가 7000억원으로 10년 새 30배나 늘었다. 덕일산업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품질과 AS에 만족할 수 있는 안마의자를 만들자는 구호 아래 2014년 생활과학사업부를 만들어 안마의자 연구개발에 돌입했다. 3년의 준비 끝에 지난 2017년 자회사 오레스트(Orest)를 설립하고 제품을 출시했다. 마케팅 홍수 속에 오레스트가 내세운 전략은 ‘메이드 인 코리아’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안마의자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계약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부터 2018년 1분기까지 접수된 안마의자 관련 상담 건수(4315건)를 조사한 결과, 과도한 위약금 등 계약 관련 상담건이 1520건으로 가장 많았고, 뒤 이에 품질에 대한 불만(1255건), AS 불만(631건), 가격·요금(94건), 안전(94건) 불만이 많았다.

유기덕 오레스트 주식회사 대표이사가 7일 경기도 평택시 덕일산업주식회사 회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유기덕 오레스트 주식회사 대표이사가 7일 경기도 평택시 덕일산업주식회사 회장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유 회장은 “자동차 부품을 만들던 기술력으로 안마의자를 만들기 때문에 품질은 자부한다”며 “안마의자는 건강을 위해 사용하는 제품이고, 가격이 비싼 만큼 안전하고 잔고장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평택 공장에서 모든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 비용을 줄여 가격 거품을 빼서 소비자들에게 ‘가성비’ 높은 제품을 선보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은 덕일산업 창업 초기부터 정공법으로 영업망을 뚫었다. 금형 업체에서 9년간 일한 그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30평 정도 규모의 공장에서 자신만의 금형 회사를 시작했다. 유 회장은 “자본금 2000만원은 전셋방 보증금을 뺀 돈이었다”며 “아내가 믿어줘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기술만큼은 자신 있었지만 신생 업체와 계약하려는 회사는 찾기 힘들었다. 당시 자동차 부품 대부분은 해외 제품에 의존하고 있었다. 유 회장은 해외 제품에 품질이 뒤지지 않으면서 가격은 절반으로 낮춘 제품을 만들어 업체를 찾아 다녔다. 발품을 판 덕분에 첫 계약을 맺은 뒤부터는 일사천리로 제작 요청이 빗발쳤다. 결국 품질은 뛰어나고 가격은 낮춘 기술 중시 경영이 덕일산업의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매년 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덕일산업은 오는 6월 경기 동탄에 1만1570㎡ 규모의 덕일 통합연구소를 완공할 예정이다.

덕일산업은 제품의 금형 설계부터 제작, 사출, 조립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통합공정의 기술과 설비를 갖췄다. 오레스트도 마찬가지다. 유명 모델이나 과도한 홍보비를 쓰기 보단 제품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포부다. 무엇보다 ‘건강하고 투명한 회사’를 브랜드 가치로 내세운 만큼 보다 쉽게 오레스트를 체험할 수 있도록 ‘오레스트 힐링 체험존’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현재 70여곳에서 오레스트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다.

유 회장은 “내년까지 국내 300여 곳에 안마의자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직은 오레스트라는 씨앗에 싹이 나고 뿌리 내리도록 물을 주는 시기”라며 “하루아침에 아름드리 나무가 되길 바란다면 그건 장사꾼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가 인정해줄 때까지 길게 내다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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