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비디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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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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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비디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나난. <사진·사이다>

멋진 쿨걸들이여 내게로 오라, 라고 외치자마자 한 여자가 걸려들었다. 본인은 극구 쿨걸이 아니라고 우겼지만, 어허? 쿨한데? 우리 심심한데 대화나 한 번 해볼까? 그녀를 막 껴안으려는 찰나, 화들짝 그녀가 말했다.“전지현이 나오는 CF 아트워크 작업도 했구요.”

잠깐, 여기서 설명. 전지현이 히죽히죽 웃으며 다이어리에 잔뜩 적힌 클럽파티 약속을 체크하더니 “너 특별하니?”라고 속삭이던 광고를 기억하나? 거기서 전지현이 들고 있던 다이어리는? 바로 그걸 만든 인간. 바로 그녀다. 지금은 (비밀이지만) GOD의 후속곡 0%, 그리고 이현우와 신인그룹 러브홀릭의 뮤직비디오를 만드느라(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신 없이 바쁘지만 재미도 철철 넘친다는 그녀. (주)나난의 전략기획팀 차장. 그런데 이름이 나난?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

“네. 본명은 따로 있구요. 친구들이 지어준 이름입니다. 에, 또! 지금은 019 카이 매거진을 만들지 않는다고 하여 절대 망한 게 아닙니다!”

어쩐지. 카이 매거진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온라인 카이 컨텐츠를 만들고, LG 019의 스타 모닝콜 대본 작업을 하면서 에 글과 그림이 있는 칼럼을 연재중이다. 그뿐 아니다. “전반적인 cultural contents와 total media에 관한 모든 일들을 해보고 싶어요(뭔 소리야?)”라는 말에 걸맞게 하는 일이 뭐 이리도 많은지, 그걸 다 적다보면 나난 특집호를 만들어도 지면이 모자랄 게 분명해 얼른 그녀 입을 틀어막았다.

“일? 재미있죠, 당연히. 남자친구가 없어도 재밌습니다. 일이 노는 거고, 노는 게 일이 돼버렸어요.”

어머나. 남자 친구가 없어?

“어머나라뇨? 일이 재밌는 여자에게 남자친구가 있다면, 그 남자친구가 정말 불쌍하지 않겠어요? 같이 동업을 하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에이 정말? 소문엔 남자들에게 관심 많다던데?

“하하. 관심 없다는 소리는 안 했어요. 저는 나난의 법칙이라 세웠는데요. 제가 바쁠 땐 술 산다, 무슨 파티가 있다, 누구 잔치다, 와라, 사준다, 이런 것들이 많은데, 제가 좀 한가해서 만나자 하면 막상 그 날엔 다들 바쁘대요. 그럴 때 아, 이 참에 준비된 남자친구가 있다면… 이런 생각이 들죠. 뭐 그때 빼면?(어깨 으쓱)”

그럼 이 여자, 아무리 일이 재밌다지만 오로지 일만 하나?

“요즘 관심사라... 새로 이사할 사무실 인테리어와, 내 여자 친구들이 좋아하는 아니, 짝사랑하는 남자친구들에 관한 고민상담.”

친구들 고민을 잘 들어 주나봐?

“하하. 전문이죠. 제 친구들 중에서 제가 그나마 남자경험이 많거든요. 거의 산전수전을 다 겪어봤으니까요.”

저런, 웬 산전수전? 이제 겨우 스물다섯인 그녀에게 무슨 일이?

“좀 엽기적이긴 하지만 제 눈앞에서 남자친구가 섹스 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구요. 제가 잠깐 일 때문에 해외에 나간 사이에, 남자 친구가 제 친구더러 사귀자고 했단 소리도 들었구요. 뭐 이런 류요. 드라마에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긴데요. 여자, 술, 도박, 거기다 카드 빚, 보증… 으… 지금은 말끔히 씻었지요. 남자는 믿음 천당, 불신 지옥이에요.”

헉. 어째 이런 일이? 이렇게 다 산 듯이 굴지만, 그녀는 사실 명랑 소녀다. 항상 웃고 있는 그녀, 또 아이디어걸로 통한다. 유명하다. 어디서 그런 기발한 생각들이 나올까?

“저의 아이디어는 좋은 환경에서 비롯됐던 것 같아요. 사람은 보이는 게 아는 거라고...”

그런데 듣자니 홍대앞 클럽 골수 멤버라던데?

“제가 ‘다음’에 있는 ‘테크노와 클럽을 좋아하는 사람들의모임(cafe.daum.net/CLUB-MI)’의 운영자예요. 요즘은 클럽엘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한 번 가면 제대로 놀아요. 찔끔찔끔 미적지근하게 노는 건 흥미 없어요. 내친 김에 확 노는 걸 좋아해요.”

또 뭘 좋아해?

“피티 밀크티와 아디다스 신제품. 인터넷 쇼핑과 다음카페 웹서핑. 클럽과 젝콕과 기네스와 단호박과 샐러드의 조화와 짧은 거리도 택시 타는 것과-가끔 버스 타서 오늘은 모범적인 생활을 했어, 라고 느끼는 것과 디지털 카메라로 사실주의에 입각한, 친구들의 엽기적인 모습 찍는 것과 금붕어 삼치와 갈치에게 밥 먹이는 것과 길게 똥줄이 다 나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것, 아이디어 신제품 사 재끼기.”

헉. 아직도 끝이 아냐? 잠깐, 잠깐. 짧게 해줘.

“하하. 그리고 마음이 맞는 광고주와 거침없이 미팅을 하고 난 후의 담배 한 모금과 선우정의 쌈밥과 피어싱 사기, 몇몇 부류의 친구들과 수다 떨기. 기다리세요. 계속 합니다. 디제이도 알지 못하는 죽이는 테크노 음악 찾아내기. 나는 그런 고민을 한 적이 없는데 친구들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간접 경험하기. 오랜만에 전화 온 사람들에게 전혀 미안한 척 하지 않기. 아이라인 눈 밑에 번진 채로 돌아다니기, 남자친구가 생기면 제일 먼저 할 것들을 친구랑 같이 생각하고 기억하기. 아, 좋아하는 것 또 있다. 민증 까라고 할 때.”

그만, 그만. 싫어하는 건 없어?

“한 달에 생리 2번 할 때, 머리 꼭 안 감았을 때 중요한 미팅 있는 것, 유난히 말 버벅 되는 날, 자꾸 불어나는 뱃살, 카드값 연체되는 것, 여자, 술, 도박을 갖춘 남자. 음… 근데 싫어하는 것보다 좋은 게 더 생각나네?”

윽 더? 그만. 그만. 이만 끝.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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