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나이키 '위대한 페스티벌' 토크쇼
배우 이청아, 자신의 인생에 영향 끼친 세 가지 이야기
'엄마'·'긴 여행'·'찬란한 나의 30대'
"나를 스스로 규정하면 콤플레스 생겨요"

배우 이청아가 9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인근에서 열린 나이키 주최 스포츠 문화 축제 ‘위대한 페스티벌’ 프로그램 ‘위대한 토크쇼’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배우 이청아가 9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인근에서 열린 나이키 주최 스포츠 문화 축제 ‘위대한 페스티벌’ 프로그램 ‘위대한 토크쇼’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진수 여성신문 기자

“우리의 위대함이란 무엇을 이뤄냈을 때가 아니고 항상 각자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 이청아가 청중 앞에 섰다. 9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인근에서 열린 나이키 주최 스포츠 문화 축제 ‘위대한 페스티벌’ 프로그램 ‘위대한 토크쇼’에서 ‘당신만의 결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쳤던 세 가지 일화를 풀어놓았다.

이청아가 첫 번째 꼽은 키워드는 ‘엄마’였다. 이청아 씨의 어머니는 황란규 씨로 대학로의 연출가였다. 황씨는 2009년 ‘비정현적 파킨슨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이청아는 “엄마는 똑똑하신 분이셨지만 몸을 등한시했다. 엄마가 시간이 지나면 넘어지고 물건을 떨어뜨리는 거다”라고 했다. 이후 이청아의 가족에게는 변화가 왔다.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고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평생 운동을 하지 않던 이청아는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청아는 “”20대 초반에 병원에 가니 갑상선 저하증 진단을 받아서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일도 쉬고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일을 쉬는 게 무서웠고 평생 운동을 안하던 사람이라 운동을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운동을 하면 엄마에게 (그 힘이) 간다는 생각으로 했다. 엄마가 없었다면 운동에 재미를 알지 못했을 것 같다”고 했다.

황씨는 진단을 받고 약 5년 뒤 세상을 떠났다.

이청아는 “엄마는 저희 가족에게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법과 인생에서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전해주고 갔다”고 했다. 그는 이후 스키, 등산, 조깅 등 다양한 운동을 시작했고 지금도 즐기고 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황씨의 기일이었다. 이청아는 “오늘 엄마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이청아가 두 번째로 꼽은 키워드는 ‘긴 여행’이었다. 어릴 때만 해도 여행가는 걸 싫어했다는 이청아는 34살이 되던 해 4달간 영국 런던과 스코틀랜드, 스페인, 체코 등을 여행했다. 당시 런던으로 떠난다는 말에 주변에서는 대부분 만류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변화를 겪기로 결심하고 여행지에서 가치 있는 시간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다.

언어의 장벽, 인종차별 등 두려운 순간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엄마의 유언을 떠올렸다. “너가 원하지 않는 걸 남들 때문에 하지 마라”는 말이었다.

이청아는 20대 때 어학연수를 가고 싶었지만 일을 그만두면 다시는 복귀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이 지배했다고 털어놨다.

여행을 다녀온 후 두려움이 사라졌다며 “런던에서 제 인생을 돌아보니 (직접) 선택한 인생이 적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이청아는 런던에서 민소매, 반바지를 입은 사진을 청중들에게 보여주면서 “한국에서는 남들이 뭐라할까봐 입지를 못했다. 하지만 다녀와서는 편안한 사람이 됐다”고 했다.

그는 “남이 봤을 때는 내가 겸손하고 얌전하다고 했지만 남들에게 잘 맞춰진 게 칭찬일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내가 흘러가고 싶은 대로 흘러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좋아하는 것에 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키워드는 ‘찬란한 나의 30대’였다.

이청아는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고정민 역할을 맡으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당시 맡은 배역은 고정민으로 ‘비바람을 겪어낸 단단한 향나무 같은 여자’가 캐릭터였다. 그는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고민하다 예전에 자신을 가르쳤던 한 영어 선생님의 말이 기억났다고 했다.

그 영어 선생님이 어느 날 자신에게 “눈썹이 너무 멋지다”며 “이 눈썹이 너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청아는 “제가 영화 ‘늑대의 유혹’을 할 때 별명이 ‘숯검댕이’였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눈썹에 대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15년 만에 제 눈썹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또 그는 30살 때 운동화를 그만 신고 구드를 사는 게 목표였다고 했다. 웬지 구두를 신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운동화를 많이 신는다. “제가 신발 사이즈가 250라 남자 신발도 신을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이청아는 “어릴 때 친구들은 나에게 ‘눈썹이 어떻게 이렇게 진해?’ ‘어떻게 발이 커?’ 이렇게 말했다. 제가 런던에서의 긴 여행과 고정민을 만나면서 내가 나를 스스로 규정지을 때 콤플렉스가 많아진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이어 “남들은 당신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어떤 립스틱을 발랐는지 신경쓰지 않는다. 남의 평가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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