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35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번 한국여성대회에서는 고 김복동 평화여성인권운동가와 서지현 검사가 여성운동상을, 불법촬영 근절을 위해 힘쓴 30여만 명의 여성들이 특별상을 수상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제35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이번 한국여성대회에서는 고 김복동 평화여성인권운동가와 서지현 검사가 여성운동상을, 불법촬영 근절을 위해 힘쓴 30여만 명의 여성들이 특별상을 수상했다. ⓒ뉴시스·여성신문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성연합)이 주관하는 ‘2019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5회 한국여성대회’가 8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개최됐다. 이번 대회의 슬로건은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 - #미투, 우리가 세상을 바꾼다’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듯 현장은 그야말로 뜨거웠다. 주최측은 참가 인원을 약 5000명으로 추산했다.

오후 6시 진행된 ‘우리는 말한다’에서 제31회 올해의 여성운동상과 성평등 디딤돌․걸림돌 선정 결과가 발표됐다.

여성운동상 수상자는 평화여성인권운동가인 고 김복동 선생에게 주어졌다.

고인은 전시성폭력 문제를 국제적 인권 이슈로 이끌어온 평화여성인권운동가이다. 1992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아시아 연대회의, 1993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세계인권대회에 참석해 전시 중 일본이 저지른 만행을 전 세계에 폭로했다. 또,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도 가진 모든 것을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바쳤다.

고 김복동 선생을 대신해 시상대에 오른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고인이 생전 병상에서 했던 “나는 희망을 잡고 살아. 나를 따라”라는 말을 전했다.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대회 참가자들로 현장 분위기는 숙연했다.

2019년 올해의 여성운동상 수상자인 서지현 검사는 시상식에 참석해 상을 받았다.

서 검사는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미투가 번져 나가는 세상이 아니라 미투가 없어지는 세상에서 사는 것입니다. 지금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임당하지 않고 맞지 않고 성폭력을 겪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사는 것입니다.“라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서 검사는 2018년 상사에 의한 성추행 피해와 검찰 조직의 부당한 대응 및 성차별을 고발해 한국사회의 미투운동의 물꼬를 텄다. 또 모든 피해자들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며 여성들에게 미투를 이어갈 용기를 줬다.

특별상에는 불법 촬영 근절을 위해 거리로 나선 30여만 명의 여성들이 선정됐다.

2018년 한 해 30여만 명의 여성들이 혜화역과 광화문 광장에 모여 ‘불법 촬영 편파수사·편파판결 규탄시위’를 통해 불법 촬영과 사법부의 불공정한 수사 관행을 규탄했다. 30여만 명 여성들의 외침은 정부의 불법 촬영 범죄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 발표로 이어졌다. 경찰은 여성 대상 범죄 근절 추진단과 전담수사팀을 신설했다.

성평등 디딤돌에는 대학 내 페미니즘 백래시(반동)에 맞서 총여학생회 폐지 반대와 재건을 위해 싸운 단체들과 한국사이버성폭력 대응센터가 수상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에서 활동하는 이효린 씨는 “한사성은 조금 바뀐 세상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모든 운동이 자기 소멸을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저희 또한 한사성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은 세상을 바라고 있습니다”라며 수상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이번 성평등 디딤돌에는 ‘미투 특별상’을 따로 마련했으며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낸 김지은씨, 촬영 성폭력 고발을 한 양예원씨, 연극계 미투를 한 이윤택 사건 공동고소인단 등 11팀에게 주어졌다.

성평등 걸림돌 수상에는 안희정 성폭력 사건 1심 재판부, 성폭력 가해자 비호에 급급한 경북대, 금융권 채용 성차별 기업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카드,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등 8팀이 선정돼 대회 참가자들의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이번 대회의 ‘우리가 말한다’ 프로그램은 말하기의 힘과 중요성을 강조하며 각 부문 수상자들의 말 하기 대회로 진행됐다.

한국여성대회는 1985년 여성평우회 등 14개 풀뿌리 여성단체가 공동으로 제1회 한국여성대회를 개최했다. 1987년 한국여성단체연합 설립 이후부터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주관으로 회원단체,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실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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