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포럼 – 공부의 모든 것]

에듀테크포럼 회원사들이 돌아 가며 재능기부로 기고하는 글입니다. 다양한 사교육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독자들께 도움 드리고자 합니다. 이 글은 여성신문의 공식적인 의견과 무관합니다. <편집자 주>

자기주도 학습의 시작, ‘질문법’

자기주도학습은 학습자가 수동적으로 교수자의 지도에만 따르는 것이 아닌, 학습활동에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주도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습자와 교수자의 수평적 관계인데, 이 수평적 관계는 학습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 교습환경에서 학습자의 참여는 보통 '질문'의 형태를 띈다. 질문을 많이 한다는 것은, 학습에서 주체적, 능동적이라는 것이고, 교수자로부터 학습내용을 일방적으로 주입을 받는 것이 아닌 ‘소통’으로 교수자와 수평적 관계를 맺는 첫 걸음이다.

이미지 ©pixabay
©pixabay

질문을 한다’는 ‘앎과 모름’을 초월한다

안다’라는 개념은 학습자마다 굉장히 다양하게 나타난다. 얼마나 아는지도 다 다르며, 어떻게 알고 있는지, 그 알고 있는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학습자마다 다양하다. ‘모른다’라는 개념도 마찬가지이다. 학습자가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모르는지도 다양하다.

질문’은 이런 다양함에서 비롯된 교습 문제에 큰 해결책이 된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이 아니다. 질문은 일방적으로 주입된 학습 내용을 주체적으로 재구성하게 도와준다. 질문을 하는 학생은, 다른 학생과 같은 내용의 수업을 듣더라도,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얼마만큼 모르는지, 얼마만큼 아는지를 정리하여 교수자의 수업을 자신이 이끄는 수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

학생들을 하나하나 코칭하면서 가장 자주 느끼는 점은 '질문을 잘 할수록 학습 능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질문을 하지 않는 학생보다 질문을 하는 학생이 더 학습 성취도가 좋았으며, 질문을 잘 못하는 학생보다는 질문을 잘 하는 학생이 더 학습성취도가 좋았다.

예를 들어, 고2때 영어 40점을 맞았던 한 학생이 코칭 첫 1주일동안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all over를 뭐라고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여기서 makers가 왜 입안이라고 해석됐는지 잘 모르겠어요."

 

위 학생은 수능 영어 98점으로 성균관대학교에 진학하였다. 수능 즈음에 한 질문은 아래와 같았다.

"level off는 그냥 뜻으로 외우는 것보다 어떤 상황에 대해서 안정적인 이미지 침착한 그런 이미지로 외우면 좋을 거 같음. 맞죠?"
“이 문장은 제가 ~~~ 라고 해석했는데, 해설지에는 -~~~ 라고 나와 있어요. 이렇게 해석해서 변형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 그렇죠?”

 

앞 질문들과 뒤의 질문들의 차이가 보이는가? 그 차이는 아래와 같다.

1. 앞 질문은 '무조건 모른다'에 치중되어 있지만, 뒤 질문은 '나는 이 정도는 알지만, 이 부분은 모른다'이다.

2. 앞 질문은 본인이 얼마나 아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지만, 뒤 질문은 본인이 얼마나 아는지를 최대한 인식하여 활용하였다.

3. 결과적으로 앞 질문은 '단순한 질문-답변'을 낳을 뿐이지만, 뒤 질문은 본인이 모르는 것과 그것을 알아내는 과정까지도 교정을 받는 '질문-교정-본질적 해결'이라는 더 효과적인 학습을 유도한다.

좋은 질문의 시작은 ‘넘버링’으로

하지만, 아이들에게 질문을 하라고 하면 질문을 아예 하지 못하거나, 억지로 비생산적인 질문만 만들어서 오히려 학습에 악영향을 미친다. 질문을 잘 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넘버링’ 방법을 추천한다. ‘넘버링’이란 한 문장의 질문을 숫자를 매겨가며 분리 및 나열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모른다’로 일관된 질문을 하는 학생들에게 넘버링을 시키면 아래와 같은 질문으로 변한다.

1. 저는 이 문장을 ‘전통이 좋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2. 해설지를 보니 이 문장의 뉘앙스가 ‘전통은 나쁘다’ 라는 식으로 흐릅니다
3. 앞뒤 문맥을 보니 제가 한 게 맞는 거 같은데,
4. 사전을 봐도 ~~라고 나와있어서, 제가 생각한 게 맞는 거 같고요
5. 그런데, 해설지의 뉘앙스와 제가 생각한 것이 왜 다를까요?

하나의 질문에 ‘1.자신의 생각 2.틀린 부분 찾기 3.틀린 부분 분석 4.자신의 노력 5.최종 질문’의 내용을 포함하도록 4~5가지 단계를 거쳐서 질문을 하도록 지도하면,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더 명확하게 구분하게 되어, 답변을 받았을 때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그리고, “질문을 논리적으로 해라!” 라는 말보다 “넘버링을 통해서 질문을 해라!”를 학생들이 훨씬 좋아하기도 한다.

질문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질문은 단순히 답을 구하는 행위를 넘어선다. 질문은 생각을 자극하고, 학습에 능동적으로 참여시키며, 장기기억에도 도움을 준다. 질문은 생각보다 큰 힘을 가지며, 넘버링은 이런 질문의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김준호 아침밥공부㈜ 대표.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했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학생지도 경험을 기반으로, 2014년 아침밥공부㈜를 설립하여 매년 천여 명의 학생들을 온라인 플립러닝으로 지도하고 있다. 페이스북 ‘아침밥공부(14만명)’ 운영 중이다.

온라인 코칭 중인 김준호대표 ©(주)아침밥공부
온라인 코칭 중인 김준호대표 ©(주)아침밥공부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