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맨십은 ‘그들만의 리그’

‘스포츠맨의 이상상(理想像)을 기술한 윤리강령이며, 아마추어 스포츠맨이 명심해야 할 경기정신’은? 답은 뻔하다. 누구나 알고 있듯 스포츠맨십(sportsmanship)이다. 프로페셔널 스포츠와 같이 관중에게 보이기 위한 스포츠를 할 때도 스포츠맨이 지녀야 할 공통의 정신자세가 있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아마추어 스포츠에서도 스포츠 본래의 정신은 살아있어야 한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늘 이 스포츠맨십을 이야기한다. 규칙을 지킬 것, 패했다고 낙심하지 말 것, 승리에 도취하지 말 것, 경기를 즐길 것 등을 규정한 ‘페어 플레이’ 정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렇게 멋진 이념인 스포츠맨십에 딴지를 걸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스포츠맨십은 여성을 배제한 다분히 남성중심의 발상이며 이러한 스포츠 정신은 그대로 우리의 스포츠 현실에서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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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신문>

스포츠맨십=기사도 정신

스포츠맨십, 먼저 반여성적인 시대정신에 비판을 가하고 싶다. 스포츠맨십이 유럽에서는 기사도 정신으로 불린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기사도란 영웅이 갖추어야 할 이상적인 품성으로서, 모든 사람들이 본 받아야 할 최고의 모범으로 인정됐다. 그러나 본래 ‘기사도(Chivarly)’는 ‘말’을 뜻하는 프랑스어 ‘슈발(Cheval)’에서 유래됐고, ‘기사’를 뜻하는 ‘Knight’ 역시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특권이 허용된 젊은 남자’를 지칭한다. 보통 사람들은 무기나 말을 지닐 수가 없었으니 ‘기사’란 당연히 가문이 좋고 부유한 젊은이들이었고, 이들이 만들어낸 ‘기사도’ 역시 ‘제도를 유지하려는 특권계층의 시대정신’이었던 것이다. 승부의 이름으로 전쟁을 비롯한 모든 폭력이 허용됐고 인권이 유린됐으며 성의 대가도 주어졌다. 하지만 그들은 영주로부터는 우대를, 국민으로부터는 인정을, 여성들에게는 선망을 받았다. 즉, 기사도 정신은 봉건적인 시대상황에서 특정 계층의 남성에게 부여했던 ‘이상상’일 뿐이었다.

스포츠맨십이 철저히 봉건적인 사회제도를 기반으로 한 남성중심의 시대정신, 기사도 정신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기사가 저지르는 모든 행위, 위계성, 폭력성, 공격성, 승부성까지도 정당화되었다. 그런데 지금의 스포츠 세계 역시도 이면에는 스포츠맨십과 스포츠기술이란 미명 하에 ‘과장된 남성성’이 끝없이 강요되고 있다.

<여성의 스포츠 활동을 통해 본 성별정치학>으로 석사논문을 발표한 김나연(29. 이화여대학원 여성학과 졸)씨에 따르면, “룰에 따라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스포츠맨십은 한편으론 승리지상주의를 일깨우고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정당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축구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승부차기를 하거나 농구에서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덩크슛으로 상대적으로 약한 대상을 제압하는 것”을 예로 들면서 “스포츠 세계에서 여성은 ‘남성화’되거나 혹은 ‘대상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선수는 들러리나 눈요깃감?

여성이 전문 스포츠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여성성’을 포기하고 ‘남성성’을 제대로 획득해서 공평한 경기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든지, 아니면 단지 ‘볼거리를 제공해주는 여성’으로 남는 것이다. 스포츠의 중심은 남성이며 여성은 단지 들러리에 불과하다. 현재 스포츠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선수들을 보면 대개 짧은 스포츠형 머리에 키가 크고 체격이 좋아 ‘남성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몸매가 확연히 드러나는 짧은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르는 여성선수들도 있다. ‘경기력 향상’이라는 주문을 달고 있지만, 테니스 선수들의 스커트는 갈수록 점점 더 짧아져 아찔함마저 느끼게 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처음 여자 프로농구가 치러질 때 선수들이 ‘쫄쫄이’를 연상케 하는 옷을 입고 코트를 뛰었던 것을 기억하는가? 여기에 선수들이 ‘쫄쫄이는 싫어요’라는 현수막을 내 건,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여자 프로농구 삼성생명의 포워드 박정은 선수(26)가 구단측에 “새 유니폼을 맞춰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유난히 짧은 유니폼 때문에 경기 도중 배꼽을 비롯한 속살이 빈번히 공개된 것은 물론이고, 험한 몸싸움으로 옷이 찢어지는 건 일쑤였다. 박선수는 “파울을 당해 코트에 쓰러지고 나면 곧바로 유니폼 상의부터 추스르게 되는 등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어찌보면 여자선수들은 경기장을 찾아온 관객들에게 ‘성적매력’을 전달하는 눈요깃감이 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성별과 나이, 신체적 차이에 상관없이 스포츠에 참여하는 인구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스포츠 활동을 통해서 단지 육체적인 건강 뿐 아니라 즐거움, 성취감, 일체감 같은 정신적인 가치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폭력과 위계질서 같은 낡은 봉건사상에서 기원한 스포츠맨십이 이 시대 진정한 스포츠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까?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찾은 곳은 1997년 창단해서 현재까지 모두 66명의 회원이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중인 여성소프트볼동호회 ‘떳다볼’이다.

팀플레이로 자매애 확인

이 동호회 회장 배새롬(26)씨는 “승부에 집착하지도 않고 서열을 정하지도 않습니다. 때문에 어느 한 사람에게 힘이 실리지도 않죠. 모두가 손발을 맞춰 하나가 된 기분으로 멋진 게임을 이루어 내는 거예요.”그들에겐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여성체육인은 모든 것에서 차별을 받고 있어요. 우선 ‘스포츠는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생각에서 차별 받고 있고, 스포츠 정보와 시설을 공유하는 것도 힘들어요. 전용구장을 빌리는 건 상상도 할 수 없구요. 하지만 여성들의 팀플레이를 통해 ‘공동체 의식’보다 더 진한 ‘자매애’를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이들은 스포츠에 참여하기 위해 자신의 ‘여성성’을 ‘남성성’으로 맞바꾸지도 않았고, ‘승리지상주의’에 열광하며 ‘폭력’과 ‘서열주의’를 정당화하지도 않는다. 스포츠맨십은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 스포츠의 주변부에서 당당하게 중심으로 일어서려는 이들에게서, 스포츠맨십의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는 스포츠우먼십을 조심스럽게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감현주 기자soo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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