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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봄을 말하기엔 좀 이른 3월 초 저녁. 서울 연남동에 위치한 ‘날으는 어린이집’ 마당엔 색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타오르는 장작더미 사이로 고구마는 익어가고 양손에 목장갑을 낀 선생님이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가 재밌는지 익어가는 고구마가 궁금한지 아이들은 눈을 뗄 줄 모르고 연신 군침만 삼킨다. 장작에 쓸 나뭇가지는 마포구에 위치한 성미산에서 청소 겸 땔감으로 주워왔다고 자랑이다.

풋풋하고 정겨운 풍경! 공동육아어린이집이기에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날으는 어린이집이 문을 연 것은 1995년 8월 15일. 그해 1월부터 준비모임을 만들어 조합원을 모으기 시작해 작은 터전을 이룬 것이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이 유명한 것은 독특한 교육 방식 때문이다. 선생님이 만든 교육 프로그램 그대로를 일방적으로 주입하지 않고 교사와 학부모, 어린이들이 함께 모여 교육을 만들어 간다. 그 단적인 예가 ‘날으는’이라는 이름이다. 어떤 이름을 지을까 함께 고민하던 중 아이들의 절대적인 지지로 만들었다. 어법상 틀린 단어지만 아이들의 표현방식을 존중해 그냥 붙였다고 한다.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는 절대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 산으로 들로 마당으로 맘껏 뛰어다니며 논다. 다섯 살 누리의 엄마 한정원(34)씨는 “공부를 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이곳을 선택했다”며 “어릴 적부터 한글, 영어에 요즘은 컴퓨터, 악기까지 조기교육이 판치는 사회다. 이런 시대에 아이들이 맘껏 놀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웬만한 결심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더구나 그냥 노는 것이 아니라 매일 산나들이에 앞마당에서 채소와 꽃을 키우고, 물놀이, 모래놀이, 마당놀이를 맘껏 할 수 있다. 공동육아어린이집의 프로그램이 이렇다 보니 공간도 마당이 있는 일반 주택이고, 운영방식 역시 독특하다.

한씨는 “단순히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 지역 사회가 함께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 간다”고 밝혔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들이 참석하는 회의가 많다. 공동육아조합이다 보니 조합원이 모여 직접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프로그램에 대해 함께 논의한다.

한씨는 “부모인 내가 편하려면 아이만 맡겨도 되는 곳을 찾았다”며 “그러나 누구나 부모가 될 수는 있지만 제대로 부모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없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며 힘들어도 아이와 함께 공동체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공동육아어린이집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아이들 교육뿐 아니라 지역활동에도 많은 참여를 하게 된다. 그 단적인 예가 성미산 지키기(본지 716호)다. 아이들의 나들이 터인 성미산이 파괴되면서 적극적으로 부모들이 나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환경에 관심을 갖고 지역사회에 관심을 갖게 된다. 말 그대로 지역 운동이 바로 일상이 된다. 또한 엄마뿐 아니라 아빠 역시 교육에 함께 참여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모든 일을 항상 가족이 의논하게 된다.

현재 날으는 어린이집에서는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 두 살부터 일곱 살까지 30명 되는 아이들이 선생님 6명과 함께 지낸다. 아이들은 나이에 따라 도글방, 통통방, 소근방, 알당방으로 나누어 지내고, 어린이집에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은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토요일은 3시까지다. 초등학생들인 방과후(풀잎새) 모임은 현재 17명이 2명의 선생님과 또 다른 터전에서 지내고 있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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