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언/ 호주제폐지를 위한 시민의 모임(http://antihoju.jinbo.net)

저와 절친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이혼을 비롯해 최근 늘고 있는 다양한 가족들의 모습은 하나의 선택일 뿐이며, 이에 대하여 제3자가 도덕적인 가치판단을 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우리 사회가 호주제라는 법으로 지지해 주는 ‘정상성’에 대한 강요가 엄존하는 현실에서, ‘법은 문제가 없는데, 사회적 편견이 문제’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제가 호주제 폐지를 가열차게 외치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정상성에 대한 강요는 폭력이다!!”

‘강요’라는 이 말 자체는 그렇게 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법이란 것은 강제성을 띠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정상적으로 (민주주의 이념에 충실하게) 살도록 강제성을 띠는 것이 뭣이 나쁘겠습니까.

문제는 ‘정상성의 범위’입니다. 법은 제도적 보장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정상성의 범위가 어디까지 제도적으로 보장되는지 그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정말 다행인데요, 우리의 헌법은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정상성의 범위가 전혀 문제없습니다. 우리의 가족생활(가족제도)에 대해서 헌법(36조1항)은 개인의 존엄, 양성평등을 국가가 보장한다고 했으니까요. 그러나, 헌법이 이렇게 정상성의 범위를 매우 넓게(양성평등하게 개인의 존엄을 존중하도록)지정했는데도 불구하고 가족법(호주제)은 이렇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자 그럼 헌법을 고쳐야 할까요? 가족법을 고쳐야 할까요?

현행 가족법(호주제)이 문제없다면 우리 헌법은 현행 가족법(호주제)에 대한 제도적 보장을 해야 할 것입니다(호주제를 기준으로 한 정상성의 범위에 관한 제도적 보장 즉 부계혈통의 당위에 대한 제도적 보장). 만약 우리 헌법이 이렇다면 호주제는 헌법정신에 매우 충실한 제도가 되겠죠. 그러나 앞에서 지적했듯이 우리 헌법은 이렇지가 않습니다. 필자뿐만 아니라 법을 연구하시는 분들도 이렇게 말씀을 하십니다.

“헌법 36조 1항은 우리의 전통적인 가족제도(부계혈통을 기준으로 한 가족제도)를 제도적으로 보장(강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기초로 성립시킬 것을 말하는 것이다. 앞으로 입법 등으로 도입, 형성해야 할 제도(구체화 하여할 입법의 목표)라고 봐야 한다...”

좀더 쉽게 설명하면 이런 뜻입니다.

“우리 헌법 36조 1항에 우리의 가족제도(호주제를 근간으로 한 가족제도)는 어울리는 것이 아니다. 헌법 36조 1항에 위배된다. 앞으로 새로운 법을 만들고 도입해야 한다. 즉, 가족법을 고쳐야 한다. 그것이 우리들의 목표다.”

정상성에 대한 강요는 폭력이라는 것, 문제는 정상성의 범위라는 것, 이것을 헌법정신에 맞게 제대로 고쳐야 한다는 것. 이제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이것이 호주제 폐지 문제에 접근하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호 유재언씨의 호주제칼럼은 지면에는 게재되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착오없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