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여성발명협회 이인실 신임 회장
30년 경력의 지식재산 전문가
“기발한 아이디어 만 있다면 사업가가 될 수 있어요“
“NGO 활동과 국제적 감각 협회에 접속시킬 것“

한국여성발명협회 이인실 신임회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발명협회 이인실 신임회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싱글맘·경력단절 여성 등 경제적으로 자립이 절실한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들의 자립을 돕겠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여성발명협회가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는 협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난달 20일 특허청 산하기관이자 세계지식재산권기구 NGO(비영리 민간단체) 회원기관인 한국여성발명협회 제10대 회장에 취임한 이인실(58·청운국제특허법인 대표) 회장은 앞으로의 포부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1985년 변리사 시험에 합격한 뒤 특허와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일해왔다.

그는 한국여성발명협회 설립 초기부터 자문을 해왔으며 협회 임원으로도 10여년 동안 활동해왔다.

“30년간 변리사를 해왔던 경험을 접목할 수 있다는 생각에 협회에서 여러 번 제안이 왔을 때 결국 수락했습니다. 제 노하우가 여성 발명인들을 위해 가치 있게 쓰이기를 바랬거든요.”

그는 여성발명협회는 좋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다면 누구에게든 문이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보통 협회들은 관련 기업들이 가입하지만 우리 협회는 모든 여성들이 문을 두드릴 수 있습니다. 그 점에서 다른 협회와 달라요. 올해는 협회를 널리 알리는 홍보 활동에 집중할 겁니다. 여성 발명인을 위한 협회의 지원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몰라 도전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거든요.”

평범한 주부들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발명협회의 지원 아래 발명된 제품들은 시장에 출시돼 큰 호응을 얻었다. 다진 마늘을 한번 쓸 분량만큼 얼렸다 손쉽게 꺼내쓸 수 있게 개발한 냉동용기 ‘알알이쏙’은 현재 이유식 보관용기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또 옷을 옷걸이에 거는 게 아니라 책처럼 갠 후 세워서 꽂는 의류정리기도 공간 활용을 6~10배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어비타도 ‘자동차용 공기청정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여성의 아이디어로 틈새시장을 공략한 케이스입니다. 저는 이 같은 여성들의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이어지도록 2년 임기 동안 여성 경제인 양성에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자금이 부족해 중도 포기한 여성들도 많았던 만큼 정부에 금융 지원책 마련 등 정책 제안도 해나가야 되겠죠.”

그는 여대생 발명동아리 지원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접 교육도 해주고 창업을 할 수 있게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과학과 법률에 익숙한 그이지만 실은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문학도이다.

“당시에는 요즘처럼 공대생, 약대생 아니면 법대생들이 주로 변리사 시험을 치르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을 했어요. 저는 전문직 여성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기 때문에 2년 간 공부에 몰두했어요. 그 결과, 단 2명만을 뽑는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는 국내 3호 여성 변리사로 1985년 김앤장에 입사해 10년을 일에만 몰두했다.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1995년 프랑스로 건너가 로베르슈멩 대학교에서 1년간 CEIPI(지식재산권법)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또 현지 경험을 쌓고 싶어 1년은 프랑스 법률 사무소에서 일했다.

“당시 이미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었는데 7살, 4살 딸 두 명을 남편에게 맡기고 프랑스로 갔어요. 남편은 제가 한번 마음먹은 일을 꼭 실천하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말릴 생각도 못 하고 동의해줬어요.”

그는 프랑스에서 주부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모습을 자주 보았다. 비단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것이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프랑스는 워킹맘으로 살기가 더 나을 것이라 생각했는 데 변호사를 하는 여성들도 육아 때문에 일하면서도 너무 힘들어 했어요. 결국 여성의 육아는 사회가 도와줘야 하는 부분이며, 여성들이 힘을 합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워싱턴대학교 로스쿨 LLM(법학석사) 과정도 마쳤다.

그는 전문직여성 한국연맹(BPW)에 가입해 멘토 역할도 하며 여성들을 도왔다. 그러다 2013년에서 2015년까지 BPW 회장을 맡았고, 2014년에서 2017년까지 BPW 동아시아지역 의장도 지냈다.

그는 “BPW 등 NGO에서 활동했던 경험들, 해외에서 살면서 익혔던 국제적인 감각이 여성발명협회를 운영하는 데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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