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관심이 비건패션으로…
1일 LA서 비건패션위크 열려
패션계, 모피 퇴출 대세
더 나아가 가죽까지 퇴출
G마켓 페이크퍼·신소재 성장세
업계서도 RDS인증 붐

페이크퍼 코트. 신발까지 인조피혁으로 멋을 냈다. ⓒ낫아워스 제공
페이크퍼 코트. 신발까지 인조피혁 제품이다. ⓒ낫아워스 제공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비건패션이 패션계 화두가 됐다. 지난 1일 로스엔젤레스에서 비건패션위크가 성황리에 열렸다. 동물권과 환경주의에 관한 포럼까지 마련됐다. 지난해 9월 세계 4대 패션쇼 중 하나인 ‘런던 패션 위크’는 모피로 만든 모든 옷들을 런웨이에서 퇴출시켰다. "윤리적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의 소비자들은 피 묻은 동물의 가죽을 입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샤넬과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지난해 한발 더 나아가 동물 가죽을 이용한 제품을 만들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도 비건패션에 관심이 높아졌다. 비건은 채식주의 중 유제품과 달걀까지 먹지 않는 가장 ‘엄격한 채식주의’를 뜻한다. 이 단어에서 파생한 ‘비건패션(Vegan Fashion)’은 생산과정에서 동물 학대를 수반한 동물 가죽이나 털을 사용하지 않고 제작한 옷과 가방 등을 뜻한다. 모피 의류 반대에서 시작한 비건패션은 거위와 오리털인 구스다운, 소·악어·뱀 가죽, 양·산양 털 반대에까지 이어졌다. 

관심은 관련 상품의 매출로 이어졌다. G마켓에 따르면 2017년 페이크퍼 상품은 전년 대비 24% 성장했고 거위털과 오리털의 대용으로 알려진 신소재 웰론 상품은 여성용 94%, 남성용 45% 성장했다. 이번 7월 5일에는 국내 최대 비건 전문 전시회 ‘제2회 비건 페스타’가 열릴 예정이다. 비건식품과 더불어 비건패션, 생활소비재 등을 전시한다. 지난해 ‘제1회 비건페스타’는 총 114개 업체가 참가해 1만4,700여명이 방문했다.

비건패션에 대한 관심은 반려동물 인구의 증가와 동물권에 대한 성숙한 시민의식이 윤리적 소비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여진다. 통상 송아지 가죽은 태어난 지 6개월 미만의 송아지를 이용하고, 송치가죽(털을 조금 남긴 상태로 가공한 가죽)은 어미 소의 뱃속에서 6개월 정도 된 태아소를 끄집어내 제작한다. 또 목도리와 의류 장식소재로 사용되는 토끼와 라쿤 털은 윤기있는 털을 얻기 위해 산 채로 가죽과 털을 뜯어낸다. 스웨이드(소·양), 울(양), 앙고라·캐시미어(산양), 기타 가죽(뱀·악어) 등도 생산 과정이 다르지 않다. 윤리적이지 않은 생산 과정에 소비자들은 반발한다. 

평소 의류를 구입함에 있어 엄격하게 동물 착취 의류를 배제한다는 장덕경씨는 “어린시절부터 동물과 함께 자라 동물의 소비에 대해 생각이 복잡했다”며 “건강상 문제로 비건 식단을 실천할 수 없다 보니 크루얼티프리를 실천할 수 있는 패션과 물품에 대해 엄격하게 실천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최근 아웃도어 패션업체 사이에서는 RDS(Responsible Down Standard) 인증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RDS 인증은 깃털을 채취하는 오리와 거위의 사육 및 도축부터 가공, 봉제 등 다운 제품에 대한 전 생산과정에서 안정성 및 동물 학대 여부를 확인하는 인증 프로그램이다. RDS 국제인증기관인 컨트롤유니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에서 RDS 인증을 받고 있는 업체는 2015년 7개, 2016년 16개, 2017년 29개, 2018년 47개로 늘어나는 추세다.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K2 등 아웃도어 업체들이 인증을 받았다. 

국내에 비건패션만을 내세운 업체는 아직 많지 않다. 비건타이거, 낫아워스 등이 대표적인 비건패션 브랜드다. 비건패션 브랜드 낫아워스의 신하나, 박진영 공동대표는 비건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페이크퍼의 경우 모피에 대한 인식이 나쁘다 보니 오히려 반응이 좋다”며 “기존에는 인조가죽으로 좋은 제품을 만들지 않아 인식이 나빴지만 좋은 제품을 만들어 보이자 인식이 변하는 것을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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