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간 검색 낙태병원 7곳 찾아
SNS 홍보하는 병원까지 있어
유착방지제 강매하는 곳도…
임신중절수술 대안 미프진
미프진 정보 부족 이용한 사기·성범죄
박슬기 의사 “수술 불법인 상황은
많은 문제 야기할 수 있어”

페미니스트 단체 ‘페미당당’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미프진(임신중절약) 자판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페미당당 제공
페미니스트 단체 ‘페미당당’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미프진(임신중절약) 자판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페미당당 제공

 

임신중절 병원 광고. 메일을 보내자 2분이 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여성신문
임신중절 병원 광고. 메일을 보내자 2분이 되지 않아 답장이 왔다. ⓒ여성신문

포털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낙태’를 검색하자 한 병원 광고가 떴다. ‘안전하고 깨끗한 시설’, ‘최신 기기와 장비 도입’,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비용’ 등의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메일로 연락하라는 말에 13주 임산부인 척 메일을 보냈다. 1분 만에 답장 메일이 왔고 전화를 할 수 있었다. 상담원은 친절했다. 보호자가 없다는 말에도 더 묻지 않고 수술을 해주겠다고 말했다. 가격은 유착방지제를 제외하고 현금 150만원이었다. 

금요일 오후 2시에 전화했지만 다음 주 월요일 오전 9시에 수술 시간을 잡았다. 전화를 끊자 문자로 병원위치 안내 문자가 왔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의 위헌 여부 최종 선고가 4월 11일로 알려졌다. 형법상 임신중절이 불법인 상황에서 임신중절이 절실한 여성들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채 수술대 위에 오르고 있다.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개한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국내 낙태 건수는 연간 4만9764건으로 추정된다. 성경험이 있는 여성 중 10.3%,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 중 19.9%가 “낙태수술을 받아봤다”고 응답했다.   

포털사이트와 SNS, 커뮤니티 등에서 한 시간 동안 임신중절, 낙태 등의 키워드를 통해 알아낸 임신중절을 하는 서울 시내 병원은 총 일곱 곳이었다. 한 병원은 포털사이트에 나온 공식 전화번호로 임신중절을 문의하자 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곧이어 다른 번호로 전화가 와 임신중절을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당 병원들에 모두 전화를 걸어 임신중절을 원하는 보호자가 없는 임신 7주, 13주 미혼여성이라고 상담을 받았다. 모든 병원이 7주 차 임신중절이 가능했다. 또 일곱 곳 중 네 곳이 임신 주차에 관계 없이 수술에 보호자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한 곳은 영상통화를 통해 남성과 의사가 대면하면 수술이 가능했다. 

임신 초기를 넘긴 13주에도 수술이 가능하다고 밝힌 병원은 세 곳이었다. 세 곳 중 한 곳은 유착방지제를 필수로, 두 곳은 선택하게 했다. 유착방지제는 유산, 소파수술 등에 따른 자궁내막 유착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물이다. 유착방지제 사용에 따른 추가 비용은 7만원에서 15만원 가량 추가됐다. 

여섯 곳은 병원 영업 시간 중 수술을 예약했다. 한 병원은 병원 영업 종료 후 수술을 예약했다. 13주차 임산부라 밝혔으나 보호자 없이 영업 종료 후에 수술이 가능했다. 응급상황시 문제에 대해 묻자 베테랑 의사기 때문에 걱정 안 해도 괜찮다는 답이 돌아왔다. 가격은 수술비용만으로 임신 7주의 경우 80~100만원 수준, 13주의 경우 100~180만원 수준이었다. 

불안한 수술 환경에 따른 책임은 오롯이 여성의 몫으로 돌아온다. 실제로 11월경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이모씨는 수술하던 상황이 불안했다고 말한다. 이모씨는 “집기류를 쌓아놓은 창고 같은 수술실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 도구도 깨끗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며 “간호사도 한 명뿐이었는데 수술이 끝나고 깨어나자 의사는 이미 퇴근한 뒤였다. 불법 수술이어서 뭐라 할 수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미프진의 정보가 많지 않다는 허점을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남성까지 등장했다.
미프진의 정보가 많지 않다는 허점을 이용해 성범죄를 계획하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캡처 화면 속 대화 상대방은 미프진 복용시 나체를 의사가 마사지 해줘야 한다고 거짓말 한다. 또 마사지 해줄 남성 의사를 소개시켜 줄 수 있다고 소개 받기를 권했다. 실제 미프진은 복용시 마사지가 필요없다. ⓒ여성시대

임신중절 수술의 대안으로 임신중절약 ‘미프진’을 구하는 여성들과 그들을 이용하는 불법업자들도 나타났다. 해외 여성단체 ‘우먼온웹’을 통해 알려진 미프진은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유통되지 않는 약물이다. 여성들은 우먼온웹을 통해 미프진을 배송받고 있지만 빠른 임신중절을 원하는 여성들은 불법업자를 통해 미프진을 구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가짜 미프진을 보내거나 혹은 미프진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허점을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남성이 등장했다. 그러나 임신중절 자체가 불법인 현 상황에서 자신의 불법행위를 자백하는 고발은 어렵다. 또 의사의 지시에 따라 주의 복용하지 않으면 자궁출혈 등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으나 상담을 받기도 어렵다. 

박슬기 언니들의 병원놀이 기획자(산부인과 전문의)는 안전이 확보된 임신중절 수술은 안전하지만 불법인 현상황은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수술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의사가 응급상황 발생시 상급병원으로 바로 가지 않으려는 할 수 있다. 또 임신주수가 경과됨에 따라 적절한 수술방식을 선택해야 하는데 무리한 소파술을 강행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또 수술 후 여성들이 합병증을 겪어도 수술경험을 말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진료받기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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