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조의 어쨌든 경제] (끝)

오래도록 다양한 현장 경제를 경험해온 김동조 대표가, 우리 생활에 너무 중요한 그러나 어려운 경제를, 여성신문 독자를 위해 쉽게 정리해 드립니다. <편집자 주>

Q: 최근 제가 자주 가던 식당 중에서 문들 닫은 곳이 꽤 됩니다. 주위에서 자영업을 하는 분들의 상황은 정말 심각한 것 같고요. 하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더군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마침 지금 불거졌다는 분들도 있지만 나쁜 경제정책의 영향이라는 반론도 많습니다. 당분간 경제정책의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 같은데 이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뉴시스·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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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요즘 각종 경제 통계가 나오고 있는데 심상치 않죠. 경제지표를 보는 사람이면 걱정이 많습니다. 최근 발표된 고용지표를 보니 가계의 소득 불평등이 급격하게 악화되었습니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은 대부분 오른 것 같아요. 가장 높은 소득군인 소득 5분위의 근로 소득이 크게 늘었습니다. 대신 최저임금 언저리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소득 1분위 가계의 근로 소득이 크게 줄었어요. 전년 대비 근로소득이 47퍼센트가 줄어들었는데 정부가 현금지원을 통해 가처분소득은 늘려 놓았지만, 여전히 전년 대비 18퍼센트나 줄었습니다. 그리고 자영업이 붕괴되면서 두 번째로 가난한 2분위 가계에 해당했던 자영업자들의 상당수가 가장 가난한 1분위로 떨어졌습니다. 소득이 늘어난 자와 줄어든 자가 상쇄되면서 소비는 제자리이거나 소폭 증가했지만, 투자는 계속 크게 줄었죠. 임금부담으로 고용을 줄이는 기업이 투자를 늘릴 이유가 없기 때문에 꽤 상식적인 반응으로 보입니다.

몇 년 전부터 제가 주목하는 지표가 있어요. 바로 ‘설비가동률’입니다. 한국에서 설비가동률이 주목받은 적은 거의 없었죠. 90년대 중반 이후 75퍼센트선 아래로 이탈한 적이 거의 없었거든요. 이탈한 적이 있다면 90년 중반 이후 세 번 정도인데 그 중 두 번은 1997년의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위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동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고 최근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하락은 언젠가는 멈추게 마련이고 경기 순환적인 반등을 기대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하지만 이번 사이클은 그러기는 어려워 보여요. 1997년 이후 미국과 한국의 설비가동률은 거의 같이 움직이는 지표였는데 2009년 이후 미국의 설비 가동률은 반등했지만, 한국의 설비가동률은 잠깐 반등한 후 2011년 이후 급감하고 있죠. 특히 2016년 6월 이후 미국의 설비 가동률은 상승하고 있지만, 한국의 설비가동률은 하락세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가동률이 하락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는 제조업의 해외 이탈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가 한국 제조업의 마지막 전성기였죠. 투자를 유인하는 특단의 정책이 없는 한 이 구조적인 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간단히 말해 한국 제조업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어요. 그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행이었던 것은 제조업 가동률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도 실업률은 눈에 띄게 오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글로벌리 고용시장이 최근 좋기도 했지만 저는 그 이유가 서비스와 자영업 부문에서 낮은 임금의 고용이 꽤 활발하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실행한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서비스와 자영업 부문을 망가뜨리면서 제조업 부문 구조적 문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속하는 결과를 가져왔죠.

일부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민간소비를 증가시켜서 경제의 체질도 개선하고 경제 성장률을 유지했다고 주장합니다. 성장에서 민간소비의 비중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고 민간소비 증가율도 비교적 잘 유지된 것 역시 사실이에요. 하지만 성장에서 민간 소비의 기여도가 늘어난 것은 소비가 눈에 띄게 증가해서라기보다는 투자가 놀랄 정도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성장률이 상승하면서 소비 증가율이 상승했다면 체질 개선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성장률이 하락하면서 소비 증가율이 더 높아졌다면 체질은 더 나빠졌다고 봐야 할 듯합니다. 소비 증가의 디테일을 보면 자동차 소비세 인하와 주택거래 증가로 인한 준내구재 소비 증가 때문이고 저소득층 소비역량은 오히려 악화되었죠.

안타깝게도 지금의 경제정책 기조는 당분간 바뀔 것 같지 않습니다. 정부는 재정투입을 통해서 성장률을 유지하려고 해요. 부동산 문제 때문에 통화정책에 손을 못 대는 상황에서 정책의 근간을 바꾸지 않고 성장률을 유지하고 고용을 조금이라도 늘리려면 그 방법뿐이거든요. 야당 시절 비판하던 경제 타당성을 무시한 토목 사업에 손을 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죠. 당분간은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라고 가정하고 대응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흑자를 보고 있다면 지출을 더 줄일 방안을 연구하고 이미 적자를 보고 있다면 과감하게 정리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김동조
투자회사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로, 시티은행 트레이더로 일했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썼다. <한겨레신문> <조선일보> <에스콰이어> 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했다. 경제 블로그인 kimdongjo.com을 운영 중이다. dongjoe@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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