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관람객 위한 서비스 턱없이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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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왜 안 그러겠어요? 이제 봄인데, 저도 밖에 나가서 멋진 영화 한편, 문화공연 보고 싶죠.” 3월, 새봄을 맞은 주부들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집안에 아직 어린 아이가 있는 한, 마음놓고 외출하는 것조차 어려운 게 현실. 자녀를 둘 둔 송파구의 한 주부는 “문화공연을 보고는 싶지만, 베이비시터나 친척에게 아이를 맡기고 외출을 해야 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힘들다”며 불만을 내뱉는다. 적어도 “아기를 봐줄 사람이 있을 정도는 돼야지 마음놓고 ‘문화’를 논할 수 있는 처지”라는 말이다. 게다가 “백화점문화센터 같은 데서 여는 어린이 동반 프로그램 외에는 아이를 들일 수가 없어서 로비에서 놀게 한 적도 있다. 특히 음악회의 경우는 더 심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문화공연장에서 불고 있는 ‘관람객 서비스’에서 주부들은 제외다. 정작 주부들이 원하는 탁아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연장, 특히 서울에 한정해서만 보더라도 탁아시설을 갖추고 있는 공간은 거의 없다. 최근에 만들어진 서울시내 CGV를 비롯한 유명 상영관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이 전무하다. 최신식 시설을 자랑하는 CGV의 경우 여성을 위한 다기능 고급 화장실은 갖춰져 있지만 주부들이 바라는 탁아시설은 없다. 연중무휴 누구나에게 예술공연을 제공하고 있는 공연장 또한 그 형편은 마찬가지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 정동극장 같은 대형 전문 문화공연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공연장에는 놀이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 혹 갖춰져 있다 해도 부족한 게 많은 형편.

무늬만 놀이시설, 내용 없어

1997년 국내 최초로 관객들의 아동을 위해 놀이시설을 마련했다는 정동극장에서도 공간만 있을 뿐이지, 교육된 전문 보육교사나 프로그램은 없다. 이에 대해 정동극장의 한 관계자는 “놀이방 출입은 5세 이하의 어린이에 한한다. 재정여건상 자원봉사자나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봐주지만, 앞으로 개선될 부분인 것 같다”고 사정을 밝혔다. 언제 어떤 사고에 방치될지 모르는 아동에 대해 어느 정도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돌보는지는 의문이다. 한국보육교사회의 이강선주씨는 “아주 낯선 공간에서 장시간 인간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는 아동에게는 두려움이 있으며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제대로 교육을 받은 유능한 교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관람객 서비스가 충실하다는 평을 얻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전문보육교사 두 명이 7세 이하의 아동을 돌본다. 그리고 36개월 미만의 아동을 맡게되면 혹시나 일어날지 모를 위험에 대비해 부모로부터 ‘위탁동의서’를 받는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의 관계자는 “유아들을 집중시킬 수 있는 전문적인 유아프로그램이 부족해서 낯가림을 많이 하는 아이들은 공연 도중 부모에게 돌아가며 보육교사 역시 파트타임으로 일한다”고 힘든 점을 털어놓는다.

아이를 동반한 관람객들에게 공연장에서는 ‘공연예절’을 운운한다. 장시간 공연에 집중할 수 없는 미취학 아동을 동반한 부모들에겐 공연 관람의 자격이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관람객들의 공연수준과 공연예절을 탓하기 전에, 현실적으로 공연장에서 관람객들에게 제공하는 ‘관람 서비스’는 과연 어느 정도 수준인지부터 되짚어 봐야 하지 않을까? 남쪽에서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고는 있지만 아직도 우리 공연 문화는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다.

감현주 기자soo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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