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포럼 – 공부의 모든 것]

에듀테크포럼 회원사들이 돌아 가며 재능기부로 기고하는 글입니다. 다양한 사교육 현장 경험을 기반으로 독자들께 도움 드리고자 합니다. 이 글은 여성신문의 공식적인 의견과 무관합니다. <편집자 주>

교사들이 편해야 아이들도 편하죠

유아기 아이들을 보육하고 교육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를 대하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교사들은 늘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 한다.

교사들은 본인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아이들 앞에서 내색할 수도 없다. 늘 밝고 기운 찬 에너지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국공립이냐 사립이냐를 막론하고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바로 교사를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힘든 교사의 마음을 알아주고, 그에 맞게 교육환경을 구성해 주어야 결국 내 아이에게 더 좋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이나 중고등 교육과 마찬가지로 유아 대상 교육도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머리를 쓰는 인지활동 프로그램과 몸을 쓰는 신체활동 프로그램이다. 이전 글에서도 주장했듯이, 어린이들은 열심히 뛰어 놀고 난 후에 인지활동에 더 잘 집중한다. 영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시작해서 전국 초등학교 심지어 다른 나라까지 확산되고 있는 ‘데일리마일(Daily Mile)’ 프로그램도 바로 신체활동이 인지활동에 더 도움이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루 15분씩, 1마일(약 1600m)을 뛰게 하는 프로그램인데, 처음엔 아이들의 비만을 줄여 보겠다고 시작했는데, 학업 성적도 올라갔다는 보고도 이어지고 있다.

나의 경험에서도, 유아들에게 충분한 신체활동을 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욕구불만이 생겨서 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불만행동을 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신체활동욕구는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컸다. 그래서 나는 스포츠, 발레, 태권도, 미술, 음악, 그룹게임활동, 뮤지컬 등 활동 중심의 교육과정을 우선적으로 배치하고 나머지 교과들을 후차적으로 배분하였다.

그러다 보니, 담당하는 교사들이 문제였다. 담임 교사에게 예체능활동 프로그램도 함께 맡기면 인건비 절약되고 좋겠지만, 활동성이 뛰어난 유아기 아동들의 예체능과 기타 교과를 모두 담당하면 교사가 버텨낼 수가 없다. 한 교사에게 두 가지를 다 맡기면 교사의 피로도는 극에 달하고 백발백중 인지활동에 우선하게 되고, 신체활동 교육은 뒷전에 가게 된다.

그래서 나는, 체육활동 전담교사를 도입해 보았다. 1일 정규수업 6교시 중 1~2차시는 체육전담교사가 신체활동교육을 담당한다. 어린 아이들 대상이니 안전을 위해서 사전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영역에 교사의 치밀한 손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더욱 전담교사가 필수였다. 체육전담교사가 아이들의 인지활동을 위한 사전 준비로서 체육활동을 충분히 해주고 나면, 담임교사가 그 뒤를 이어 인지활동 교과교육을 한다. 아이들은 에너지를 해소했기 때문에 교과에 집중하고 여러가지 생활교육에도 잘 따른다. 또한 교사도 충분한 에너지를 가지고 지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에 임할 수 있다.

신체활동 후 활짝 웃는 교사들과 아이들. © 키즈스타일러
신체활동 후 활짝 웃는 교사들과 아이들. © 키즈스타일러

유아기 아이들과 생활하는 교사들은 특히, 감수성이 무척 여리다. 그런 감수성이 있기에 아이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다. 그래서 교사가 내 자녀에게 좋은 교육 서비스를 해 주길 바란다면, 부모님들은 이런 교사들의 상황에 공감하는 것이 가장 좋다. 교사에게 힘을 주는 건 물질적인 선물이 절대 아니다. 다른 교사와 비교하거나 교사에 대한 ‘~카더라’ 뉴스를 듣고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화려한 수식어도 필요 없고, 그냥 진심 어린 칭찬 메시지가 가장 좋다,

아이들과 농구 활동  © 키즈스타일러
아이들과 농구 활동 © 키즈스타일러

선생님, 저는 제 아이 하나 돌보기도 힘든데, 이런 아이들 여러 명 보시느라 정말 고생이 많으세요” 라는 진심 어린 한 마디에, 교사는 어떠한 힘든 상황도 보람차게 이겨낼 수 있다.

그래서 또 하나의 작은 당부사항! 퇴근 후 늦은 시간이나 주말에는 연락을 자제해 주는 것이 좋다. 주말에 교사가 에너지를 충전해야 월요일에 즐거운 마음과 힘찬 몸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성의껏 열정을 다해 교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급한 상황에는 전화보다는 홈페이지나 앱서비스를 이용하길 제안한다.

요즘 국공립 어린이집이나 공립 유치원의 부족은 분명히 학부모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공립, 사립을 막론하고 아이들은 여전히 뛰어놀기를 원하고, 끊임없는 호기심에 다양한 경험을 원한다. 많은 기관에서 아이들 교육시스템과 프로그램을 위해서 고민하지만, 그와 함께 ‘질 좋은 교사 양성, 교사에 대한 처우와 믿음, 고용보장’ 등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AI나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직접 마주하는 것은 바로 선생님들이기 때문이다.

이재혁
예체능 놀이학교 키즈 스타일러 대표. 고려대학교 체육교육과를 졸업했으며, 농구를 했다. 선수 은퇴 후 농구 코치 및 체육교사를 하다가, 2011년부터 “행동하는 놀이학교 키즈 스타일러”를 통해 영유아들 교육을 하고 있다. 판교 본원을 시작으로 직영 1호점인 은평 롯데몰 점이 있으며, 2019년 성복 롯데몰 점이 오픈 준비 중이다. kbasket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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