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감수성 교육 주기적 진행
여성 근로자 비율 35%
2년까지 육아휴직, 단축 근로도 가능

올해 리모델링 사업, 고객 감동 실현 중점
시공 만족도 높은 것이 경쟁력
매출 2조 달성 목표

이영식 한샘 사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영식 한샘 사장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회사에서 연 1회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하던 것을 주기적으로 마련해 직원들이 의무적으로 교육받게 하고 있습니다. 관리자급 이상은 성희롱 예방 교육과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둘 다 이수하도록 하고 있어요.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도 인성검사를 실시해 더 면밀히 인성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2017년과 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11일 서울 상암동 한샘 사옥에서 만난 이영식(59) 한샘 사장은 그동안 ‘아픈 손가락’이던 2017년 사건에 대해 먼저 얘기를 꺼냈다. 2017년 있었던 한샘 사내 성폭력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있었다.

“저희 여성 근로자 비율은 35% 정도로 다른 기업이 15~20%인 것과 비교해 크게 높습니다. 여성 친화 기업을 만드는 일은 저희가 이전에도 적극 실천해왔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기업 문화실을 신설하면서 더 많이 제도를 바꿨습니다.

이를 위해 아예 ‘엄마가 행복한 회사’라는 캐치프레이드를 내걸었다. 최근 모성보호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 만큼 저희도 모성보호 제도를 강화해왔습니다. 저희 고객들도 여성이어서 여성이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한샘 이영식 사장이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샘 사옥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샘 이영식 사장이 1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샘 사옥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샘에서도 유능했던 여직원들이 출산 이후 육아 문제로 회사를 떠났다. 육아휴직을 신청해도 1년에 불과하고 돌아와도 아이가 있다 보니 일·가정 양립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여직원들이 육아휴직을 하고 나서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자주 있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모니터링을 해봤습니다. 이유 중 하나는 육아휴직 1년이 부족한 시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2년까지 육아휴직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변경했습니다. 만 8살 이하의 자녀를 둔 여직원은 자녀 양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4시간에서 6시간까지 단축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사장은 여직원들이 육아휴직을 끝낼 때쯤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새로운 직무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육아휴직이 3개월 남았을 때부터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있다. 어느 직무에 복귀를 원하는 지에 대한 상담도 진행한다.

한샘의 시공사원들이 고객의 집을 방문해 시공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샘 제공
한샘의 시공사원들이 고객의 집을 방문해 시공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샘 제공

여직원들에게 회사에 돌아온 뒤 아이 육아는 또 하나의 마음의 짐이 됐다. 한샘은 여성 임직원들이 아이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도록 2012년부터 사내 어린이집도 운영해오고 있는 데 그 규모를 확장했다. 지난해 12월 상암 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약 200평 규모로 어린이집을 확대해 현재 임직원 자녀 70명을 돌보고 있다. 한샘 어린이집은 외부에 위탁하지 않고 직영으로 운영하며, 근무 중인 어린이집 교사들도 전부 한샘 직원이다.

“‘회사를 그만 둬야겠다’라고 마음 먹었던 여직원이 어린이집을 보고 ‘여기에 맡기면 되겠다’라고 마음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몇몇 직원들이 다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이 같이 여직원을 위해 제도들을 개선한 결과, 최근에는 여직원들의 한샘 직무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데이터들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영식 한샘 사장
이영식 한샘 사장

이 사장에게는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나’가 또 하나의 숙제였다. 특히 그가 딸을 가진 아빠이다 보니 여성을 위한 캠페인에 더욱 신경 쓰게 된다.

“이러한 일환으로 모자 가정 공부방을 꾸며주기도 하고, 공동 독서실도 만들었어요. 사내 봉사 동아리인 한울타리는 주거 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해 모자 가정을 중심으로 1월까지 216개의 가정을 고쳐줬어요. 또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어머니들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나는 엄마입니다’라는 연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싱글맘’, ‘워킹맘’, ‘전업맘’ 등 세상의 모든 엄마를 응원하는 활동을 전개하는 겁니다.”

이 캠페인 중 처음 시작한 ‘미혼모’ 프로젝트는 한부모 가정까지로 확대해 총 20여 가정의 집을 꾸며주었다. 또 한부모 가정 돌봄시설에서 퇴소해 자립하는 가정에게 자립 정착금을 주고, 미혼모 응원 영상도 제작해 유튜브 등을 통해 방영하고 있다.

한샘 사장으로서 그는 올해 어떤 경영 목표들을 가지고 있을까.

한샘은 2017년 가구업체 최초로 달성한 매출 2조원에서 지난해 1년 만에 미끄러졌지만 올해 매출 2조원을 재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사장은 이를 위해 올해 부엌, 욕실 등 고객의 집안 전체를 꾸미는 작업인 리모델링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은 2020년까지 41조원 정도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큰 시장을 형성할 것입니다. 우리 회사가 20%만 차지한다고 해도 리모델링 매출 8조원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LG하우시스·KCC·현대리바트 등 대기업들이 경쟁하고 있지만 오히려 큰 회사들이 있어야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장은 리모델링 패키지 제품을 올해 월 1만 세트까지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객감동’을 경영방침으로 정하고, 고객만족(CS)센터를 CEO(최고 경영자) 직속 기구로 뒀다.

“저희 아이템들은 휴대폰이나 자동차처럼 ‘완성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면 판매과정이 완료되는 것이 아니예요. 부엌 가구만 해도 길이를 실측하고 설계하고 부품을 싣고 고객을 방문하게 되죠. 도면에 따라 현장에서 공사를 실시하는 시공 마무리가 굉장히 중요하고, 제대로 작동되는 지 사후 점검도 필수입니다.”

이 사장은 경쟁업체와 차별화된 한샘의 경쟁력으로 단연 시공을 꼽는다.

“사람들의 눈높이 이상의 서비스를 해줘야 고객들이 감동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한샘이 시공사원 도착 후부터 완료까지 전 공정을 수시로 체크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제품에 빠진 부분이나 문제가 있다면 실시간으로 본사 비상상황실에 요청할 수 있게 했습니다.”

비상상황실 운영 이후 현장 하자도 이전에 비해 4분의1 수준까지 크게 줄었다.

이 사장은 또 올해 글로벌 사업에서도 경쟁력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저희 회사의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5% 정도로 아직 높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리딩컴퍼니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따질 때는 많이 부족합니다. 미국도 큰 시장이지만 매년 매출 규모는 3000만달러가 채 안 됩니다. 뉴저지에서는 2~3번째 정도의 기업으로 손꼽히지만, 이제는 미국 전역까지 사업을 확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한샘은 이미 미국 뉴저지에 공장을 가지고 있고, 맨하튼에 있던 공장은 보스톤으로 이전했다. 또한 중국 시장에도 2017년 진출했고 상해에 1호점이 만들어졌다. “중국에서 당초 직접 시공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중국에서 프로젝트를 같이 할 협력사들을 찾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올해 말에는 중국에서 가시적 성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사장은 앞으로 동남아 시장 진출도 추진해 글로벌 업체로 도약에 한걸음씩 발을 내딛으려 하고 있다.

인터뷰 진행=신준철 본부장
         정리=채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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