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사전시관에 대한 두 의견
여성사전시관에 대한 두 의견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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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14호(2월 21일자)에 실렸던 변신원 박사의 ‘여성사전시관 유감’에 대해, 변 박사와 다른 관점에서 여성사전시관을 해석해야 한다며 두 학자가 본지에 글을 보내왔다. 이들의 의견은 변신원 박사의 지적에 타당한 점도 있지만, 여성사전시관의 설립취지와 역사를 보는 관점 등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변신원 박사와 다른 지점에서 여성사전시관을 봐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두 기고문을 싣는다. 이러한 논의가 여성사전시관을 더욱 풍성한 여성역사의 공간으로 만들어나가는 데 초석이 되기를 고대한다. <편집자 주>

박물관과 미술관의중간, 혹은 결합형태

오혜주(미술평론가, 큐레이터)

나는 여성사전시관 개관을 위한 전시연출과 진행을 맡았던 큐레이터이다. 변신원 선생님의 ‘여성사전시관 유감’이라는 특별 기고문을 읽고 대부분 공감 가는 비판이어서 충분히 수긍하고 동의하며, 지적된 부분은 앞으로 수정보완되리라고 본다. 다만 몇 가지 꼭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여성사전시관의 성격은 박물관과 미술관의 중간형태, 혹은 그 둘의 결합형태이다. 즉 과거의 역사를 현대적이고 입체적이며 참여적인 방식으로 보여주겠다는 개념으로 출발했고 그것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그렇기 때문에 유물이나 텍스트보다는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시청각물이나 예술가들이 만든 아트워크가 많고 곳곳에 인터랙티브나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들이 배치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화려한 볼거리, 새로움에 대한 추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이 공간이 여성사에 대한 교육의 공간이며 정보를 소통하고 여성주의적 문화를 창출하는 공간이라고 했을 때, 그러한 요구사항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연출은 어떤 것인지를 다각도로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인 것이다.

즉, 평면적이고 논리적이고 긴 텍스트, 사실을 입증하는 사진과 유물의 일방통행적 동선이 결코 교육적이지도 문화적이지도 여성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경험한 결과이다. 그리고 여기에 사용된 테크놀로지도 그다지 놀랄만한 첨단적인 것이 아니며 여성들에게도 일상적으로 친숙한 것들이다.

컨텐츠의 문제점은 당연히 지적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여성사 연구에 있어서도 시대나 관련분야의 전문가가 너무도 광범위하게 퍼져있고 시각도 다양해서 이번에 실시 단계에서는 특별하게 집중적인 도움이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진행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따라서 전반적인 통일성이 부족하고 내용의 깊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해 나갈 것이다. 무엇보다도 역사에 관한 시각의 문제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전시관이 여성사에 관한 연구와 정보와 문화의 센터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성사 연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적된 것들 몇 가지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먼저 개관전은 근대부터 현대까지의 100년을 다루었다고 팜플렛에 명시하였다. 개관전의 시대를 그렇게 잡았다고 이 전시관에서 언제까지 그 시대만을 다루겠다는 얘기도 아니며, 전시관의 명칭을 바꾸어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근대 이전의 전시는 기획전을 통해 보충하거나, 넓은 공간으로의 이전이 가능하다면 시대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시장에서 보여지지 못하는 부분은 아카이브와 자유검색코너에서 보완될 것이다.

‘스쿨걸 아바타’는 자료조사 결과 경기여고와 이화여고의 교복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있어서 일단 활용했을 뿐이고, 앞으로 계속 다른 학교 자료를 수집하여 보충할 것이라는 문구가 캡션으로 새겨져 있다.

교복이 아니라 체육복 항목에는 두 학교 이외에 다른 학교들도 들어가 있다. 그리고 ‘스쿨걸 아바타’와 ‘인형 옷 입히기’는 기본적으로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도록 만든 작업이다. 그래서 현재 내용이 조금 부실할지는 몰라도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될 것이다. 그러나 그 형식 자체를 유치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이제까지 단 한 명도 없었으며 많은 관람객들에게 호평을 받는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15인 선각자 기념비’의 경우, 그들이 워낙 시대를 앞서 살아갔기 때문에 가족이나 사회에서 배척 당하는 경우가 많아 유품이 없고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관계자들의 많은 협조 바란다는 내용이 캡션으로 새겨져 있으며, 유품이 없다는 그 자체도 여성사 연구의 현재를 보여주는 중요한 정보일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아마 그 어떤 연구프로젝트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1차 자료를 구하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성사연구의 산실이자 네트워킹의 센터

이미원(경북대 인문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철학박사)

나는 요즘 들어 부쩍 주위에서 여성사를 연구하는 팀들을 많이 본다. 나도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는 한 프로젝트에 소속된 연구팀에서 여성사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한 사람이다. 내가 속해 있는 팀은 특별히 대구와 경북 지역연구와 관계하고 있다. 지역의 근대사 안에서 여성운동의 역사를 발굴,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5월, 연구계획을 세울 때 지역의 여성사 연구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한 바 있다. 여성사를 연구하는 다른 연구자들도 경험했을 것이지만, 역사에서 여성이 소외되었기에 정리된 사료가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사료가 빈곤하다고 여성이 역사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기에 여성사 연구의 관건은 사료의 발굴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면 사료를 어떻게 발굴할 것인가? 이 문제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일단은 역사가 남성중심주의 서술이라고 했을 때, 그 실증적 객관성을 여성주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증해봐야 했다. 남성 중심의 서술을 통해 여성이 어떻게 소외되고 왜곡되었는지 추정하는 일이 우선적으로 필요했다. 그러다 작은 단서라도 발견되면 관련된 것들을 모두 조사하는데, 발로 뛰며 부지런히 찾아다닐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성사전시관의 개관 소식은 그렇기 때문에 많은 관심을 갖게 했다. 나는 팀의 연구원들과 함께 서울 대방동을 찾으면서 과연 우리 지역의 여성들을 어떻게 소개하고 있을지, 어떤 자료를 확보한 것인지 등을 기대했었다. 새벽 기차를 타고 그 곳을 찾으면서 설레는 마음을 가졌었는데, 실제로 둘러본 결과는 사실 별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전시관을 주관한 여성부에 대한, 참여한 연구팀들에 대한 기대에 비쳐볼 때 그러하다는 것이다. 우리 연구팀이 찾아 놓은 자료 이상의 것은 없었다.

그래서 사무실에서 전시관 관계자를 찾아보고 몇 가지 자료에 대한 문의를 하던 중, 우리가 연구하며 느꼈던 어려움을 개관 준비를 하면서 경험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관 관계자는 전시관에 내보인 것들이 완성된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보완해야 할 것들이라고 했다. 문제는 어떻게 보완하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그것은 전시관 관계자들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특정한 주제를 갖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모든 이 땅의 여성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사안일 것이다.

그러면 전시관의 역할은 무엇일까? 일단 우리가 전시관의 의미를 완성된 모습에서 찾으려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여성사 연구의 산실이자 각계각층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여성사 연구의 네트워킹을 담당하는 중심 센터가 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전시관을 열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 정도에 불과했다.

사료 발굴은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술적인 것은 현대문화와 낯설지 않은 방법들을 동원하여 여러 계층의 대상들이 골고루 흥미를 갖고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이 보인다. 과거의 모습을 현대적인 시각에서 상호소통적으로 바라보고 참여하는 전시연출기법을 사용했다고 하니, 그 내용에도 왜곡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으로 여성에 대한 관심도가 이전에 비해 매우 높아졌다. 사회 활동에서 인정받는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고, 여성 정치인들도 많아졌다. 각계에서 여성할당제를 수행하면서 여성이 사회활동에 더욱 많이 참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어떤 특혜에 의한 기회보다는 정정당당하게 성의 차이를 초월하여 여성이 사회적 역할을 잘 담당할 수 있도록 실력을 다져야 한다. 다가오는 기회들을 생각 없이 받아들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수시로 여성들 자신의 모습을 돌아봄으로써 근원적인 평등의 바탕을 다져나가야 할 것이다.

여성사 연구는 궁극적으로 그러한 일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과제를 인식하고 수행되어야 하며, 여성사전시관은 같은 인식을 가지고 여성사 연구자들의 유익한 비판들을 수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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