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보고서 중 '인공임신중절을 하게 된 주된 이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보고서 중 '인공임신중절을 하게 된 주된 이유'

 

만 15세에서 44세 여성 10명 중 7명이 ‘낙태죄’에 관한 처벌 규정인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성 경험이 있는 여성 약 10명 가운데 1명, 임신한 여성 5명 중 1명꼴로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1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2018년 9월 20일부터 10월 30일까지 만 15∼44세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2011년 조사 이후 7년 만에 조사기 이뤄졌다.

조사 대상은 조사에 응답한 만 15세 이상 44세 이하 여성 1만명이다. 이 중 성경험 여성은 7320명(73%), 임신경험 여성은 3792명(38%)이었으며,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756명(성경험 여성의 10.3%, 임신경험 여성의 19.9%)으로 조사됐다.

인공임신중절 당시 연령은 17세부터 43세까지 다양했고, 평균 연령은 28.4세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 당시의 혼인상태는 미혼이 46.9%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법률혼 37.9%, 사실혼·동거 13.0%, 별거·이혼·사별 2.2%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을 하게 된 주된 이유로는 복수응답 결과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33.4%)’, ‘고용불안정, 저소득 등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32.9%)’, ‘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 자녀계획(31.2%)으로 높게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 방법으로는 수술만 받은 여성이 90.2%(682명), 약물 사용자는 9.8%(74명)이고, 약물사용자 74명 중 53명이 약물로 인공임신중절이 되지 않아 의료기관 등에서 추가로 수술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시기는 대체로 임신초기(평균 6.4주, 12주 이하 95.3%)로 나타났으며, 평균 횟수 1.43회였다.

인공임신중절 한해 1천명 당 5건

보사연은 2017년 인공임신중절률을 1천명 당 4.8명으로 추정하고 2005년 조사 이후 감소 추세라고 봤다. 2017년 인공임신중절을 시행한 건수를 토대로 1천명당 임신중절률을 계산하고, 이를 2017년 15∼44세 여성 모집단 수(1천27만9천45명)에 대입해 추정한 결과다.

2005년에는 1천명 당 29.8명(34만2433건), 2010년 15.8명(168,738건), 2017년 4.8명(49,764건)이다.

보사연은 인공임신중절 감소의 원인으로는 △피임실천율 증가, △응급(사후)피임약 처방 건수 증가, △만 15~44세 여성의 지속적 감소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봤다.

인공임신중절 문제와 관련한 정책 수요로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공동책임의식 강화(27.1%),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 및 피임교육(23.4%) 등이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4일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중 '인공임신중절(낙태)과 관련된 국가의 할 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4일 발표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중 '인공임신중절(낙태)과 관련된 국가의 할 일'

 

특히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과 임신중절 허용사유를 규정한 모자보건법 개정 필요성이 높게 조사됐다.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성은 1만명 중 75.4%이며, ‘모자보건법’ 제14조 및 시행령 제15조 개정에 대해서는 조사 완료 여성 1만명 중 48.9%는 ‘개정 필요’, 40.4%는 ‘잘 모름’, 10.7%는 ‘개정 불필요’ 순으로 응답했다.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복수응답)는 ‘인공임신중절 시 여성만 처벌하기 때문에(66.2%)’, ‘인공임신중절의 불법성이 여성을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노출시키기 때문에(65.5%)’, ‘자녀 출산 여부는 기본적으로 개인(혹은 개별가족)의 선택이기 때문에(62.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한 상담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임신중절 전후 의료적 상담은 97.5%의 응답자가 필요하다고 했으며, 의료상담 이외에 심리·정서적 상담에 대해서는 97.7%의 응답자가, 그리고 출산·양육에 관한 정부의 지원 정책과 관련된 상담의 경우 96.7%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보사연은 이번 조사에 대해 “불법으로 인해 과소추정의 가능성이 있으나 인공임신중절 건수가 점차 줄고 있는 추세”라면서도 “만 15∼44세 여성 중 생애에 임신을 경험한 사람의 19.9%가 인공임신중절을 하여 많은 여성들이 위기임신 상황에 놓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향후 대책에 관해서는 “위기상황을 예방하거나 위기상황에 있는 여성을 지원하기 위해 성교육 및 피임교육을 더욱 강화하고, 인공임신중절전후의 체계적인 상담제도,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한 지원 등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사연은 밝혔다.

 

참고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

제269조(낙태) ①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②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개정 1995. 12. 29.>

③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낙태) ①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②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없이 낙태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④전 3항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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