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일간지에 눈길을 끄는 기고문이 있어 읽게 되었다. ‘채팅하는 주부 40%가 불륜’이라며 ‘사이버 세상에 들어온 주부들은 사이버 세상에서 환상에 빠지게 되어 불륜을 하고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에 조금 전에 사용한 화면이 보이도록 하는 검색 시스템을 설치할 것을 권유하고 있었다.

친절하게도 그 글의 필자는 “이는 사생활 침해가 아니며 가정을 지켜야 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나는 심한 불쾌감에 빠져들었다. 주부들이 채팅을 통해 별로 망설이지 않고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이성관계로 만나고 성행위를 하는 것은 분명 심각한 문제이다.

하지만 필자가 이야기하는 대로 채팅공간에 들어가기만 하면 주부들이 환각에 빠지게 되는 건 아니다. ‘기분이 아주 좋아지고 힘이 생기며 이성이 마비’되기 때문에 이러한 상태에서 이성과 만나면 환각 속에서 황홀한 연애 감정이 일어나고 결국 불륜이 일어난다는 것은 어쩌면 결과만 보고 해석한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주부들이 채팅에 빠지는지, 왜 빠지는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없이는 아마도 어떤 기능이 좋은 검색 시스템이 깔린다 해도 주부들의 불륜을 막을 길은 없다.

대체로 채팅을 즐기는 주부들은 남편이나 가족들과 거의 대화다운 대화를 못하는 사람들이다. 살림살이나 아이들 이야기 말고 자신과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할 대상이 없는 사람들이다. 다르게 말하면 ‘기분이 아주 좋아지고 힘이 생기며 이성이 마비된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가 나를 배려하고 나의 말을 귀담아 들어 주기 때문에 생기는 정서적인 치유 효과이다(물론 그 상대가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그 점을 악용해 주부들을 성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것이 남자든 여자든 그런 대상이 가족 안에 있다면 보다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지만 현실의 남편들이나 아내는 동거인이지 진정한 몸과 영혼의 동반자가 아닌 경우가 훨씬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인생을 함께 살긴 하지만 서로의 인생에 대해 통찰력 있게 이해하고 있진 못하다고 할까?

나는 인터넷을 통한 외도든 현실에서의 외도든 그것은 꼭 인터넷이 가지는 익명성이나 중독성 때문에 더 쉽게 빠지는 것이라기보단 남편과 아내의 정서적인 관계가 깨어져서 일어나는 현상의 결과라고 본다. 남자와 여자의 외도는 그 원인이 뚜렷하게 다르다고 한다.

남자들은 보통 육체적인 이유로, 여자들은 정서적인 이유로 외도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남자들도 사랑 때문에 외로움 때문에 외도하기도 한다. 성적인 불만 때문에 외도하는 아내들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일반적으로 남자는 사랑과 섹스가 뇌 속에서 분리되기 때문에 사랑 없이도 섹스할 수 있고 그렇게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남자들의 육체적인 외도는 마음먹기에 따라 너무도 쉽게 성취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여자는 상대에 대해 ‘사랑받고 있다’ ‘귀여움을 받고 있다’ ‘배려받고 있다’는 확신이 있지 않으면 섹스까지 가기 힘들다. 그래서 혹자는 외도한 여자가 ‘그를 사랑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외도하는 아내들은 무엇보다 배려와 이해, 공감의 따뜻한 정서적인 관계가 고팠던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남편의 이른 귀가와 가족적인 유대가 깊었다면 그리고 동반자로서 아내와 깊은 대화가 가능했다면 그래서 아주 건강한 관계가 부부간에 이루어지고 있었다면 아마도 그 아내는 다른 남자와의 대화가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남편의 외도를 예방하는 방법은(육체적인 외도이긴 하지만) 아내가 부부간 섹스의 수준을 더 업그레이드시키면 된다고 한다. 분위기도 바꿔 가면서 여러 가지 체위도 실험해 가면서 남편을 즐겁게 만족시켜 주면 남편이 굳이 밖에서 위험을 무릅쓰지 않을 것이라는 논지다.

그렇다면 아내의 외도를 예방하는 방법은? 그것은 아마도 남편이 아내에게 더욱 정서적인 배려를 많이 해주고 다정하게 대해 주고 사랑해 주는 것일 것이다.

그야말로 여성적인 사고를 가진 남성이 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그렇게까지는 무리라 하더라도 평소에 아내와 인생을 사는 영혼의 동반자로서 외로움을 함께 달래고 대화를 통해 마음 속 불편함을 헤아려 주는 남편이라면 그 자신도 외로움과 고립이 없는 ‘왕’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아내가 이미 ‘가정’이라는 행복한 왕국을 가진 여왕이니까 말이다.

배정원/ 인터넷경향신문 미디어칸 성문화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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