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국회의원 당선돼
최연소 교육부 장관 오른
구스타브 프리돌린
아빠 역할 위해
35세에 정계 은퇴

학교개혁정책으로 교사의 숫자를 줄이고 학급학생수가 늘자 이에 불만을 가졌던 한 학생이 녹색환경당 청년회에 가입했다. 11세가 되던 해였다. 같은 해 학교 성적도 뛰어났던 그는 전국장학퀴즈대회에서 참가해 우승을 해 그의 실력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청년당원이 된지 5년만에 최연소로 전국 당청년회장에 당선되어 또 한번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사범대학으로 진학해 선생님이 되고자 했던 청년은 다시 한번 국민의 관심을 사로 잡았다. 19세가 되던 해 스톡홀름 지역구에서 출마해 역대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다. 당선의 포부를 물었을 때 스웨덴의 교육제도를 세계에서 으뜸가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는 더 이상 19세의 수줍은 청년이 아니었다.

하지만 국회의원 4년을 마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교사자격증을 얻어 교사로 임영되었다. 사범대 시절 3년동안 인기 사회고발프로그램 전문기자로도 활동하면서 올해의 고발프로그램 후보까지 오르는 등 그의 재능은 정치, 교육, 언론 등에서 다양하게 발산되고 있었다.

교사2년 재직 후 26세가 되던 해 그는 재선의원으로 의회에 다시 복귀했다. 의회교육상임위에서 활동하면서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해 법안을 제출하는 등 활발한 정치활동을 전개했다. 28세가 되던 해 그의 세번 책이 출판되어 경제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기계산업화와 국가경쟁력의 관계를 논한 이 책은 녹색산업정책만이 미래의 경쟁산업이라는 주장으로 경영자 총연맹회장이 환경당을 다시 보게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할아버지의 일대기를 소설화해 할아버지의 자서전을 출판한 그는 전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정치인으로 떠 올랐다.

그가 28세가 되던 해 최연소 녹색당 공동당수가 되면서 또 한번 스웨덴의 가장 핫한 정치아이돌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두 딸과 집에서 놀아주는 시간이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가정에서는 평범한 아빠이기도 했다. 그의 정치인생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31세가 되던 해 그는 사민당과 함께 연립정권을 수립하면서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역대 최연소 교육부 장관이었다. 그가 청년회에 가입한 11세를 정치입문으로 본다면 정치 입문 20년만에 교육부 장관까지 올라간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도 그의 나이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작년 11월 멋진 일화를 남겼다. 그가 자청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음 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하더라도 공동당대표직을 사임하겠다고 했다. 그 이유가 뭐냐고 묻는 기자들에게 그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제가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4년 동안 아이들은 매일같이 다른 가정처럼 아빠의 이른 귀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국내와 해외출장이 잦아 아이들은 아빠없이 잘 때도 많았습니다. 두 딸은 지금 아빠가 가장 필요한 시기 입니다. 저는 정치를 또 할 수 있지만 아이들의 시간은 또 오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당대표직과 장관직을 내려 놓고자 합니다.”

한 달 전 새로 구성된 정부와 정당대표들간 의회토론이 있었던 날. 35세의 구스타브 프리돌린(Gustav Fridolin) 전 교육부 장관은 녹색당 대표 자격으로 야당 대표들과 토론회에 나섰다. 한 명씩 1대1 정책배틀토론회에서 색다른 풍경들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촉촉히 적셔 주었다. 야당대표들과 공동여당 대표인 수상까지 한 사람씩 마지막 토론을 마치고 그에게 수고했다는 말과 악수와 함께 꽃다발을 선사했다. 최연소 교육부 장관, 최연소 국회의원, 최연소 당대표, 최연소 당청년회장이라는 4번의 최연소 기록은 아직도 그가 가지고 있는 공식 기록들이다.

무엇을 뜨겁게 바꿔보고 싶은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는 정치세계는 토론, 설득, 공감 능력이 실력을 좌우하지만, 무엇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는 곳은 억지와 떼쓰기, 저질 폭로와 인신공격이라도 해 이름을 알려야 다시 공천을 받아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다. 두 나라의 차이는 젊은 정치인들을 발굴하고, 다양한 정책토론으로 훈련시켜 투입할 수 있는 정당이 있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꿈꾸던 정치를 멋들어지게 해 내고 서로 적대시하던 정당당수들에게도 덕담을 들으며 은퇴하는 젊은 정치아이돌을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그런 정당을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 시름만 깊어간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