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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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인생에 대한 선배의 진심어린 조언도 후배에게 입으로 내뱉는 순간 ‘꼰대’(권위적인 의식을 지닌 사람을 뜻하는 은어)라고 불리는 시대다. 하지만 인생에서 성공을 맛보지 못한 누군가가 말하는 진심어린 이야기라면 듣는 사람의 마음은 달라질 수 있다. 7일 개봉한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감독 나가이 아키라)은 한 때 꿈을 포기했던 자신의 꿈과 다시 마주한다는 드라마다. ‘꿈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담백하게 담아내 지루하지 않다.

아키라(고마츠 나나)는 촉망받는 고교 달리기 선수였다. 훈련 도중 아킬레스건을 다쳐 육상부를 그만뒀다. 그는 재활 훈련 대신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한다. 아키라는 그곳의 점장 콘도(오오이즈미 요)를 좋아하게 된다. 콘도는 따분한 아저씨 같은 인상 때문에 종업원들에게는 인기가 없다. 하지만 아키라는 성실한 콘도가 마음에 든다. 우여곡절 끝에 아키라와 콘도는 데이트를 한다. 그러던 중 아키라는 콘도가 소설가 지망생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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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여러모로 넘치지 않는 영화다. 훈련하는 육상부 부원들을 바라보는 아키라의 시선도, 아키라를 다시 육상부로 데리고 오려는 친구의 노력에도 과한 감정이 들어 있지 않다. 아키라가 부상 때문에 겪은 좌절과 잃어버린 꿈에 대해 계속 고민하는 장면이 무겁지 않은 이유다. 느리게 흐르는 구름, 비가 오는 배경 등 일본 영화 특유의 분위기도 보는 이를 편하게 한다. 여고생과 중년 남성의 로맨스가 등장하지만 깊게 그려지지 않는다. 서로의 꿈을 다시 찾게 해준 조력자라는 단어가 어울린다.

콘도는 꿈 앞에서 좌절을 맛본 이 시대 평범한 사람을 대변한다. 소설가를 꿈꿨지만 이루지 못한 45살의 이 남자는 어른이 된 자신이 보잘 것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친구이자 잘 나가는 소설가인 치히로는 “우린 어른이 아니야”라고 말한다. 어른이라면 뭔가 이뤄야 할 것 같은 강박 관념을 과감히 깨뜨린다. 꿈에서 좌절하고 노력하는 것은 45살 아저씨나 여고생이나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인생의 한 꼭지를 채우지 못한 콘도가 아키라에게 젊은 시절에 겪은 경험이 훗날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설득력이 있다.

아키라 역의 고마츠 나나는 주변인들에게는 냉정하지만 점장에게 만큼은 미소를 짓는 감정 연기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오오이즈미 요는 젊은 사람들 앞에서 어색해하는 콘도를 연기해 가벼운 웃음을 유발한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2016년) 나가이 아키라 감독이 연출했다. 1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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