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밖에 넌 몰라? 결혼하면 난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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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아빠를 둔 죄로 으리으리한 비벌리힐즈에 살면서 소더비로 출근하는 새라(브리트니 머피)가 후줄근한 톰(애쉬튼 커처)을 만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해변가에서 개 데리고 산책하는데 엉뚱한 공이 날아와서 새라의 앞이마를 냅다 갈겨버린 것. 놀라 달려온 톰의 “괜찮아요?” 소리에 “힘 좀 키우시죠?”라는 발랄한 대답으로 점수 따고 들어가, 한 눈에 정(분)계에 입문한 이들은 한 달간 염탐을 거쳐 아홉 달간 침대 매너를 확인한 뒤, 결혼식장에 입장키로 결정한다. 그러자 이어지는 주변인의 반응. ‘3류 놈팡이’에게 금지옥엽 딸을 뺏긴 게 억울한 부자 아빠. “결혼은 투자야. 미래의 가능성을 보고 선택해야지 않겠니?” 그리고 톰의 친구. “톰. 일년에 다섯 명과 잔다고 쳐도 10년이면 50명이다. 50명과의 프리섹스를 내찰 거야?” 그러나 한밤중에 이미 침실에 남자를 숨겨두고 아빠가 어서 나가주기나 기다리는 딸내미를 그 누가 막을소냐. 여전히 결혼식장으로 가는 길은 햇살이 밝게 비추고, 주변인들의 우려속에서도 당당히 결혼해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떠난 이들의 앞길엔 달콤한 사랑대신 치고 박고 싸우는 울그락 불그락 애정 전선이 형성되는데, 도대체 문제가 뭐야?

15년 전 이탈리아로 한 달간 신혼여행을 떠났던 샘 하퍼는 자신의 구구절절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 한 편을 끝냈다. 바로 이 영화다.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는 가히 자잘한 에피소드의 종합선물세트다. 하지만! 이런 말 하지 않을 날을 몹시 바래지만, 실망스럽더라도 말할 건 말하자면 이번에도 그렇고 그런 로맨틱 코미디다. 웃기려고 작정한 거 같은데, 대단히 웃기진 않다. 다만, 자잘한 몇몇 에피소드들이 결혼한 이들에게 한바탕 웃고 싶은 추억을 떠올리며 공감대를 건드린다고 하니 싱글들은 주의해 보길.

한데 이 영화속에서도 가난한 남자에게 여자의 부는 ‘귀찮고 자존심 상하는’ 그 무엇이다. 가난한 여자가 부자 남자와 결혼할 때 그의 재산이 로또 복권 당첨과 같은 것으로, 결혼해도 가난한 신데렐라를 생각할 수 없는 것과 반대다. 여자의 재산에 털썩 기대 흥청망청 쓰기는커녕, 도리어 자존심 상해서 칠색팔색, 없으면 없는대로 당당히 사는 멋진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은 여전하다. 톰에게 새라의 부자 아빠는 부담스럽기 그지 없고, 새라에게 자신의 부는 치워버려 할 계륵이다. 남자의 재산은 자산이지만, 여자의 재산은 남자 자존심 해치는 혹?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 줄리아 로버츠를 마다하고 부잣집 딸 카메론 디아즈와 결혼한 그 남자와 그녀가 그 뒤 과연 마냥 행복했을까 궁금한 이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엔딩은 빼고.

조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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