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 성폭력 공론화 1년
피해자다움 요구·2차 가해·
조직적 은폐·흥미 위주 보도로
피해자들 2차 피해 심각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서지현 검사 #미투 1년, 변화 그리고 나아갈 방향 좌담회’가 열려 서지현 수원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가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서지현 검사 #미투 1년, 변화 그리고 나아갈 방향 좌담회’가 열려 서지현 수원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가 발언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서지현(46) 수원지방검찰청 부부장 검사는 ‘미투’(#Me Too) 운동 1년을 맞은 29일 “ ‘미투’에 나설 때 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었다. 검사는 정의로워야 하며, 가해자는 처벌을 받아야 하며, 피해자는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 뿐이었다”며 “그러나 나에 대해 ‘정치하려고 한다’, ‘인간관계나 업무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각종 음모론이 제기돼 2차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1월29일은 서 감사가 JTBC의 ‘뉴스룸’에 출연해 안태근 전 법무부 국장의 성추행을 폭로하면서 미투 운동이 시작된 날이다.

서 검사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여성폭력근절특별위원회가 주최하고 국회에서 개최된 ‘미투 1년, 지금까지의 변화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좌담회’에 참석해 “이 같은 2차 가해가 정의의 수호기관인 검찰과 법무부에 의해 조직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이 더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또 “방송에서 진실을 폭로한 후 1년 만에 강제 성추행과 인사 부문 가해자에 대해 징역 2년이 선고되는 결실이 있었다”며 “이는 성추행이 있은 지 무려 8년3개월이 지나고, 인사 보복에 대해서도 3년5개월 만이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이어 “그동안 겪은 고통은 생명을 위협하는 고통이었으며,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을 각오하면서 후배들은 이런 일을 겪지 못 하게 하려고 시작했다”며 “많은 성폭행 피해자들이 나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으며, 이 일로 인해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서 검사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성폭력 때문에 고통을 받기보다 가해자를 두둔하는 공동체 때문에 입을 못 열게 됐다”며 “피해자를 의심하고 ‘꽃뱀’, ‘창녀’로 부르고 손가락질한 공동체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해 “약자인 여성을 상대로 한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라고 일컬었다.

서 검사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의 원인으로 조직적 은폐, 2차 가해, 피해자다움에 대한 요구, 흥미 위주 보도를 하는 언론이라는 4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서 검사는 “검찰은 진실을 확인하기 보다 조직 보호에 나서면서 진실을 은폐했다”며 “진실을 밝혀야 하는 기관이 진실을 은폐한다는 사실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근절하지 않고서는 공정 사회 구현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서 검사는 “사회는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데 피해자다움은 없다”며 “피해자는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야 할 사람으로 오히려 가해자를 상대로 ‘가해자다움’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 대해서도 “피해자를 성적 흥미의 대상으로 보고 사생활과 인권 침해를 하는 데 앞장 섰다. 피해자 보호에는 관심이 없고, 가혹한 요구를 하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앞으로는 가해자 처벌과 근본 원인을 파악하는 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서 검사는 “미투는 특별한 것이 아니며 더 이상 여성들이 성범죄로부터 침범당해서는 안 된다”며 “진실을 말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것에서 탈피해야 하며, 잔인한 공동체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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