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조의 어쨌든 경제]

오래도록 다양한 현장 경제를 경험해온 김동조 대표가, 우리 생활에 너무 중요한 그러나 어려운 경제를, 여성신문 독자를 위해 쉽게 정리해 드립니다. <편집자 주>

Q: 올해 경제는 작년보다 나쁠 것이란 지난 칼럼 잘 읽었습니다. 작년 주식시장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들으면 불안해집니다. 흔히 경제와 주식시장의 관계는 개와 주인의 관계로 비유하더군요. 개는 목줄을 쥔 주인보다 앞서 갈수도 있고 뒤에 올 수도 있지만 따로 갈 수는 없다고요. 2주 전 칼럼에서 주식시장은 경제와는 조금 다른 양상으로 갈 것이라고 하셨는데요. 2019년 주식시장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뉴시스·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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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결론을 말하기 전에 간단한 설명을 해야겠네요. 경제 강의를 할 때 주식과 부동산에 대해서 언급하면 졸던 사람도 깨어납니다.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겠죠.

2007년 미국의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미국은 금융위기를 맞습니다.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리게 되죠.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낮고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양적완화라고 불리는 자산매입 정책을 통해서 시장 금리를 낮추죠. 미국은 빠르게 위기를 벗어납니다. 하지만 마지막 금리인하 이후 6년이 넘도록 연준은 금리를 올리지 못했어요. 유례없는 일이죠. 그 기간 동안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식시장은 엄청난 강세장을 경험합니다. 금융위기 때 하락했던 주가를 회복했을 뿐 아니라 이전 고점을 훨씬 상회해 올라버려요. 2009년 3월 미국의 S&P500 지수는 680 정도였지만 2019년 1월 25일 현재 지수는 2664입니다. 3배가 훨씬 넘게 올랐죠.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때는 경기가 좋을 때에요. 연준도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니까요. 연준은 2015년 12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주식시장은 계속 상승한 것은 금리인상이 경기호황과 같이 진행됐기 때문이죠. 문제는 적정한 수준을 넘어서면 금리인상이 경제를 망가뜨리기 시작한다는 것이고 경제지표로는 그걸 사전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겁니다. 세상에서 경기침체를 사전적으로 알려주는 것은 단 하나 단기금리와 장기금리의 차이뿐이에요. 일반적으로는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높지만 금리인상의 막바지가 되면 장기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낮은 역전현상이 일어나죠. 이 현상이 일어나면 예외 없이 경기침체가 찾아 왔습니다.

아마도 이런 의문을 가진 분이 있을 것 같네요. 장단기 금리역전이 일어날 때마다 경기침체가 온다면 연준이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일어나기 전에 금리인상을 중단하면 될 것 아닌가? 그러게 말이에요.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연준은 그러지 않았어요. 금리역전이 일어날 때마다 연준은 “금리역전과 경기침체와는 상관이 없다”거나 “이번에는 다르다”라고 말해왔습니다. 연준이 그렇게 말했던 이유는 경기침체를 예상하기에는 당시 경제지표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죠. 시장의 현상이 미래를 알려준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기도 했고요. 2007년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 사람들은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말을 아주 싫어하게 됐죠. 최근 장단기 금리가 거의 비슷해지는 상황으로 가면서 연준이 너무 많이 금리를 올려서 경기침체를 유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게 됩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서서 추가적인 금리인상을 비판하는 상황에서 연준은 무시하고 12월 금리인상을 강행해요. 그랬더니 주식시장이 폭락해버리고 놀란 연준은 금리인상을 당분간 그만하겠다고 선언합니다.

2주 전 칼럼에서 올해 경제는 2018년보다 좋지 않겠지만 주식시장은 조금 다른 양상으로 갈 것이라 말했던 이유는 올해 연준의 금리인상이 없거나 올려봐야 한 번에 그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었어요. 어쩌면 금리를 내리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저의 예상은 한 달 전만 해도 시장의 컨센서스와 많이 다른 것이었어요. 어쨌든 그런 상황에서 주가가 하락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에서는 경기침체를 피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을 시장이 갖기 시작했거든요. 시장은 우려감으로 패닉하고 기대감으로 희열을 느끼는 곳입니다. 2019년은 기대가 우려보다 큰 해가 될 가능성이 커요. 경제 상황보다 주식시장이 더 좋을 겁니다. 2018년은 반대였죠. 경제지표는 좋았지만 주식시장은 좋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통화정책이 정말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금융시장에 20년 가까이 일하면서 경기호황과 경기침체, 거품의 탄생과 거품의 붕괴를 모두 본 제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네요. 주가와 밸류에이션은 다르지만 그 둘은 결국 수렴합니다. 주가는 알 수 없지만 밸류에이션은 알 수 있죠. 주식의 밸류에이션이라는 것은 지금 기업들이 벌고 있는 현금이 미래에도 벌릴 것이란 가정 하에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바꾼 것입니다. 이 계산을 할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무위험이자율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국채이자율입니다. 이자율이 낮아지면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는 올라가고 높아지면 하락하죠. 금리를 이해하면 주식 시장도 많은 부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통화정책은 어떤 상황인지 궁금하다고요? 좋은 질문이네요. 그건 다음 칼럼에서 설명하겠습니다.

김동조
투자회사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로, 시티은행 트레이더로 일했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썼다. <한겨레신문> <조선일보> <에스콰이어> 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했다. 경제 블로그인 kimdongjo.com을 운영 중이다. dongjoe@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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