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연, 19~60세 남성 3000명 설문조사
역차별·억울함 느끼는 청년 남성들
“남성 권력에 도전하는 여성에 반감…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인식 커”
20대 72.2% “남성 징병제는 차별”
연구진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필요”

서울권 대학 중 유일하게 남아있던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가 지난 1월 4일 폐지됐다. 최근 성균관대, 동국대 등 총여학생회가 잇따라 폐지된 것은 페미니즘 논의가 사회 전반에서 활발해지는 가운데 대학 내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발)가 커지면서 총여학생회의 입지가 좁아지며 발생한 문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총여학생회 폐지 학생총투표를 안내하는 현수막. ©뉴시스·여성신문
서울권 대학 중 유일하게 남아있던 연세대학교 총여학생회가 지난 1월 4일 폐지됐다. 최근 성균관대, 동국대 등 총여학생회가 잇따라 폐지된 것은 페미니즘 논의가 사회 전반에서 활발해지는 가운데 대학 내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발)가 커지면서 총여학생회의 입지가 좁아지며 발생한 문제라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총여학생회 폐지 학생총투표를 안내하는 현수막. ©뉴시스·여성신문

20대 남성 둘 중 하나는 적대적 성차별주의와 반페미니즘 성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남성들은 여성을 남성보다 약하거나 배려해야 할 존재로 인식하지 않고, 페미니즘에 부정적이다. 자신의 권력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여성에게 반감도 크다.

이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성불평등과 남성의 삶의 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19~60세 남성 3000명(20대 1000명) 대상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다. 최근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과 미투(MeToo) 운동 등 일련의 사건을 경험한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성불평등한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페미니즘과 성평등 정책에 반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청년 남성들 사이에선 군복무에 대한 억울함, 역차별 당한다는 정서가 결합해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로 표출되고 있다. 연구진은 “성불평등 문제는 주로 여성의 삶의 측면에서만 논의되면서 남성에 대한 관심은 주변화 됐으나, 성평등을 위한 논의에서 ‘잃어버린 한 조각’으로서 남성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며 이번 조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조사에선 남성의 관점에서 여성을 비난하거나 ‘여성적’ 역할을 나눠 정의하는 성차별주의를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매우 높고 남성의 권위에 도전하는 여성에 대한 적대적이고 반감이 큰 ‘적대적 성차별·반페미니즘’ △여성을 약자이자 보호의 대상으로 보고, 남성의 권력에 도전하지 않는 여성을 보호와 애정의 대상으로 인정하는 ‘온정적 가부장주의’ △여성을 보호의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남성의 권위에 도전하는 여성에 대한 적대감이나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도 매우 낮은 ‘반성차별주의’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 중 온정적 가부장주의 성향의 남성이 44.4%로 가장 많았다. 적대적 성차별·반페미니즘 성향의 남성은 28.4%, 반성차별주의는 27.7%였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 남성의 50.5%가 ‘적대적 성차별·반페미니즘’ 의식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많을수록 이 성향은 30대 38.7%, 40대 18.4%, 50대 9.5%로 낮아진다. 반면, 온정적 가부장주의는 20대 중 23.8%에 불과하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높아져 50대 남성 중 61.6%에 이른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많은 20대 남성에게 여성은 이미 충분히 남성과 동등한, 때로는 더 많은 지위와 권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페미니즘 운동을 통해 남성을 혐오하고 공격하는 집단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번 조사에서 남성의 67.1%는 ‘성차별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20대(73.3%)가 관심이 높았다. 그런데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차별이 심각하다’는 문항에 대해 49.7%만이 동의했다. 이는 성차별 문제에 대한 관심이 곧 여성에 대한 차별 문제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성차별 문제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았던 20대와 30대는 각각 42.5%, 48.8%만이 여성차별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는데 성차별 문제에 대해 관심있다는 응답에 비해 약 30%포인트(p) 낮은 수치다. 이는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성차별 문제가 여성에 대한 차별이 아닌 남성에 대한 차별에 대한 것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성정책에 대한 지지’를 묻는 질문에는 남성의 39.6%만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도 연령대별로 차이가 컸다. 20대 남성은 21.1%만 여성정책을 지지했고, 50대는 56.5%로 절반 이상이 지지하고 있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남성들의 정서의 근원에는 군대가 자리잡고 있다. 청년 남성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이 없이 군대를 가야 함에도 적절한 보상과 인정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남자만 군대 가는 것은 차별’이라는 주장에 대해 남성의 59.7%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특히 20대 남성의 72.2%가 남성 징병제를 차별이라고 생각했다. 남성의 56.8%는 ‘여자도 군대 가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여기서도 20대 남성은 평균보다 높은 64.7%가 여자도 군대 가야한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청년층의 성차별주의와 젠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연구진은 페미니즘 교육의 의무화를 제안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20대는 전통적 남성성의 변화를 빠르게 경험하지만 적대적 성차별주의와 반페미니즘 인식이 높고, 다른 연령대보다 여성정책에 대한 지지가 낮은 것은 성평등이나 페미니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정보 접근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10대 때부터 페미니즘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편견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하며, 성평등의 의미와 남성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대학 내 페미니즘 교육·성평등 기구 기능 강화, 청년의 성평등 정책 활동 지원 확대, ‘친페미니스트’ 남성 중심 성평등 시범 사업 운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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