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다고 머네라구요? 그게 아니라구요?
‘머나먼 송바강’이 아니라 ‘멀고먼 머네’에 사는 도민의 심정은 반대로도 느끼는 모양이다. 멀고먼 서울 나들이처럼 우리 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첫마디는 ‘머네∼’다. ‘정말, 머네!’‘아따, 머네!’‘우와, 머네∼’ 등 사람마다 다양하다.
이 ‘머네’에 대해 재미난 일화가 있다. 교통방송에 단골로 나오는 풍덕천 사거리에서 서울방향으로 가는 길에 ‘머네’라는 정류장이 있다.
“아저씨, 수지출장소 가기 전에 내리려면 어디서 내려요?”
“머네요∼” 운전기사 아저씨가 상냥하게 대꾸한다.
“멀다구?” 무슨 말인가 싶어 또다시 묻는다.
“아저씨, 죽전 가려고 하는데 어디서 내려요?”
“머네요!” 못 들었는가 싶어 큰소리로 알려 준다.
계속 멀다는 줄 알고, 멀면 얼마나 먼가 싶어 조바심을 낸 적이 있다.
시골에 가면 정감 어린 동네 이름이 있는 것처럼 우리 수지에도 머네라는 이름이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하기야 남이섬도 있고, 남이장군도 있고, 남이라는 동네 이름도 흔하다. 남이라는 곳을 지날 때마다 야릇한 감정이 인다. 어디 동네 이름뿐이랴. 건물이나 상호도 있는데 사람마다 자신의 이름과 같다고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한다.
동네 이름으로 시를 짓고 싶은 마음은 시골에 다닐 때마다 일어나는데 이천에 있는 고백이라는 동네를 지날 때면 절정을 느낀다. 고백1리, 고백2리를 지나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뻐근하고 두근거린다. 참 재미난 동네 이름이지요? 이 마을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을 텐데 괜히 혼자 공상을 한다. 고백 중의 고백은 단연 사랑고백이지, 하면서 가슴이 아리다.
사랑고백을 언제 했든가?
지금 그 고백의 주인공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보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