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 폭로 손배배상소송 5차 공판

18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아시아문학페스티벌 간담회에서 조직위원장인 고은 시인이 페스티벌 소개를 하고 있다. 2017.10.18. ⓒ뉴시스ㆍ여성신문
고은 시인 ⓒ뉴시스ㆍ여성신문

고은(본명 고은태) 시인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영미 시인 등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 또 다시 출석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이상윤) 심리로 열린 다섯 번째 공판에서 고 시인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예정됐던 고 시인을 상대로 한 증인신문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 고 시인은 건강 문제로 출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시인 측은 원고인 고 시인이 직접 재판에 나와 대질 신문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씨 측 대리인은 ‘증인 신청을 계속 유지하겠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우리는 그게 꼭 필요하다”며 철회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1월30일로 예정된 결심공판 전까지 증인 신청을 유지하겠다고 재판부에 밝혔다.

이날 최 시인은 성추행을 목격한 1994년 당시 직접 쓴 일기장 세 권을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했다. 최 시임은 그동안 “94년 늦봄에 행사 뒤풀이에서 고 시인의 성추행을 목격했다”며 “너무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고 밝혔다. 이날 제출된 최씨 일기장에는 1994년 6월 2일 날짜로 당시의 충격을 묘사한 것이라는 글귀와 함께 ‘고 선생배, 술자리 난장판을 생각하며’라고 적혀 있다.

피고 측은 한국작가회의가 성명서를 내고 고 시인의 징계안을 상정하기로 했던 사실에 근거해 관련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작가회의는 지난해 2월 22일 ‘최근 성폭력, 미투 운동에 대한 한국작가회의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이사회를 소집해, 미투 운동 속에서 실명이 거론된 고은, 이윤택 회원의 징계안을 상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입장문 발표 이튿날 고 시인은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직을 내려놓고 탈퇴해버려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고은 시인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앞서 한국여성단체연합 김영순 공동대표와 이재정 활동가 등이 고은 시인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여성신문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고은 시인의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앞서 한국여성단체연합 김영순 공동대표와 이재정 활동가 등이 고은 시인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여성신문

이날 재판부는 피고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계간 <황해문화> 편집주간 김명인 인하대 교수에 대해 “사건과 관련성이 없다”며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씨는 2017년 12월 <황해문화>에 고 시인을 암시하는 원로문인의 성추행 행적을 언급한 ‘괴물’이라는 제목의 시를 실었다. 시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 / Me too / 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라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이 시가 뒤늦게 알려지면서 고 시인의 성추행 논란이 커졌다. 이후 최 시인은 1992년 겨울에서 1994년 봄 사이 서울 탑골공원 인근 한 술집에서 고 시인이 추태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최 시인은 지난 10일 고 시인의 성추행 피해자와 목격자 증언을 추가로 법원에 제출했다.

최 시인이 법원에 제출한 증언 자료에는 2005년 말 대구와 2002년 러시아에서 고 시인이 저질렀다는 성추행 사례가 담겨 있다.

한편, 고 시인은 최 시인을 비롯해 그는 최씨와 자신의 성추행을 목격했다고 주장한 시인 박진성씨, 이들의 폭로를 보도한 동아일보사를 상대로 총 10억7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결심공판은 오는 1월 30일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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