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이 한국 사회에 거세게 불면서 여성 이슈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나도 몰라서 공부하는 페미니즘』은 페미니즘 관련 소재를 이해하기 쉽게 그린 만화책이다. 30대인 저자가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학교와 직장 등에서 겪은 성차별적 사례를 비롯해 사회가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화장,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감을 느낀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이 녹아있다. 페미니스트로 활동하는 저자가 페미니스트 친구를 찾을 수 있는 간단한 팁도 들려준다.

책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차별이 존재한다. 시작부터 ‘남아선호사상’이 등장한다. 아들을 낳은 옆집 엄마는 환영을 받았지만 딸을 낳은 저자의 엄마는 죄인이 됐다. 지금은 없을 것 같다고? 저자는 최근에도 한 엄마가 태아의 성별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책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지점은 두 군데다. 첫째는 성추행이나 성폭행, 여성혐오 등 ‘일상의 공포’에 노출된 여성의 이야기다. 저자 역시 지하철에서 누군가의 휴대폰에 몰래 찍힌 듯한 경험을 했다. 늦은 밤 탄 택시의 기사에게는 미터기에 찍힌 요금보다 더 돈을 내고야 내릴 수 있었다. 저자는 그날 이후 택시를 타지 않는다. 집을 알아보기 위해 찾아간 부동산 사장은 여성인 저자에게 반말한다.

“이런 일을 겪었다고 엄마에게 말하면 반응은 늘 한결같습니다. ‘그것봐,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여자 혼자 살기가 혼자 살기가 얼마나 힘든데. 그러니까 빨리 결혼해’. 해결 방법이 어딘가 이상하지 않나요? 남성과 함께 있어야만 부당함을 겪지 않는 세상이라면 그 이상한 세상을 하루빨리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109쪽)

둘째는 페미니즘 운동이 거칠다는 지적에 대한 대답이다. 거칠기 때문에 거부감이 든다는 사람들을 향해 저자는 “흑인 인권 운동을 상냥하게 했다면 기득권이 관심을 가졌겠냐”고 반문한다. 일상의 불편함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향해 "예민하다", "꼭 너가 해야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을 향한 가벼운 일침이기도 하다. 저자는 거친 표현이 불편하다면 다양한 페미니즘 서적을 읽으라고 권유한다.

이 책 역시 페미니즘을 불편하지 않게 접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아직까지 페미니즘을 잘 모르겠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불편한 일상에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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