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 여성 15일 동안 수감, 인권 침해 논란 일어

경찰이 중증의 여성 장애인을 구치소에 구속 수감시킨 채 수사를 진행해 재소자에 대한 인권유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고 2주가 지나서야 석방시켜 비난이 거세다. 특히 지난 7일 재소자의 동료들이 국가인권위에 ‘불구속 수사’ 요청을 했으나 인권위가 구치소에 긴급구제조치 권고를 내린 것은 이미 일주일이 지난 뒤였으며 검찰이 ‘불구속 구공판’ 결정을 내린 것은 19일로 수감자가 구치소에 수감된 지 15일이나 지난 뒤였다.

김모씨(44)는 지난 4일 ‘의료사고로 지체 1급 장애를 얻었다’며 서울 A병원측에 항의하다 분신을 기도, 현주건물방화 미수혐의로 성동구치소에 수감됐다.(이 사건은 본지 714호 독자생각 ‘구속된 장애여성은 인권도 없나’에서 처음 소개됐다.) 김씨는 지난 95년 8월 A병원에서 요추부 지방척추 수막류 수술을 받은 뒤 하반신이 마비됐고 2년 동안의 법정싸움 끝에 지난해 9월 법원의 조정을 받아 병원측으로부터 위자료 명목으로 3500만원을 지급받았다.

김씨가 A병원 앞에서 분신을 기도한 이유는 자신의 하반신 마비가 의료사고라고 판단, 지난해 10월부터 병원 앞과 병원 이사장 자택 앞에서 무성의한 대응을 고발하는 1인 시위를 벌이다 병원측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를 당해 ‘병원 반경 1km 이내 접근시 1천만원’ 등의 선고를 받았기 때문. 김씨는 접근금지 선고를 받은 후에도 계속해서 병원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며 주위사람들에게 “담당의사에게 정중한 사과 한 마디 듣고 싶다”며 “최저 생계비도 안되는 돈을 받는 것보다 명백한 의료사고임을 인정하는 병원의 입장표명과 인간으로서의 사과를 받고 싶다”고 토로했다.

결국 김씨는 어떠한 대응도 무의미하다고 판단, 지난 4일 오전 9시 병원 입구에 자신의 차를 주차한 뒤 분신을 위해 준비해간 휘발유를 뿌리다 병원 관계자들의 고발로 경찰에 구속됐다. 그러나 김씨의 역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죄의 여부를 떠나 지체 1급 장애로 기본적인 생리현상을 처리하지 못해 구속된 후 기저귀를 바꿔차는 것으로 15일이 넘도록 버티고 있지만 불구속 수사 등 어떠한 배려도 받지 못했던 것.

특히 지난 15일 국가인권위가 김씨에 대해 긴급구제조치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피의자를 불구속 구사할 것’을 동부지검과 성동구치소에 권고하고 난 후 4일이 지나서야 김씨가 석방돼 관련기관들의 인권유린이 지나친 게 아니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성동구치소에는 장애인용 화장실이 설치돼 있지 않아 김씨는 하루 평균 6개의 기저귀를 착용한 채 이동식 변기를 어렵게 사용했으며 “배변이 어려우니 차라리 먹지 않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구치소에서 나온 김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주 넘게 하루하루 수치심을 느끼며 감당해야 하는 고통은 말로 할 수 없다”며 “인간다운 사과를 받고 싶어 시작했던 1인 시위의 결과가 배변도 제대로 못누는 감옥살이가 될지 몰랐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또 “안에 있는 동안 방광에 이상이 생겨 약을 계속 먹어야 했다”며 “법 앞에서 만인이 평등하다는데 ‘장애인은 예외’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현재 형사사건 처리상 도주의 위험,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중범죄가 아닌 경우 통상 불구속 입건하는 것이 관례임에도 장애인 수감시설이 구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체 1급 장애인을 구속 입건했던 것은 공권력 남용이라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강명득 인권침해조사국장은 “8일 토요일에 진정이 접수돼 10일 확인했으며 14일 현장에 가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15일 상임위원회를 통해 긴급구제조치를 권고했다”며 “15일 권고를 한 후 19일 동부지검으로부터 ‘불구속 구공판’ 결정을 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사안이 긴박하더라도 기본적인 검토와 조사를 하고 결정하기까지 일주일은 걸린다”며 “인권위에서 권고하더라도 해당기관에서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더 시간이 걸린 것 같다”고 입장을 밝혔다.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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