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해외연수 중 가이드 폭행 및 여성 접대부 요구 등의 논란을 빚은 경북 예천군의회 의장단이 사과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종철(자유한국당) 부의장, 이형식(자유한국당) 의장. /뉴시스·여성신문
지난 4일 해외연수 중 가이드 폭행 및 여성 접대부 요구 등의 논란을 빚은 경북 예천군의회 의장단이 사과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종철(자유한국당) 부의장, 이형식(자유한국당) 의장. /뉴시스·여성신문

 

해외연수에서 현지 가이드를 폭행하고 ‘접대부’와 ‘보도’를 불러달라고 요구한 예천군의회 의원들에 대해 의원직 사퇴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사건은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 9명 전원과 의회 사무국 직원 5명 등 14명이 지난해 12월 20일부터 29일까지 7박 10일간의 미국·캐나다 해외연수 과정에서 발생했다.

미국 교포인 현지 가이드는 지난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예천군의회 군의원의 실명을 밝히며 ‘여성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 데려가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또 군의원들은 숙소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피워 다른 투숙객들의 항의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권 모 군의원은 한겨레신문에 “솔직히 말하면 노래방 가면 눈도 어둡고 (도우미가)책자에 있는 번호도 찾아주고 (하니까) 그런 의도로 물어본 건데 수차례 요구했다고 하니 억울하다”고 해명했다.

민중당은 8일 논평을 통해 “평소 여성 성 접대를 당연스레 이용해온 행적 또한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질타했다.

경찰은 보수성향의 시민단체 ‘활빈당’의 고발로 경북 예천군의회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7일 해외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해 논란을 빚고 있는 경북 예천군의회 청사 앞에 '군의원 전원 사퇴하라'라고 쓴 플래카드가 게시돼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뉴시스·여성신문
7일 해외연수 중 가이드를 폭행해 논란을 빚고 있는 경북 예천군의회 청사 앞에 '군의원 전원 사퇴하라'라고 쓴 플래카드가 게시돼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뉴시스·여성신문

이와 별개로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대경여성연합)은 8일 성명을 통해 성평등 인식 실태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대경여성연합은 “룸살롱이 없는 곳을 상상하지 못하고, 어디서든 여성을 접대부로 부를 수 있다는 이런 반인권적 인식을 가진 이들의 폭력 등을 포함한 ‘갑질’은 절대 좌시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고 비판하면서 “의회와 당 차원의 ‘접대’와 ‘보도’등을 일상처럼 여겨온 인식과 실태에 대한 조사와 성평등, 성매매예방, 인권교육 등을 정례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의 연수 일정 중에 가이드를 폭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저녁 식사 후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박종철 예천군의회 부의장이 술에 취해 누워있다가 일어나 갑자기 가이드를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버스 운전기사가 경찰에 신고했고 박 부의장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이 빗발치자 박 부의장은 지난 4일 부의장직을 사퇴하고 자유한국을 탈당했다.

예천군의회는 자유한국당 7명과 비례대표 2명으로 구성돼있고, 성별로는 남성이 7명, 여성은 2명뿐이다.

이와 함께 해외연수가 혈세낭비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각 지역의 시청·시의회 등을 방문하는 일정에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자연사 박물관, 나이아가라 폭포,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 아브라함 대평원 등 관광명소 견학 등이 포함됐다. 연수 비용으로 1명당 442만원씩 총 6188만원을 지출했다.

대경여성연합은 “거액의 세금으로 하는 해외연수를 스스로가 심사하고, 관광성 외유를 한 것만으로도 이들은 도민과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라고 했다.

예천군의원들은 물의를 빚은 외국연수 비용을 9일까지 모두 반납하기로 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각 정당들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일제히 비판 논평을 발표했다. 의원직 사퇴와 혈세를 낭비하는 해외연수에 대한 대책 마련, 자유한국당의 고강도 조치와 의원직 사퇴, 재발방지를 위해 비위 제보를 받는 방안 등의 대책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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