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수 작가의 소설 『언더 더 씨』
자두 묘사하며 ‘젖가슴’으로 빗대
희생자 성적 대상 삼았다는 논란 커져
작가 “소설 맥락 의도적 왜곡” 주장

 

강동수 소설집 『언더 더 씨』 ⓒ호밀밭출판사
강동수 소설집 『언더 더 씨』 ⓒ호밀밭출판사

소설 『언더 더 씨』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학생을 성적대상화 했다고 비판받은 작가 강동수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명글을 올렸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출간된 소설 『언더 더 씨』는 강 작가의 3번째 소설집으로 총 7편이 실렸다. 이 가운데 표제작 『언더 더 씨』는 세월호 참사 희생 여학생 ‘나’가 바다 밑을 유랑하는 여정을 담았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된 부분은 화자 ‘나’가 생전 자두를 먹었던 경험을 회상하며 “내 젖가슴처럼 단단하고 탱탱한 과육에 앞니를 박아 넣으면 입속으로 흘러들던 새큼하고 달콤한 즙액”이라고 서술하는 내용이다. 

이 구절이 지난 4일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지며 10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하고 세월호 희생자를 모욕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한 ‘철저한 남성주의 시각에서 나온 내용’이라는 비판도 쏟아졌다.

강동수 작가가 6일 올린 SNS 해명문
강동수 작가가 6일 올린 SNS 해명문

논란이 일자, 강 작가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명글을 올렸다. 강 작가는 소설을 향한 비판에 대해 “극렬(?) 편향적인 페미니스트 카페 회원들이 문제 삼았던 모양”이라며 “소설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일종의 문학적 진혼굿의 개념으로 쓴 소설”라고 적었다. 

또한 자두를 학생의 젖가슴에 비유한 것에 대해 강 작가는 “무언가를 먹는 기억은 살아있음을 환기시키는 가장 중요하고 일반적인 장치다. 무구하고 생기발랄한 젊디 젊은 여학생의 생을 상징하는 문학적 장치로서, 단단하고 탱탱한 자두의 이미지를 차용한 거다”라며 “‘젖가슴’이란 단어를 썼다고 야단들인데, 여성의 해당 신체부위를 그 단어 말고 무엇으로 표현하나? ‘젖가슴’이란 단어 자체가 소설에서 결코 쓸 수 없는 금기어라도 된다는 건가? 차라리 국어사전에서 그 단어를 삭제하는 게 낫지 않을까? 소설이 성경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강 작가는 “소설 본문 한줄 읽어보지도 않고 누군가가 “개저씨 소설이다”하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이들이 가련하기도 하다. 어떻게 집단의 폭력으로 한작가의 입을 막으려 드는지, 표현의 자유를 목죄려는지 우리 사회의 일각의 반지성주의가 끔찍하다”고 썼다. 

해당 입장문에는 1000개가 넘는 비판 댓글이 달렸고 강 작가는 입장문을 삭제했다. 7일 현재 강 작가의 페이스북은 비공개 상태다.

소설 『언더 더 씨』를 출판한 호밀밭출판사도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논란에 대해 최초 보도한 서울신문과 네티즌의 집단행동을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댓글을 통한 비판 여론이 더 거세지자 출판사는 7일 오전 해당 글을 삭제하고 “댓글을 모두 읽진 못했지만 거의 읽어보았다. 하루종일 여러 경로로 많은 이야기도 들었다. 더 듣고, 더 살펴보려 한다. 이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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