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대표 ‘정신장애인’은 혐오표현
정치적 목적 위한 차별 선동 늘어
여성·성소수자·노인·난민 등 대상 다양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해찬 대표가 축사 도중 “정치권에 와서 말하는 것을 보면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이 많이 있다”고 말해 비판이 일었다. /뉴시스·여성신문 ⓒ뉴시스·여성신문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해찬 대표가 축사 도중 “정치권에 와서 말하는 것을 보면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이 많이 있다”고 말해 비판이 일었다. /뉴시스·여성신문 ⓒ뉴시스·여성신문

 

정치권의 혐오 발언이 위험수위를 넘었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여성, 성소수자, 노인 사회적 약자가 증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고 지난해엔 난민에 대한 발언도 부쩍 늘었다. 법을 만드는 입법가의 낮은 인권감수성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정치적 목적을 위해 혐오를 이용하려는 흐름도 나타나면서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7선 국회의원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신장애인’ 발언으로 장애인 당사자 뿐만 아니라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는 장애인 당원행사에서 “정치권에 와서 말하는 것을 보면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발언은 정치적 목적을 담고 있다. 일부 정치인을 정신장애인에 빗댄 후 이어진 말은 “그 사람들까지 우리가 포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즉 그들을 포용할 수 없고 상대 정치인을 배척해야 한다고 편을 가르고 선동하기 위한 정쟁의 수단으로 장애인이 동원됐다.

공익인권변호사단체 ‘희망을만드는법(희망법)’ 조혜인 변호사는 “이해찬 대표의 발언은 당연히 혐오 발언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수자에 대한 비하의 의미로 동등한 사회구성원이라고 보지 않는 관점에서 나온 얘기다. 2018년도에 시민이 생각하는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앞서 12월 3일 베트남 여성 발언 역시 크게 비판 받았지만 사과조차 하지 않고 넘어갔다. “한국에 있는 남자하고 결혼하는 베트남 여성들이 아주 많은데 다른 나라 여성들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제일 선호하는 편이다”라고 말해 베트남 여성과 ‘매매혼’이 사회적 문제인 상황에는 눈감은 채 여성을 상품화했다. 이후 비판이 계속되자 당 상근부대변인은 오히려 “야당은 말꼬리 잡기로 외교문제를 만들지 말라”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이 대표의 취임 100일 되던 날 국회를 방문한 베트남 경제부총리와의 공식석상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9월 20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진 후보자에게 “동성애에 관한 확고한 입장을 갖고 계신데, 후보자님은 혹시 동성애자는 아니죠?”라고 질문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9월 20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진 후보자에게 “동성애에 관한 확고한 입장을 갖고 계신데, 후보자님은 혹시 동성애자는 아니죠?”라고 질문했다. /뉴시스·여성신문

 

사회적 약자를 문제시하는 정치인의 혐오표현은 특히 성소수자에게 집중된다. 정치인이 스스로 발언을 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 기독교 세력 등이 노골적으로 정치인들에게 입장을 요구하기도 하다.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9월 20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진 후보자에게 “동성애에 관한 확고한 입장을 갖고 계신데, 후보자님은 혹시 동성애자는 아니죠?”라고 질문했다. 발언에는 ‘동성애는 나쁜 것’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여성혐오의 양상은 직접적으로 여성을 특정해 비하·차별하는 발언보다는 여성의 역할이나 권한을 규정짓거나 우리 사회에서 성차별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는 왜곡된 인식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지난해 6.13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는 도시를 여성에 빗대며 “매일 씻고 피트니스도 하고 해서 자기를 다듬고 옆집하고도 비교를 해야” 등의 발언을 했다. 2017년 대선 당시 홍준표 후보는 “설거지를 (남자가) 어떻게...하늘이 정해놨는데 여자가 하는 일을 남자한테 시키면 안 된다”라고 했다.

이종명 의원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임에도 민간기업의 여성 고위직 확대 방안과 목표제를 비판하면서 “여성이라고 대우를 하게 되면 여성에게 약자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같은 당 성일종 의원은 2017년 헌법 개정 논의 당시 성평등에 관한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초등학교 여선생들이 많아졌고, 고시 비율도 여성이 더 많은 상태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이미 평등한데 그것(성평등 조항)을 (헌법으로)더 강화한다는 건 시대적으로 맞지 않은 것 같아요”라면서 성차별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냈다.

정치인의 차별과 혐오 발언은 갈등을 부추기는 일종의 선동으로 정치적 이익을 계산한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소수자를 공격해 다수의 지지를 얻는 전략이다. 특히 선거기간에 더욱 빈번해진다는 점에서다.

조혜인 변호사도 “정치인들의 의도적인 혐오 발언이 늘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본인이 가진 소수자에 대한 편견, 차별적 인식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발언이 많았다면, 이제는 소수자 혐오를 본인의 정치세력화에 이용하려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혐오표현 현상을 분석한 책 ‘혐오표현은 왜 재일조선인을 겨냥하는가’에 따르면 ‘혐오표현(hate speech)이란 인종·민족·국적·성별 등의 속성을 지니는 소수자 집단 혹은 개인에 대해 차별·증오를 선동하는 표현·행위’다. 일본의 인종주의를 비판해온 형법학자 마에다 아키라는 “일본 정부가 사회를 향해서 ‘조선인은 차별해도 된다’고 선동하며, ‘차별 면허’를 발행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정치인의 혐오표현을 ‘위로부터의 차별선동’이라고 명명하고 선동에 의한 득표가 성공하는 상황이라고 봤다.

점차 늘어나는 정치권의 혐오발언에 대해 이제 제동을 걸어야 할 상황이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일본에서 정치인이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했을 때 다른 정치인들과 시민들이 비판이 거셌다. 시민사회가 이런 정치인들을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해야 하고, 차별적 구조를 인식하고 바꿔나가는 법·제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