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만남] 임순례 감독 “지난해 188편 중 여성감독 영화 22편, 더 늘어야죠”
[여성신문-만남] 임순례 감독 “지난해 188편 중 여성감독 영화 22편, 더 늘어야죠”
  • 김진수 기자
  • 승인 2019.01.05 06:00
  • 수정 2019-01-06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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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공동센터장 임순례 영화감독
영화산업 내 성희롱·성폭력 상담 및 해결 나섰다
“성폭행·성희롱 조심해야겠다는 의식 생겼을 것”
“장르화·대형화 여성에게는 장벽”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센터장인 임순례 감독이 2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동물권행동 카라 사무실에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대표이기도 한 임 감독은 지난해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센터장인 임순례 감독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동물권행동 카라 사무실에서 반려묘 알식이와 사진을 사진을 찍었다. 임 감독은 올해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공동센터장을 맡아 영화산업내 성희롱·성폭행 피해자를 돕는데 힘썼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자가 다 피해자는 아니겠지만, 남자들은 사회적인 흐름이 있어서 성폭행·성희롱을 조심해야겠다는 의식이 생겼을 거고요. 약자 위치에 있는 분들은 절차를 통해 상담할 수 있다는 걸아니까 안정감이 왔을 거예요.”

임순례(59) 영화감독은 연말에도 쉴 새 없이 바빴다. 그는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대표이자 인천 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 가지 직함이 추가됐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공동센터장.

‘든든’은 영화계 성폭력을 근절하고 성평등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여성영화인모임과 영화진흥위원회와 합쳐 마련된 단체다. 지난해 3월 1일 개소했다.

임 감독은 2017년 마케팅사와 영화제 등을 돌아다니면서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 조사를 했다.

2018년 2월부터 영화산업 내 성희롱·성폭력 상담 및 신고 접수를 받았다. 10개월 간 총 31건이 접수됐고 대면상담과 무료법률기관 등을 통해 22건을 처리했다. 또 영화산업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2기 강사 7명을 위촉했다. 영화제와 영화단체, 학교 등을 방문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11월 기준으로 90차례 진행했다. 영화계에 표준 계약서에 (가해자가) 성희롱·성폭력을 저지른 게 확인되면 (가해자를) 즉각 해고할 수 있다는 규정을 포함했다.

‘2017년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46.1%(여성61.5%·남성 17.2%)가 ‘성폭력·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영화인모임과 영화진흥위원회가 2017년 7월 11일부터 9월 13일까지 영화인 총 749명(여성 467명·남성 267명·부불분명 1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한 결과다.

“영화계 산업적으로 여성인력들이 공정하게 기회를 못 잡는 경우도 있어요. ‘성평등 센터’ 든든이기 때문에 여성 영화인들이 정책적으로 배려 받을 수 있는 부분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영화 산업 내에서 남녀가 균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더 큰 비전입니다.”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센터장인 임순례 감독이 2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동물권행동 카라 사무실에서 지난해 ‘든든’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센터장인 임순례 감독이 28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사)동물권행동 카라 사무실에서 지난해 ‘든든’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해 여성 감독 연출 상업영화 4편 불과… “돋보인 것 아냐”

든든에 따르면, 지난해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성인영화 등을 제외하고 개봉한 한국영화는 상업·다양성 영화를 합쳐 188편이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지난해 여성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22편이었다. 일부에서는 여성 영화인들의 활약이 돋보였다고 평가했지만 임 감독은 선을 그었다. 상업 영화는 임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 방수인 감독의 ‘덕구’, 이언희 감독의 ‘탐정:리턴즈’, 이지원 감독의 ‘미쓰백’ 등 4편에 불과했다. 

1994년 ‘우중산책’으로 단편 데뷔한 임 감독은 이후 20년 간 17편의 장·단편을 연출 및 제작했다. 그는 여성 영화인이 더 많이 배출돼야 한다고 했다.  

“저를 뛰어넘는 작품 수나 영향력에서 여성 감독들이 나와야 하는데 20년 넘게 배출이 안됐어요. (여성 영화인들에게) 열악한 환경인거죠. 한국 영화가 너무 양극화되고 장르화, 대형화 되면서 여성들에게 장벽이 되는 것 같습니다. 또 영화에 큰 예산이 투입되다 보니, 손익분기점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장르 영화밖에 안 되는 거예요. 그 속에서 여성이 영화 속에서 피해자로 소개되거나 주변인으로 구색 맞추기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좋은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임 감독은 수동적인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에 대해 일부 관객들이 거부하는 행동에 주목한다. 관객의 의식이 먼저 변하면 자연스럽게 남성색이 강한 영화를 만드는 제작자나 감독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거다.

‘리틀 포레스트’의 주연 배우 김태리
배우 김태리는 ‘리틀 포레스트’에서 혜원 역을 맡아 성장하는 청춘의 모습을 연기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 포레스트 손익분기점 돌파? 김태리, 류준열 덕분”

이 같은 영화계의 ‘기울어진 극장’ 속에 지난해 임 감독이 연출한 ‘리틀 포레스트’는 150만 6269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손익분기점(80만 명)을 돌파했다. 김태리를 원톱으로 내세우고 순제작비 15억 원에 불과한 작은 영화지만 화제를 낳았다.

임 감독은 처음에는 적은 예산으로 손익분기점을 내야한다는 부담감에 영화 제작을 망설였다. 또 리듬이 느리게 전개되는 일본 원작의 작품을 한국식으로 각색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일본 영화인 ‘리틀 포레스트’ 시리즈가 일본에서 소규모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등 흥행이 되지 않은 점도 임 감독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임 감독이 리메이크를 결심한 이유는 폭력적이었던 한국영화에 ‘반기’를 들기 위해서였다. 2016년은 한국 영화시장에 남성들이 대거 나오고 폭력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많았다. 흥행티켓을 가진 남성배우들의 출연이 겹쳐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 당시 관객들이 (폭력적인) 한국 영화에 지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리틀 포레스트’ 같은) 영화에 대한 관객의 요구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습니다. 제가 관객의 입장에서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모습들을 보고나면 괴로웠어요. 그런 풍조에 반기를 들고 싶었어요. 작은 예산으로 평온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의 한 장면. ⓒMK픽처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은 임순례 감독 최고의 흥행작이다. 임 감독이 대중에게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을 안긴 영화이기도 하다. ⓒMK픽처스

‘우생순’ 이후 대중에게 다가가려 노력

임 감독이 자신의 대중들에게 확실히 각인한 영화는 2004년 여자 핸드볼 선수들의 아테네 올림픽 감동 실화를 다룬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년)이다. 당시 4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여성 감독으로서도 최고의 흥행작을 썼다. 이는 그 동안 예술 영화에 치중했던 임 감독이 상업영화로 대중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게 해 준 계기가 됐다.

“10만 명이 보는 영화를 만들 것이냐, 아니면 대중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리듬으로 영화를 만들 것이냐의 고민은 있었어요. ‘우생순’ 이후 관객 취향에 맞춘 작품들이 강해졌습니다. 영화에 투자한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대중에게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면, 임 감독이 영화에 우리사회의 ‘루저’를 주로 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가 어렸을 때 인천의 가난한 변두리 동네에서 살았어요. 어려운 동네에 살았기 때문에 삶의 주변부나 절대적 빈곤 같은 쪽이 친숙했어요. 남들이 볼 때는 비루할 것만 같지만 그 안에는 인생의 진실과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루저라고 규정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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