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 VS ‘메갈’ 실체없는 갈등 구조 거부
성 대결, 혐오 넘어 남성 보듬는 여성주의
‘진짜 사나이’ 프레임 반기드는 이들도 늘어
‘가부장제 이후’ 여성과 남성 함께 상상해야

페미니즘 소모임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남함페) 회원들이 10월 2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추라며 시위를 벌였다.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여성 손님을 성추행한 혐의로 한 남성이 징역 6월을 선고받자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라는 이름의 남성 모임이 이날 ‘1차 유죄 추정 규탄시위’를 열자, 이를 비판하며 ‘맞불시위’를 열었다. ©뉴시스
페미니즘 소모임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남함페) 회원들이 10월 2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곰탕집 성추행 사건’에 대한 2차 가해를 멈추라며 시위를 벌였다. 대전의 한 곰탕집에서 여성 손님을 성추행한 혐의로 한 남성이 징역 6월을 선고받자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라는 이름의 남성 모임이 이날 ‘1차 유죄 추정 규탄시위’를 열자, 이를 비판하며 ‘맞불시위’를 열었다. ©뉴시스

현재 한국 사회는 젠더 전쟁 중이다. 페미니즘에 열광하는 여성 반대편엔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많다. 이 안에서 성평등을 외치는 여성들을 ‘메갈’이라 낙인찍는 남성들과, 이들을 향해 ‘한남’(한국 남자의 줄임말)이라고 되받아치는 여성들이 존재한다. 성차별을 자각하고 페미니즘에 눈 뜬 여성들은 더 이상 참지 않는다. 이제 성 대결을 넘어 남성을 끌어안는 페미니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뜨겁다.

최근 20대 남성의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 원인을 두고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여성만 챙기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기정사실처럼 보도되고 있다. 이는 증명되지 않은 일을 마치 사실인양 보도하는 미디어 오락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나 뉴스 댓글마다 등장하는 ‘남성이 역차별 받고 있다’는 주장을 언론이 여과없이 가져다 쓴 탓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여성 VS 남성’ 대결 프레임으로 쓴 관련 기사 댓글은 성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역차별 당한다는 정서나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은 연령이 낮아질수록 더 커진다.

‘귀남이’(드라마 ‘아들과 딸’의 남자 주인공 이름, 귀한 남자라는 뜻)로 자란 남성들은 1990년대와 2000년대 IMF 외환위기와 신자유주의를 건너면서 더 이상 전 가족들의 생계를 홀로 책임지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경제 위기의 결과다. 가부장 지위가 흔들리자 ‘남성의 위기’, ‘새로운 남성성’이 등장했다. 1990년대 후반 나타나기 시작한 자녀 양육에 관심을 갖는 아버지, 초식남, 메트로 섹슈얼 등이 대표적이다. 사회학자 전인권씨가 쓴 『남자의 탄생』은 자신의 유년기를 통해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정체성 형성 과정을 통렬하게 분석한 책으로 화제를 낳기도 했다. 새로운 남성성의 등장이 곧바로 남성의 특권과 권력의 쇠퇴, 성별분업의 해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당시 ‘고개숙인 가장’ 담론이 폭넓게 퍼지며 대안적 남성성에 대한 고민은 사그라들었다.

다행히 최근 페미니즘 담론이 커지면서 ‘빠미니즘’(아빠 페미니즘) 같은 신조어가 등장하고 ‘남페미’(남성 페미니스트) 등 틀에 박힌 남성성에 반기를 드는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유튜브에선 ‘데블스TV’, ‘5분 분석 페미니즘’ 등 왜곡된 페미니즘에 대해 설명하는 남성들이 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유명인들은 유엔 글로벌 성평등 캠페인 ‘히포시(HeForShe)’에 참여하며 성차별 없는 사회 만들기에 동참한다.

『한국, 남자』 저자 최태섭씨는 책에서 새로운 남성성의 가능성에 대해 “누군가를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한 사람의 주체로, 또 타인과 연대하고 돌보는 자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물음으로 대신한다.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실장은 대안적 남성성을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지배적 남성성의 균열과 변화하는 남성의 삶보고서에서 “그동안 힘, 폭력 등에 기반해 구성된 남성성을 타인의 감정에 대한 이해와 공감, 배려, 대화와 소통, 돌봄에 기반한 새로운 대안적 남성성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교육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의 경우, 전환 학년제(자유학기제와 유사)를 시행하는데 이때 전환 학년 남학생을 대상으로 ‘남성성 탐험(Exploring Masculinities)’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의 ‘남성성’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자아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웨덴은 노동조합, 전국 여성쉼터, 성평등을 위한 남성 등 여러 단체가 함께 ‘마초공장(the Macho Factory)’를 만들어 청소년이 폭력적 남성성을 학습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도구를 개발한다. 남성의 생애주기에 따라 돌봄 능력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양육기), 성평등 조직 혁신 프로그램(, 민주적 가족관계를 위한 소통 프로그램(은퇴·노년기) 등의 필요성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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