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조의 어쨌든 경제]

오래도록 다양한 현장 경제를 경험해온 김동조 대표가, 우리 생활에 너무 중요한 그러나 어려운 경제를, 여성신문 독자를 위해 쉽게 정리해 드립니다. <편집자 주>

Q: 정부가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집값은 주춤거리고 있고요. 얼마 전 서울에서 살고 싶은 집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집값도 적당하고요. 하지만 그곳은 오르지 않을 테니 다른 곳에 집을 사라며 만류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습니다. 집을 꼭 부동산 투자의 개념으로 봐야만 하나요? 투자 목적이 아니라 제가 살고 싶은 집을 사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비합리적인 걸까요?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 ⓒ뉴시스·여성신문

A: 집과 자동차는 한 개인이 일생을 살면서 구매하는 것 중 가장 비쌀 겁니다. 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자동차는 사자마자 감가상각이 시작됩니다. 중고차 가격이 새 차 가격의 절반이 되는 데는 짧게는 2년 길게는 6년 정도가 걸리죠. 집의 경우는 집을 사서 소비(거주)해도 집값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아요. 왜 그럴까요? 그것은 집의 경우 땅의 가치와 건물의 가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건물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감가상각이 이루어지지만 땅의 가치는 떨어지는 경우가 드뭅니다. 잘 팔리는 자동차는 계속 만들어낼 수 있지만 많은 사람이 원하는 땅을 계속 만들 수는 없어요.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곳의 집값은 계속 올라갑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곳에 살고 싶어 하는 걸까요?

고소득자와 저소득자 간의 소비 격차는 소득 격차보다 적습니다. 소비 지출 중에서 주거비에 들어가는 지출을 제외하면 소비 격차는 훨씬 더 적죠. 먹고 마시는 것은 물론이고 옷이나 병원비까지 포함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예요. 여기에는 몇 가지 함의가 있습니다. 고소득자는 저소득자보다 훨씬 비싼 집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소득자는 고소득자들과 어울려 같은 동네에 사는 경향이 강하죠. 고소득자가 생활비가 많이 드는 동네를 포기하면 지출에 여유가 많이 생기겠지만 그렇게 하는 고소득자는 많지 않아요. 그런 동네에 사는 장점이 많기 때문인데 최근에는 직업상의 장점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산업 도시가 쇄락하고 혁신 도시가 각광받으면서 교육 수준과 기술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혁신 도시로 몰려들고 그 지역의 집값이 많이 올라가고 있죠.

일본처럼 지난 30년 동안 물가가 하락해온 나라에서는 집값은 오르는 것이 아니라 하락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일본에서는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을까요? 집값이 오르는 나라보다는 적겠지만 일본에서도 집을 사려는 사람은 있습니다. 집을 사지 않고 내가 살고 싶은 집에 거주하려면 월세를 내야 하죠. 집을 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은행에서 차입했다고 가정해도 일본처럼 차입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는 월세 비용에 비해서 이자 비용은 훨씬 낮습니다. 월세를 계속 내는 것보다 돈을 빌려 집을 사는 것이 이익이죠. 만약 집값이 그 이익의 합보다 더 떨어지지만 않으면요. 하지만 그 이익이란 것은 집값이 오르는 나라의 이익에 비하면 역시 크지 않고 집을 사는 데는 거래 비용이 들죠. 일본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많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한국에서 주택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육십 퍼센트가 넘습니다.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는 집을 살 때 많은 대출을 받고 일을 하면서 일생 동안 갚아 나갑니다. 그렇게 해서 월세를 절약하고 강제에 가까운 저축을 통해 자산을 늘려가죠. 자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소득이 아주 빠르게 오르지 않는 한 부를 늘려가기는 어렵습니다. 주위에서 살고 싶은 집을 사지 말고 오를 것 같은 동네의 집을 사라고 충고하는 게 기분이 나쁠 수는 있어요. 때로는 그런 충고를 무시하고 내 주관에 충실한 소비가 큰 행복감을 줍니다. 하지만 그런 집을 사는 것은 가격이 의미하는 것보다 비싼 소비입니다.

자동차의 경우 감가상각률이 높은 차는 타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차입니다. 이런 차는 차를 사서 다음 날 팔려고 해도 잘 팔리지 않죠. 산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절반까지 찻값이 하락하기도 합니다. 많이 팔린 대중적인 차는 식상할지 몰라도 감가상각률은 낮습니다. 이런 경제 원리는 다른 곳에서도 적용됩니다. 사람들이 서로 가려는 학교가 좋은 학교이고 다른 사람들이 (애인이나 친구로) 서로 사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아요. 가끔 다른 사람은 알아보지 못하는 반짝이는 가치를 알아보고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차로 비유하자면 남들이 갖지 못하는 비싼 외제 차거나 남들은 거들떠 안 보는 실패한 차죠. 당신은 특별한 안목을 가졌거나 특이한 취향을 가진 사람일 겁니다.

김동조
투자회사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로, 시티은행 트레이더로 일했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썼다. <한겨레신문> <조선일보> <에스콰이어> 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했다. 경제 블로그인 kimdongjo.com을 운영 중이다. dongjoe@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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