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안 했는데 벌써 4시야”, “집에 가고 싶은데 아직 4

이 ‘문구’에 격하게 공감한다면 당신은 아싸, 이 문구를 보고 스마트폰의 바탕 화면을 떠올렸다면 당신은 인싸이다.

 

스마트폰 배경 화면 짱구. 사진_구혜경
스마트폰 배경 화면 짱구. 사진_구혜경

 

인싸는? 요즘 신세대 또는 10대들이 사용하는 최신 용어이다. 인터넷 국어사전에 의하면, ‘인싸는 영어 단어 ‘insider’의 줄임말로 아웃사이더(아싸)와는 다르게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일본에서는 파티 피플을 의미하는 신조어로 사용하고 있다. 미 포털 사이트나 쇼핑몰 사이트의 홍보 문구, SNS 등에는 인싸’, ‘인싸템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

인싸가 된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히 인싸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싸가 되고 싶지 않고, 무리에 잘 동화되어 사는 것은 인간의 사회적 생존 측면에서 중요하니까 말이다.

최근에 주로 회자되는 인싸템과 행동을 살펴보자. ‘인싸 배경화면’ 앱을 활용하여, 나만의 스마트폰 배경 화면 만들기, 귀가 움직이는 토끼 모자, 어린 아이들도 입을 수 있는 길리 수트, 눈물 글썽 혹은 찌질한 표정의 유병재 얼굴 사진 폰케이스 같은 굿즈들이다. 길리 수트는 전쟁터에서 위장 및 은신을 위해 나뭇잎 등을 옷에 붙여 만든 위장용 수트인데 어린이건 어른이건 이 길리수트를 입고 풀숲에 감쪽같이 숨어 있고, 찾는 놀이를 하거나 숨어있는 사진을 올리는 것이 인싸들의 행동이다.

 

길리수트 입은 이동국 부자 © 슈퍼맨이 돌아 왔다.
길리수트 입은 이동국 부자 © 슈퍼맨이 돌아 왔다.

얼핏 보기에 단지 귀엽고, 단지 재미있으며, 혹은 단지 독특한 감성을 드러내는 것들이다. 가볍기 그지없는 품목들이며 한 철 지나면 어느 새 기억에서 사라질 물건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상품들이 어떻게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치고 있는 것일까?

인싸가 된다는 것은 무리에 속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그 무리에 자기의 방식으로 기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싸템을 장착한 덕분에 남들에게 즐거움, 귀여움 혹은 동병상련의 마음을 선사함으로써 타인들과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실제로 대면하는 무리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인싸템을 장착한 사진을 SNS에 게시하면, 수많은 가상 친구들이 ‘좋아요’를 눌러 주고 칭찬해 준다. 인싸가 되어 무리에 잘 섞여 지낸다는 것이 꼭 내가 소속된 직장, 학교, 가족 등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요즘은 나 하나에 초점을 두는 개인주의 트렌드가 강한 세상이다. 남이 무슨 모자를 쓰는지, 어떤 옷을 입는지, 휴대폰 바탕화면이 무엇인지 시시콜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런데도 인싸템들은 제법 익숙하게 다가온다.

그 사람 폰 케이스를 어디서 봤지? 그 사람 폰 배경 화면이 무엇인지 어떻게 내가 알고 있지? 저 토끼 모자를 어디서 봤지?”

대부분 미디어나 휴대폰을 통해 접하게 된 수많은 정보와 이미지들을 통해서 익숙해진 것들이다. 그것을 보고 나는 잠시 즐거웠으며 어느 순간 나도 그 모자를 사 보겠다고 쇼핑몰을 들락날락하고, 인싸 배경화면 앱을 다운받아 나만의 폰 배경화면을 만들고 있다.

인싸템을 장착하는 것은 사전적 의미의 인싸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그리고 인간미 없이 팍팍한 삶 속에서 지친 내 마음을 가볍게 위로해 주는 것들, 혹은 숨고 싶고 울고 싶은 내 마음을 에둘러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이템이 인싸템이다.

디지털 세대들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고 자기중심적이라고 평가받지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 숨통을 틀 수 있는 작은 위로와 소소한 재미를 함께 할 수 있는 관계에 목말라 있는 것은 아닐까?

소비자라면? 대다수의 쇼핑몰에서 인싸템이라고 홍보하는 상품들이 넘쳐난다. 인싸템이 나에게 즐거움과 위안을 준다면 구매하는 것도 의미 있겠지만,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도 있다. 얼핏 보면 저렴한 것 같지만 ‘비싼 일회용품’같은 인싸템도 많기 때문이다.

기업이라면? 소비자가 인싸템에 열광하는 것은 ‘인싸템’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니다. 그 상품이 주는 심리적 위안때문이다. 급작스러운 유행에 편승하느라 품질이 떨어지는 상품을 급조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인싸적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제품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구혜경. 여성신문 전문리포터로서 재능기부
충남대학교 소비자학과교수. 국내 대기업에서 화장품 마케팅업무를 10여 년간 수행한 바 있다. 현재는 소비자정보, 유통, 트렌드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며 충남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