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문제, 진실부터 알자

최안현숙 / 민주노동당 여성위원장

액수나 사용처, 과정도 모르는 대북송금을 두고 온 나라가 상상의 나래를 펴며 어수선하다. 김대통령은 짱짱한 햇볕을 피해보자고 손가락으로 꾸욱 눈을 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더구나 그의 “반국가단체와의 통치행위” 발언은 의도했던 게 권위였든 엄포였든 마뜩찮다.

미안한 얘기지만, 안방 한 가운데 똥을 싸놓고 똥무더기 위에 주저앉아 어쨌든 뭉개 보고 있는 형국이다.(똥에 대해 부정적 뉘앙스만을 떠올리지는 마시기를) 아니면 뭉개고 앉은 길에 장고에 들어갔는지 입도 다물어 버렸다. 11일 대통령의 국무회의 결석을 놓고 똥탓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장고 끝에 묘수’를 믿어보기엔 주변 아우성이 대단하다. 이젠 똥무더기 뭉개고 앉은 일도 ‘통치행위’라고 우기고 있는 듯 여겨진다.

난감한 건 노무현 당선자다. 안방 물려받을 날은 바짝 바짝 다가오는데, 똥 치울 일이 걱정이다. 똥이고 사람이고 통째로 치워내줬으면 좋으련만 도무지 만만치 않다.

여차하면 똥 자리를 고스란히 물려 뭉개야 하거나 최소한 똥 치우는 고역을 맡아야 하고 어차피 똥물 튀기는 건 피하지 못할 상황이다. ‘실정법 위반이 드러나면 사법처리!’라며 윽박지르기도 해보지만, 아직 칼자루는 없다.

똥무더기를 뭉개고 있으니 구더기만 살판이다. 똥 치우라고 말발은 세우면서도 속내는 이미 ‘똥떡’에 들어앉아 간만에 만난 포식을 좀 더 길게 즐기고 싶어한다. 여차하면 거꾸로 구더기 무서우니 장독을 깨버리자고 나설 판이다. 무성한 똥 냄새에 기량껏 상상을 담아 악취를 뿜어 보탠다. 어차피 냄새이고, 믿는 건 “아니면 말고!”

누가 봐도 정면돌파 외에 다른 묘수는 없다. 일단은 실체적 진실을 김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현대의 당사자들이 먼저 펼쳐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 장고고 묘수고, 하더라도 진상규명 뒤 국민과 함께 하자.

시대도 국민도 변했다. 대북송금 의혹의 소용돌이 한복판에서도, 핵심 당사자인 정몽헌 회장을 비롯한 남측인사 86명이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를 가로지르며 금강산 육로관광의 통문 개방을 하는 역사적 사건을 국민 모두가 마음 설레며 축하하는 시대 아닌가? 누구 하나 대북송금을 끌어다 붙여 이 역사적 사건을 걸고넘어지지 못하는 게 국민 여론 아닌가? 나아가 국민의 정부에서 있었던 정부와 기업의 대북지원이 남북관계 진전에 상당히 긍정적 기여를 했으며 민족화해의 가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누구도 대놓고 부정하지 않고 있다. 절차에 문제가 있다면 절차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실체적 진실과 부실했던 절차를 드러내야 한다.

불법과 무리가 있었음에도 소위 통치행위 차원에서 불가피했다면 국민 앞에 드러낼 수 있는 사실은 일단 드러내놓고 나머지를 설득하던가 양해를 구하던가 할 일이다. 국민이 주목하는 처리와 해결과정을 통해 불가피한 처벌이 결정된다면 이는 사법국가로서 마땅한 일이다.

국민은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알아야 판단을 할 것이 아닌가. 차라리 국민들은 이해하고 양해하기 위해 진실을 알고 싶은 심정이다.

국민의 눈이 곱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의혹이 난무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통치행위니까 참견하지 말라’는 대통령과 정부의 태도이고 그 뒤에 숨어 몸을 사리고 있는 기업 당사자들의 비굴한 숨바꼭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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