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올해의 인물]
서지현·김지은·최영미…
#미투로 남성 중심 문화 고발
#위드유로 연대하는 자매들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첫 미투 이후 11개월
변화 미미… “이제 시작이다”

그들은, 바위에 얼룩과 균열을 낸 계란들이었다.
‘#미투(Metoo·나도 말한다)’를 외치며 침묵을 깬 여성들은 스스로 작은 계란이 돼 침묵을 강요하고 방조한 ‘가해자들’을 고발했다. ‘침묵의 카르텔’이 깨지자 단단했던 벽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2018년은 미투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된 원년이다.

여성신문은 2018년 올해의 인물로 ‘침묵 깬 사람들’을 선정했다. 검찰 내 성폭력 문제를 고발한 서지현 검사를 비롯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문제를 폭로한 김지은씨, 고은 시인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밝힌 최영미 시인, 그리고 수많은 여성들이 감춰야만 했던 성폭력 피해를 세상에 알렸다.

서지현 검사는 1월 26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검찰청 내부전산망(이프로스)에 공개했다. 3일 뒤 방송에 출연해 검찰이 성추행 사건 조사 요구를 묵살했으며, 자신이 오히려 인사 보복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성추행 피해를 입은 지 8년 만에야 입을 열 수 있었다.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 ‘결국엔 끝낸다. #미투가 해낸다’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12월 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 ‘결국엔 끝낸다. #미투가 해낸다’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

 

용기는 전염성이 있다.
2월 6일 최영미 시인이 시 「괴물」에서 성추행 가해자로 암시한 ‘En선생’을 노벨문학상 후보로 수차례 거론되는 고은 시인이라고 밝혔다. 최 시인은 “제가 등단할 무렵 성폭력은 일상화 돼 있었다”고 증언했다. 문단 내 ‘침묵의 카르텔’ 깨기는 연극계로 번져갔다. 2월 14일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는 연극연출가 이윤택씨가 ‘연희단패거리’ 여성 단원에게  “안마를 강요하고 성추행을 했다”며 성폭력을 처음으로 폭로했다. 김 대표의 고발 이후 봇물 터지듯 미투가 이어졌고 이씨는 첫 미투 이후 38일 만에 구속됐다. 곧 이어 배우 조민기, 조재현, 오달수, 영화감독 김기덕, 방송인 김생민 등이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미투가 확산됐다.

3월 5일, 정치권 첫 미투가 터져 나왔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는 성폭력 피해 사실을 힘겹게 고발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던 안씨가 8개월 간 네 차례 자신의 수행비서를 성폭행했다는 폭로 내용은 시민들에게 분노와 실망감을 안겼다.

미투는 권력 뒤에 숨어 폭력을 휘두른 남성들의 민낯을 들춰냈다. 그러나 미투의 가리킨 것은 일부 남성의 뻔뻔하고 추잡한 일탈만이 아니다. 미투의 본질은 성폭력을 방조 또는 동조한 남성 중심의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여성들의 강력한 욕구다.

시작부터 승리가 불가능해 보이는 이 싸움에 뛰어든 여성들에게 가장 큰 힘은 또 다른 여성들의 연대다. 수많은 시민들의 #위드유(Withyou)는 지지 미투를 외친 이들에겐 창이자 방패였다. “범죄 피해자분들과 성폭력 피해자분들께 ‘결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었다”는 서지현 검사의 말은 미투이자 위드유를 상징하는 문장이다.

거대한 침묵의 카르텔 속에서 입막음 당했던 피해자들이 ‘침묵의 시대’는 끝났다고 외치고 있다. 국회에서는 100건이 넘는 법안이 쏟아졌고 가해자의 죄를 묻는 재판도 이어졌다. 아직 변화는 더디다. 그러나 균열은 시작됐다. 미투 운동은 방금 출발선을 넘었다.

 

키워드
#미투 #위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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