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자·박나래 MBC서 17년 만의 방송연예대상 대상 도전
이영자, KBS 연예대상서는 여성 첫 수상 가능성 점쳐져
지난해 송은이·김숙 활약 이어 여성 예능인 입지 넓어져
하재근 "방송에서 성비 자체를 이야기하지 않는 단계 돼야"

왼쪽부터 개그우먼 이영자, 김숙, MC겸 탤런트 최화정, 개그우먼 송은이. 올해 여성 예능인의 활약이 늘었다는 평가가 있는 가운데 이영자는 그 중에서 두드러졌다. ⓒ뉴시스·여성신문
왼쪽부터 개그우먼 이영자, 김숙, MC겸 탤런트 최화정, 개그우먼 송은이. 올해 여성 예능인의 활약이 늘었다는 평가가 있는 가운데 이영자는 그 중에서 두드러졌다. ⓒ뉴시스·여성신문

올해도 어김없이 지상파 3사(KBS·MBC·SBS) 연예대상 계절이 다가왔다. 그동안 여성 예능인에게 ‘철벽’이었던 방송연예대상 대상 수상에 새로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여성 예능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오랜만에 연예대상 대상 이름에 여성이 오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영자·박나래…올해 ‘대세’는 우리

MBC에서는 17년 만의 여성 예능인의 방송연예대상 대상 수상이 점쳐진다. 이영자와 박나래가 전현무, 김구라와 대상 후보에 올랐다. 이영자는 재미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예능이다. 적재적소에서 분위기의 강약을 조절하는 능력은 데뷔 30년을 넘은 이영자의 내공이다. 올해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세심한 맛 표현을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전했다. “음~~~!”이라는 감탄사 하나로 새로운 ‘먹방’을 만들었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이영자가 먹으면 다르다는 인식을 확실하게 새겼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기존 방송에서 먹방을 자극적으로 보여줬다면 이영자의 맛 표현은 굉장히 섬세하다. 여성의 시선이 담겨 있다. 또 먹방에서도 함께 소통하려는 의제를 담아낸 것도 주요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영자는 KBS 연예대상에서 첫 여성 대상 수상자에 도전한다. 유재석, 김준호, 신동엽, 이동국이 경쟁 상대다.

 

같은 '먹방'이라도 이영자가 하면 다르다. 이여자는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섬세한 표현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MBC 갈무리
같은 '먹방'이라도 이영자가 하면 다르다. 이여자는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섬세한 표현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MBC 갈무리

 

'나 혼자 산다'에 나온 박나래의 모습. ⓒMBC 갈무리
'나 혼자 산다'에 나온 박나래의 모습. ⓒMBC 갈무리
박나래(오른쪽)는 편안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나래(오른쪽)는 편안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박나래의 활약도 눈여겨볼만하다. ‘나 혼자 산다’(MBC)에서 장기인 입담과 몸개그를 펼치면서 확실한 자기 캐릭터를 보여주고 있다. ‘나 혼자 산다’에서 적극적으로 웃음을 줄 수 있는 예능인은 박나래가 유일하다. 박나래는 2006년 제21기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데뷔 초창기만 해도 각종 개그프로그램에서 과한 분장을 해 ‘강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어필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편안한 모습으로 대중들의 인식을 바꿨다. 그는 이번달 한국갤럽이 조사한 올해의 예능방송인·코미디언 부문에서 유재석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특히 10~40대 여성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은 게 눈에 띈다. 지난해(3위)보다 순위가 한 단계 올랐다.

정 평론가는 “박나래는 처음에는 과한 액션 등으로 부담스러운 모습이 있었지만 지금은 보편적으로 대중들이 모두 좋아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됐다. 여성 연예인이 사적인 건 다 들어내는 걸 드러내는 게 쉽지 않은데 굉장히 잘 해냈다”고 평가했다. 한편으로는 박나래가 과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 평론가는 “여성 연예인이 주목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자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어필하는 환경을 박나래라는 캐릭터가 보여줬다”고 말했다.

남성 MC 위주 방송, 여성 예능인 활약 커질까

그 동안 여성 예능인들에게 지상파 3사(KBS·MBC·SBS) 연예대상 대상 수상자 이름을 보기 어려웠다. 2002년부터 현재의 연예대상을 연 KBS는 지난해까지 총 15명의 대상 수상자(2017년 파업으로 무산) 중 여성이 한명도 없다. 코미디대상(1987년~1994년) 시절까지 포함해도 1990년 김미화가 유일하다. 2001년부터 현 방송연예대상 형식으로 열고 있는 MBC에서 대상은 2001년 박경림이 유일하다. 2007년부터 방송연예대상(현 연예대상)을 연 SBS는 지난해까지 14명의 대상 수상자 중 여성은 2009년 유재석과 공동수상한 이효리가 유일하다. 지난해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는 할머니들이 공동으로 받았지만 비예능인이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남성 위주 예능프로그램이 많았기 때문이다. 크게 성공을 거둔 ‘무한도전(MBC)’, ‘스타킹’, '런닝맨', ‘미운우리새끼’(이상 SBS), '해피투게더'(KBS2) 등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 남성 MC가 이끈 예능프로그램이 많았다.

 

‘김생민의 영수증’에 출연했던 송은이(왼쪽)과 김숙. ⓒKBS 갈무리
‘김생민의 영수증’에 출연했던 송은이(왼쪽)과 김숙. ⓒKBS 갈무리

여성 예능인들의 활약은 지난해부터 주목받았다. 김숙, 송은이가 ‘김생민의 영수증’(KBS2)에서 공동 MC로 맡으면서 활약한 게 계기였다. 김생민의 성추행 사건으로 사실상 조기 종영했지만 김숙과 송은이의 활약은 남성 MC가 가득한 방송계에 단비 같은 역할을 했다. 여성 예능인이 MC로 나서면 시청자들의 관심이 저조하다는 방송계의 인식도 깨뜨렸다. 게스트로 주로 나섰지만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재미를 선사한 장도연의 활약도 ‘깨알 같은’ 활약으로 주목받았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과거에 스튜디오 예능이 유행할 때는 여성들이 설 자리가 없었다. 올해는 여성들의 영역이 높아지면서 이영자, 박나래 같은 예능인이 (대상) 후보에 올랐다”고 말했다. 하 평론가는 여성 MC가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없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했다. 그러나 “그 동안 (예능프로그램이) 너무 남성 위주로만 흘러서 대중들에게 식상해지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여성 예능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우호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내년에는 여성들의 영역이 더 넓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여성 연예인들이 나와서 방송에서 성비 불균형을 바꾸면 좋겠다는 요구 사항들이 있다. 소비자(시청자)들도 그런 분위기를 받아들이고 싶은 욕구가 있다. 결국 방송에서 성비 자체를 이야기하지 않는 단계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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